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농염주의보’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 박나래. /넷플릭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 박나래.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거침없다. 코미디언 박나래의 과감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데뷔 13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나래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다.

소재도 남다르다. 방송에선 공개할 수 없었던 자신의 연애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발칙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박나래. 그녀가 ‘섹시’한 이유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박나래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녀만의 비방용 이야기를 대방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스페셜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2,500석이 매진됐고, 부산·대구·성남·전주까지 전국 투어를 성사시키며 인기를 증명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됐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국내 여성 코미디언이 최초로 도전한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점과 여성 연예인이 성(性)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이 대단한 미션의 주인공 박나래는 분장, 세트, 소품이 최소화된 무대에 올라 오로지 입담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나래는 지난 23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넷플릭스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은퇴하지 않고 계속 방송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며 유쾌한 입담으로 간담회의 시작을 알렸다.

박나래가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넷플릭스
박나래가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넷플릭스

-최근 건강 이상으로 휴식을 취했는데, 현재는 어떤가. 
“무명시절이 굉장히 길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10년을 놀았기 때문에 10년 치 체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간과한 게 내 실수였다. 분명 팔팔했는데 그때는 젊었던 거였더라. 건강을 돌보지 못한 것 같아서 10월부터 스케줄을  조절할 계획이었는데, 정말 무섭게도 10월 1일에 쓰러졌다. 몸이 정말 무섭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금방 또 건강해졌다. 그래서 술도 마시게 되고 그렇더라. 사람 몸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지금은 건강해졌다.”

-새로운 도전을 했다. 왜 스탠드업 코미디였나.
“여러 타입의 개그맨이 있는데, 나는 콩트를 주로 했던 개그맨이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처음 도전했다. 회사 이사님과 한 3년 뒤에 내 이름을 건 쇼를 하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눴던 게 작년 겨울이다. 3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 몰랐다. 너무 좋은 기회로 넷플릭스와 얘기가 돼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게 됐다.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부담이 됐다. 수위가 너무 세서 은퇴할까 봐 걱정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개그맨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컸다. 100점 만점에서 50점 정도는 주고 싶다. 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싶다. 나머지 50점은 더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생겼다.”

-성을 소재로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가장 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소재로 코미디를 하는 게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치는 전혀 모르겠고, 누구를 디스 한다거나 풍자를 하는 것도 못하겠더라. 내가 잘 할 수 있지만 방송에서는 못했던 것, 국가가 나를 막았던 것이 뭘까 생각했을 때 이 소재가 떠올랐다. 나는 ‘섹스터치’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한다. 예전에 ‘코미디 빅리그’에서 ‘마성의 나래바’라는 코너를 했는데, 어느 날 PD님이 정장을 입고 위(방송국)에 올라갔다 오더니 코너가 막을 내렸다. 너무 아쉬웠다.

대한민국 연예인으로서 성적인 얘기를 쿨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성’을 주제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줬지만, 은퇴를 하지 않게 돼 너무 다행이다. 넷플릭스 담당 PD가 많이 편집했다고 하더라. 정말 다행이다.”

대세를 넘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나래. /넷플릭스
대세를 넘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나래. /넷플릭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첫 공연 후에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CP가 ‘이제 방송 그만할 거냐’고 하더라. 그런데 웃고 있어서 안심을 했다. 섹스터치 코미디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신동엽 선배의 말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4만 볼트짜리 전기고압선 바로 밑에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선에 닿기 전까지만 노는 게 최고의 개그맨이다. 그 경지가 될 수 있을 때 섹스터치 코미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전되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어린 팬들이 많은데 프로그램 속 이미지와는 정반대라 걱정도 됐다. 그래도 믿을 수 있었던 건 19금 공연이라 어린 친구들이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다는 거다. 향후 10년 뒤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농염주의보’ PD가 은퇴하지 않을 정도로 편집해주겠다고 해서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갈 수 있었다.

물론 재미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모든 사람을 다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보고 웃는 단 한 명의 관객만 있다면, 그 사람을 보고 개그를 하겠다는 마음이다. 관객들의 환한 미소를 볼 때 희열이 있다. 사실 악성 댓글을 보면 상처도 받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받아들일 자세가 돼있고, 수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주변인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언젠간 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 리허설 때부터 공연까지 많은 분들이 와서 도움을 줬다. 다양한 에피소드도 공유해줬다. 호불호가 갈리는 주제이긴 하지만, 이 얘기를 한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놀 수 있다면 놀아야 한다. 놀 수 있는 무대가 없지 않나 싶다. 욕망은 있는데 참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어떤 분들은 속이 시원했다고도 하시더라. 또 박나래니까 하는 공연이라고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넷플릭스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넷플릭스

-예능·MC·디제잉·스탠드 코미디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많은 걸 하고 있고, 하고 싶어 하는데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걸 이뤘다. 그런데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실현되지 않은 단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격정멜로의 주인공이다. 분명 많은 감독님들의 이름을 말하며 최고 수위의 노출까지 감행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단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전라 노출을 찍을 수 있다고 했는데 왜 연락이 안 오는지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해보고 싶다. 중학교 때부터 연극을 해서 정극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단 한 번 정극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역할이 사내였다. 대본에 사내라고 쓰여 있기에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진짜 사내였다. 나의 마지막 정극이었다.”

-이번 공연 후 깨달은 게 있다면.  
“14년 차 개그맨인데 아직도 내 개그에 대한 의문점을 많이 갖고 있다. ‘웃길까?’ 모든 개그맨의 숙명일 거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모른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공연을 하고 나서 이것도 하면 되는구나 싶었다. 내 인생 모토가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하자는 건데, 잊고 있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니 관객들도 마음을 알아주고 웃어주더라. 뿌듯하고 한 번 더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사실 ‘치트키’를 쓴 거다. 방송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것 중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했기 때문에 다음 공연에서는 아예 다른 주제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 입으로 안 할 것 같은 이야기, 아예 색다른 주제로 웃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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