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만 명 구독자를 보유 중인 대표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 박막례 인스타그램
112만 명 구독자를 보유 중인 대표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 박막례 인스타그램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유튜버는 젊은 세대만 한다는 선입견은 이제 지워도 좋은 듯하다. ‘황혼’이 유튜버 시장의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함은 물론, 일명 ‘실버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 젊은 층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는 ‘실버 크리에이터’, 이들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전국 3만3,000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앱에 머무른 총 체류시간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101억분으로 지난해 보다 2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10대(89억분)와 20대(81억분), 30대(61억분)의 월 사용시간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와이즈앱>이 지난 8월 ‘한국 50대 이상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튜브가 122억분으로, 카카오톡(64억분), 네이버(44억분)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와이즈앱이 지난 8월 ‘한국 50대 이상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 와이즈앱 공식 페이스북
와이즈앱이 지난 8월 ‘한국 50대 이상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 와이즈앱 공식 페이스북

이쯤 되다보니 ‘실버 크리에이터’들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터.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박막례 할머니(72)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막례 할머니는 손녀딸 김유라 씨와 함께 2017년도부터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을 운영 중이다. ‘계모임 갈 때 메이크업’, ‘시장에서 산 천원 립스틱 5천원어치 리뷰’, ‘치과 들렸다 시장갈 때 메이크업’ 등 뷰티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한 박막례 할머니는 정감 넘치는 화법과 솔직하면서도 털털한 매력으로 젊은 층의 탄탄한 팬을 구축 중이다. 24일 기준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 구독자 수는 112만 명이다.

현재 해당 채널은 뷰티 콘텐츠뿐 아니라 요리, 일상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담아내며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튜버로서 새로운 삶을 맞이한 박막례 할머니의 다양한 도전이 담긴 영상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도전’에 대한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지속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올해 4월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가 한국을 방문해 박막례 할머니와 만남을 가지기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박막례 할머니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사진 좌측) / 박막례 유튜브 캡처
박막례 할머니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사진 좌측) / 박막례 유튜브 캡처

박막례 할머니가 유튜버로 첫 발을 내딛은 시점만 해도 할머니가 유튜버를 한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로 다가왔던 바. 그녀의 도전은 새로운 실버 크리에이터를을 탄생시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제는 실버 크리에이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콘텐츠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김영원(82) 할머니가 손녀딸과 함께 운영 중인 ‘영원씨01seeTV’ 채널은 34만2,000명의 구독자를 보유, 맛깔 나는 먹방 콘텐츠로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5만9,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순이 엄마’ 채널은 팝핑보바, 쿄호젤리 등 젊은 세대가 주목하는 먹거리 리뷰를 선보이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임봉녀(86)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운영 중인 ‘노래하는 할머니 A Singing Grandma’ 채널은 방탄소년단, 제니, 폴킴, 케이시 등 신세대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른 콘텐츠를 게재해 젊은 네티즌들을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트와이스의 'Yes or Yes'를 따라부르는 임봉녀 할머니 / '노래하는 할머니' 채널 영상 캡처
트와이스의 'Yes or Yes'를 따라부르는 임봉녀 할머니 / '노래하는 할머니' 채널 영상 캡처

이밖에도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부르며 ‘할담비’ 애칭을 얻게 된 지병수(77) 할아버지 또한 유튜버로 활동하며 젊은 세대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할담비 지병수’ 채널을 운영, 서울 종로에 자리 잡고 있는 맛집 리뷰를 비롯해 자신의 일상과 ‘할담비’로 사랑받으며 겪게 된 일화들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며 네티즌들의 꾸준한 관심을 얻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노후 인생에 대한 가치 또한 바꿔놓는 분위기다. 안정을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변화와 도전을 택하는 중장년층들의 증가하고 있는 것. 더욱이 ‘정년’이라는 개념이 없는 유튜버 특성상 실버 크리에이터는 황혼의 워너비 직업으로 뜨고 있는 추세다. 이에 실버 크리에이터들을 양성하는 사설 학원들이 대거 생겨나는 것은 물론 여러 지자체에서도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부르며 ‘할담비’ 애칭을 얻게 된 지병수 할아버지가 유튜버로 변신했다. / '할담비 지병수' 채널 영상 캡처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부르며 ‘할담비’ 애칭을 얻게 된 지병수 할아버지가 유튜버로 변신했다. / '할담비 지병수' 채널 영상 캡처

24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를 통해 “올해 LG 유플러스와 함께 5060세대를 대상으로 유튜버 양성 프로그램 ’50+유튜버스쿨‘을 운영한 바 있다. 당시 경쟁률이 72대1로 굉장히 치열했다. 중장년층들의 관심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여러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접함에 따라 5060세대들이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유튜버를 통해 인생 2막을 새롭게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다. 젊은 층을 이해하고 싶다는 부분도 유튜브에 도전하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버 크리에이터들은 몸소 보이고 있다. 유튜브 안에서는 누구보다 청춘인 실버 크리에이터들. 나아가 ‘꼰대’ 등의 단어를 통해 세대 간의 벽이 생겨나고 있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 속에 이들이 젊은 세대를 대하는 방식은 적지 않은 메시지를 남긴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음식, 노래, 문화들을 직접 경험함으로서 세대 간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 실버 크리에이터들의 ‘인생 2막’에 응원의 메시지가 더욱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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