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유가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으로 돌아왔다. /매니지먼트 숲
배우 공유가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으로 돌아왔다. /매니지먼트 숲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공유가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으로 돌아왔다.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도깨비’(2016~2017) 이후 2년 만이다. 젠더 이슈 논란, 주인공도 아닌 서브 캐릭터. 그럼에도 공유가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는 지영뿐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에 드라마와 스토리를 더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스크린에 재탄생, 호평을 받고 있다.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이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디테일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특히 남편 대현의 역할이 확장돼 눈길을 끈다. 방관자에 가까웠던 원작과 달리 아내를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거나 아내의 복직을 위해 육아휴직을 결심하는 등 ‘행동’하는 남편으로 성장했다.

평범한 남편 대현은 공유를 만나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좀비 영화 ‘부산행’(2016), 의열단을 연기한 ‘밀정’(2016), 도깨비로 분했던 ‘도깨비’(2016~2017)까지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전작과는 또 다른 얼굴로 극에 완전히 녹아든다.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생활 연기와 아내에 대한 깊은 진심을 한층 세밀해진 감정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82년생 김지영’에서 공유가 평범한 남편 정대현을 연기했다. /매니지먼트 숲
‘82년생 김지영’에서 공유가 평범한 남편 정대현을 연기했다. /매니지먼트 숲

개봉을 앞두고 공유는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솔직하고 소신 있는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진중하고 솔직한 그의 대답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 공유가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현실 남편을 연기한 소감은.
“재밌었다. 되게 편했다. 연령대에 맞는 역할이었고, 생활연기이다 보니 힘을 주고 한다기보다 내려놓고 하는 기분이었다. 원래 그런 톤의 연기나 영화를 좋아한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재밌게 촬영했다.”

-대현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봤나
“영화 전체가 주는 이야기에 끌렸던 건 사실이다. 그다음에 캐릭터를 봤는데,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없었다. 대현이 나와 비슷한 사람같이 보였다. 적당히 상냥하고 적당히 자상한 듯하지만 또 누군가가 봤을 때는 답답할 수도 있고… 아내의 아픔을 알고 끙끙 앓으면서 얘기를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측은지심도 느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왜 고민을 하냐고 그냥 말해주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대현의 기준과 입장에서 그의 마음이 너무 이해됐다. 나라도 대현처럼 했을 것 같다.”

-생각보다 평범한 남편 역이 잘 어울리더라.
“감사하다. 제 나름의 기우나 노파심이 있었던 것 같다. 기존 작품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갖고 있는 호감이나 이미지가 영화에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압박이 있었다.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있었더라. 내심 되게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대현이 너무 상냥하지 않나, 다정하지 않나 계속 물어봤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지금의 대현이 톤이 적당한 수준이고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유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호감이 독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때문에만 연기를 했다면, 대현 캐릭터가 너무 극적으로 바뀌었을 거고,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현실적이지 못하고 영화적인 캐릭터로 소모되지 않았을까 결론을 냈다.”

-실제 결혼관은 어떤가. 이번 작품을 통해 생각의 변화도 있었나.
“이번 작품 때문은 아니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언제부턴가 바뀌었다. 나도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런 과정이 당연하다는 듯 배우고 자란 세대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독립된 성인으로서 지금의 내 생각은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각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이 당연하거나 의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해보지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결혼이나 육아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예상하고 있다.

극중 대현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 남자는 어른들 잔소리 듣느니 그냥 하나 낳자고 단순하고 쉽게 생각한다. 나도 그런 정서 속에서 자랐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아이를 낳아서 어떤 가르침을 줘야 하는지, 어떤 것을 해줘야 하는지 많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겁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이번 영화를 통해 나보다 더 차별적인 시대를 살았던 부모님이 나를 키워준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다. 이제야 이런 걸 느꼈다는 게 창피하다.”

공유가 결혼관을 밝혔다. /매니지먼트 숲
공유가 결혼관을 밝혔다. /매니지먼트 숲

-‘도깨비’ 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2년 만의 복귀작으로 ‘82년생 김지영’을 택했다.  
“‘도깨비’ ‘밀정’ ‘부산행’ 장르적으로 세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이어 했다. ‘도깨비’가 거의 결정타 같은 느낌이다. 다운되기 직전에 해롱해롱하고 있는데 크로스펀치를 맞은 느낌이었다. 관련된 모든 스케줄을 끝내놓고, 작품을 정하기 전까지 대략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 6개월은 정신을 못차렸던 것 같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단순히 ‘도깨비’ 때문이 아니라 쌓여왔던 것들에 대한 현상이었던 것 같다.

한 작품이 끝나고 바로 다음 작품 들어가고 또 다른 캐릭터를 입으면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였던 것 같다. 쉬지 않고 계속 달려가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을 텐데, ‘도깨비’ 끝나고 나니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그런 순간이 온 것 같다.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치유하는 좋은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겪고 다시 예전처럼 웃고 떠들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만난 게 ‘82년생 김지영’이었다. 나의 좋은 에너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영화가 여성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남성의 관점에서 영화 속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했나.
“당연하다. 이해 못하고, 공감 못하면 이 영화 안 했겠지. 그분들의 관점을 무시하거나 틀렸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 다른 시대와 가정, 그리고 환경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는 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방적인 비난은 안타깝다. 제 상식의 기준에서는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비난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정말 안타깝다. 나와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나는 그러려고 노력한다. 노력하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그때 필요한 게 진짜 용기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런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공유가 ‘82년생 김지영’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매니지먼트 숲
공유가 ‘82년생 김지영’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매니지먼트 숲

-가장 공감된 부분은 무엇인가. 
“‘82년생 김지영’이고 김지영의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결국 여자 남자 다 떠나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배우가 아니고 그냥 이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내가 지금까지 접하고 느꼈던 그런 부분들과 김지영이 지금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것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아들로서 해야 할 몫이 있지 않나. 딸의 역할이 있고 아들의 역할이 있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있다. 같이 일하는 매니저, 대표, 각자 다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각자의 역할을 하느라 개인이 함몰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본인들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고,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눈치채고 알지만, 상처가 있다고 쉽게 토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영화 속에서 지영은 자기 목소리를 잃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정 어떤 인물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니다. 영화 말미 자신에게 ‘맘충’이라고 얘기했던 남자에게 가서 지영이가 했던 대사가 내 가슴에 꽂히는 이유가 그거다. ‘왜 상처를 주지 못해서 애를 쓰냐’고. 이건 남자, 여자 상관없이 제가 세상을 향해서 하고 싶은 얘기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젠더 이슈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예상했나.
“그럴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컸다. ‘이 정도로?’ 했었다. 남자보다 여자 배우에게 더 악성댓글이 많이 달린다는 얘기도 있더라. 그것도 안타깝다. 공격하려면 같이 하셔야지.”

-인터뷰 내내 소신 있는 발언을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 인간의 모습은 무엇인가. 또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 늘 탈도 많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 역시도 굉장히 편협한 부분이 존재한다. 특수성을 가진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일 수 있고, 시야가 좁을 수 있다고 본다.

최대한 내가 행하는 노력은 이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배척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맞다 틀리다 함부로 정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그 노력은 용기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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