영화 ‘신문기자’ 한국 개봉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왼쪽)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뉴시스
영화 ‘신문기자’ 한국 개봉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왼쪽)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일본 열도를 뒤흔든 화제작 ‘신문기자’(감독 후지이 미치히토)가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일본 현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모티브로 국가와 저널리즘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한국 관객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오는 17일 개봉하는 ‘신문기자’는 가짜 뉴스부터 댓글 조작까지, 국가가 감추려는 진실을 집요하게 좇는 기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신문기자’는 일본 영화사에서 보기 힘든 이례적인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문기자’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이들은 한국 개봉을 앞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일본에서는 한동안 정치영화, 사회파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서 힘 있는 사회파 영화를 만들고 있는 한국영화를 많이 봐왔고, 일본에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 배우 심은경과 힘을 합쳐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국인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두근거리고,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해외 개봉은 (한국이) 첫 개봉”이라며 “역사적이고 매우 귀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꼭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신문기자’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일본 열도를 뒤흔든 ‘신문기자’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카와무라 프로듀서는 ‘신문기자’에 대해 “일본에서도 굉장히 드문 영화”라며 “꽤 오랫동안 이런 영화를 만들어도 되는지, 출연해도 되는지 압력이 존재했다. 그런 압력 아래서 만든 영화”라고 밝혔다.

‘신문기자’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와 저널리즘에 촌철살인 메시지를 던져 ‘일본 언론의 상징’이 된 도쿄신문 사회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저서 ‘신문기자’를 모티브로 제작했다. 

카와무라 프로듀서는 “일본에 기자클럽이라는 게 있는데, 일본 신문과 매스컴, 정권이 접점을 갖게 되는 지점”이라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권이 곤란할 만한 질문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최근 4~5년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위기에서 매우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기자들 사이에서 미움을 받게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던지는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미디어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반정권 소재로 인한 많은 제약도 있었다. 후지이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다”면서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위험하니까 별로 관련되지 않아야 한다는 풍조, 분위기를 피부로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카와무라 프로듀서도 “사실 이 영화는 TV에서 전혀 다뤄주지 않았다”며 “영화 홍보를 해준 것은 신문과 SNS뿐이었다. 라디오에서 광고하는 것도 거절했다. 그런 것들이 압력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후지이 감독은 ‘신문기자’ 연출 제의를 거절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치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었고, 신문을 종이로 읽은 적이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메가폰을 잡은 것은 카와무라 프로듀서의 설득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카와무라 프로듀서가 그렇기 때문에 너희 세대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정치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이 지금의 정치를 표현해야 한다고 했고, 결국 이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기자’에서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은 심은경 스틸컷. /팝엔터테인먼트
‘신문기자’에서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은 심은경 스틸컷. /팝엔터테인먼트

일본영화인 ‘신문기자’는 한국 배우 심은경이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에서 심은경은 정권이 은폐하려는 정치 스캔들을 취재하는 신문기자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았다. 심은경은 한층 더 깊어진 감정 연기를 통해 어두운 진실과 마주한 기자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 일본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카와무라 프로듀서는 심은경을 캐스팅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이어 “이 영화를 기획할 때 다른 일본 여배우에게 전혀 출연 제의를 하지 않았다”며 ”심은경이라는 여배우가 이 역할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지적인 면도 그렇고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소문이 있는 것 같은데, 일본 여배우가 다 거절해서 어쩔 수 없이 심은경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후지이 감독은 열연을 펼친 심은경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현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심은경에게는 매우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다”며 “한국에서는 3개월 정도 천천히 시간을 갖고 촬영하는 영화를 해왔다고 심은경에게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단기간에 영화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환경 속에서 심은경은 매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일본어라는 높은 장벽이 있었음에도 훌륭하게 넘어줬다”고 칭찬했다.

‘신문기자’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뉴시스
‘신문기자’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뉴시스

또 심은경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던 일화를 공개하며 “일본에서 연기에 대해 스스로 제안하고,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은경은 내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굉장히 훌륭한 배우이고, 이 영화에도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카와무라 프로듀서는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개봉한 것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카와무라 프로듀서는 “정권과 정권의 대치와 국민과 국민의 대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개인 대 개인이고, 개인들이 집합이 된 것이지 집합이 아닌 개인은 아니다. 문화라는 것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어떤 식으로 마주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 이 영화가 개봉하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에서 이 영화를 아베 총리가 봤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꼭 봤으면 좋겠다”고 전해 관심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후지이 감독은 “진심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며 “많은 한국 관객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고, 영화를 보고 무언가 생각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심은경이라는 매우 훌륭한 배우와 함께 했는데, 한국과 일본이 10년, 20년 뒤에도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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