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감사제가 도입되면서 회계사수 40명을 체우지 못한 중소법인들의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국공인회계사회 전경. / 시사위크
주기적 감사제가 도입되면서 회계사수 40명을 체우지 못한 중소법인들의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국공인회계사회 전경.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다음 달 회계개혁의 핵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회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위한 중견‧중소법인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 있으며, ‘제 짝’을 찾지 못한 군소 법인들의 비명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또 회계개혁의 완성을 위해 공공, 비영리 부문의 감사인 지정제 도입이 과제로 남고 있다.

◇ 인력난 허덕이는 중소‧중견… 실종된 ‘낙수효과’

빈익빈 부익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골자로 하는 회계개혁이 도입되면서 회계법인 사이들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회계법인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에서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선 중견‧중소법인들은 자신들의 존립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쪽에서는 회계개혁의 혜택이 점차적으로 대형에서 중견, 중소로 자연스레 내려갈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지난 8월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 회장이 직접 “올해 말부터 중소회계법인도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이를 피부로 체감하는 법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빨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외감 대상 기업의 10%에 불과한 숫자이면서 경제 규모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장기업 감사인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건 차지하고서라도 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상장기업 감사 자격를 위한 최소 조건인 40명 이상의 회계사를 고용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일선 중소법인들의 목소리다. 정부가 신외감법 시행에 맞춰 올해 선발 회계사수를 종전 보다 150명 가량 늘려 1,000명 수준으로 확대했지만 100%에 가까운 인원이 대형급 법인을 지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회계개혁이 이뤄진 결정적인 계기는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메이저 회사들이 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인데, 왜 그 피해를 열세한 법인들이 입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형 법인들이 ‘일’과 ‘사람’ 모두를 욕심내고 있는데, 둘 중 하나는 내려놔야 한다. 큰 일감을 독차지하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교적 사정이 나은 중견급 법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외감법 도입 후 회계사를 10명 가량 충원해 70명 규모로 늘린 한 회계법인은 지난 9월 발표된 상장회사 감사인 1차 등록에서 탈락했다. 해당 법인은 노심초사 하는 심정으로 오는 12월 예정된 2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소‧중견 회계법인들은 감사 품질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규모에 편중된 신외감법의 부당성에 맞서고자 헌법 소송을 추진했지만, 한공회 차원에서 금융위에 제시한 상생협의안에 한 가닥 희망을 걸로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김석민 중소회계법인협의회 대표는 “비상장 기업 감사에 올인하겠다며 자포자기하는 분위기가 중소법인 사이에 팽배해 있다”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회계개혁이 이뤄지다 보니 금융위나 금감원 쪽에서도 숨을 못 돌리고 있다. 일러야 내년 초에나 중견·중소법인을 위한 보안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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