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상장사들이 6년간 자체 감사인을 지정한 뒤 3년간은 정부가 지정하는 외부 감사인으로 부터 회계 감사를 맡아야 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공공 부문에도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 그래픽=김상석 기자
민간 상장사들이 6년간 자체 감사인을 지정한 뒤 3년간은 정부가 지정하는 외부 감사인으로 부터 회계 감사를 맡아야 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공공 부문에도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다음 달 회계개혁의 핵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회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위한 중견‧중소법인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 있으며, ‘제 짝’을 찾지 못한 군소 법인들의 비명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또 회계개혁의 완성을 위해 공공, 비영리 부문의 감사인 지정제 도입이 과제로 남고 있다.

◇ 힘 실리는 주기적 감사제 확대 도입

민간 사업체의 회계 장부를 살펴볼 외부 감사인을 더 이상 법인의 자율성에 맡기지 않기로 하면서 공공영역에도 동일한 법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공공기관과 비영리 부문에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돼야 하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기자 대상 세미나 자리에서 최 회장은 이 같은 주장을 설파했다. 그는 “민간 부문은 회계 개혁이 완성 단계에 도달했으나 공공, 비영리 부문은 그렇지 않다”며 “공공, 비영리 부문의 법과 제도의 정비는 대한민국 회계 개혁에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영국과 뉴질랜드 등 해외 사례를 들며 공익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의 회계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는 정당성을 피력했다.

감사인 자율 선정 6년 후 증선위 지정 3년을 골자로 신외감법이 민간에만 적용된 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국가회계법과 지방회계법의 적용을 받아 회계기준이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가 사용되는 공적 영역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제도의 명분이 선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경우 민간 기업과 다르게 비용처리나 감가상각 등을 악용한 분식회계 발생 가능성이 낮고 주주들에게 미칠 영향 등 파급력도 적다. 또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받고 있어 비교적 회계가 투명하게 처리되는 편”이라면서도 “주기적 감사제 도입 등 회계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계 유관기관들도 주기적 감사인 제도가 사회 전반에 확대되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공회는 사단법인 흥사단과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공공부문 및 비영리부문의 감사공영제 도입을 위한 활동 등을 펼치는데 뜻을 모았다. 한국감사인연합회도 종교단체, 학교법인, 공기업 등 비영리 부문 회계 투명성을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포럼 등을 개최하고 있다.

정부도 외부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공공기관에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 부문에도 감사인 지정 적용 가능성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을 최근 착수했다. 다만 아직 초기 검토 단계로 실제 도입 여부나 대상, 방식 등에 관해 정해진 건 없는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맡겼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