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사회적 단체로서 발돋움을 꿈꾸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2013년. 이 해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깊은 상흔을 남긴 동시에, 주요한 변곡점이 된 해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경영난에 못 이겨 줄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프랜차이즈산업의 폐해가 세상에 알려졌고, 이를 계기로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가맹점주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익 보호를 외치게 된 계기가 된 해이기도 하다. 

◇ 목소리 커진 가맹점주협의회   

국내에 가맹점주협의회 단체가 정식으로 생겨난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이했다. 2013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마련돼 그해 가맹점주협의회 단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맹점주들이 모여 한데 목소리를 내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엔 의미 있는 변화가 이어졌다. 불합리한 제도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고, 가맹본부도 상생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난 7일 만난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전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수천여개에 이른다”며 “반면 가맹점주협의회수는 채 50개도 되지 않는다. 유명무실한 일부 어용 가맹점주협의회 단체를 제외하면 그 수는 더 적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맹점주협의회 단체가 자유롭게 생겨나긴 어려운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맹점주협의회가 초창기 자리 잡을 때도 사정은 녹록지는 않았다고 이 의장은 회상했다. 이 의장은 2014년 파리바게뜨가맹점주협의회가 만들어질 때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다. 본죽·피자헛·설빙 등 다른 가맹점주협의회가 결성될 때도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예를 들어 노동조합처럼 한 조직에 소속된 집단이 아니다보니 뭉치기가 쉽지 않았다”며 “각자 장사 때문에 바쁜데다 혹시나 불이익이라도 당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렵게 협의회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문제에 있어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의장이 가맹점주협의회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사위크

다만 파리바게뜨가맹점주협의회는 비교적 빠르게 세 확산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 의장은 “스무 명 정도의 가맹점주가 협의회 운영 활동에 참여했고, 회원 모집을 위한 전국투어 행사도 꾸준히 개최했다”며 “이에 가맹점주의 가입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협회 내 가맹점주 가입률은 가맹본부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요소다. 파리바게뜨가 발 빠르게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주요 가맹점주협의회가 입지를 키울 수 배경에 ‘연대의 힘’도 작용했다고 봤다. 안 소장은 “각 가맹점협의회가 본인들의 권리 찾기에만 몰두하는 것을 넘어, 다른 가맹점주 협의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대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각 전국가맹점주협회도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대내외적으론 가맹본사와의 교섭력으로 높이고 법 개정에도 목소리를 함께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 권익 보호 넘어 사회 불공정구조 개선에 노력"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29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단체가 2016년 연석회의 형태로 출범한 곳이다. 파리바게뜨·미스터피자·세븐일레븐·뚜레쥬르·아리따움피자에땅가맹점주협의회 등 주요 협의회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각 회원사들의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한편, 불합리한 제도에 힘쓰고 있다. 안 소장은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꾸준히 사회적 목소리를 낸 결과 가맹사업법과 상가임대차법 개정, 카드수수료 인하 등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나아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사회적 기구로서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 의장은 “가맹점주 권익 보호 뿐 아니라, 상생 문화 확립, 사회 불공정 시스템 개선에 목소리를 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배달노동자 처우 개선에 연대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사회 이슈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에 6,052개로 달한다. 같은 기간 가맹본부는 4,882개, 가맹점수는 24만3,454개로 나타났다. 가맹점주협의회 단체가 더욱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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