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화제성에 비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던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 / JTBC 제공
뜨거운 화제성에 비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던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 / JTBC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과거 ‘시청률’은 단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는 정도를 넘어 프로그램의 화제성까지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지표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여러 작품들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포착,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 "‘아이러니’한 드라마 시청률"이란 시청자들의 반응이 속출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9월 28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30대 여성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내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란 평가를 얻어낸 작품이다.

영화 ‘극한직업’을 제작한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당 드라마는 30대 여성들의 연애, 일상 그리고 고민들을 담백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한편, 이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2030세대 시청자들의 뼈를 때리는 공감 백배 대사들은 “대본집을 만들어달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쇄도할 정도로 큰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멜로가 체질’ OST였던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일명 ‘흔꽃샴푸’라고 불리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빠른 속도로 역주행해 결국 1위를 달성하며 드라마의 화제성을 입증해내기도 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멜로가 체질' 시청률 / 네이버 포털사이트 캡처
닐슨코리아 기준 '멜로가 체질' 시청률 / 네이버  캡처

하지만 이러한 화제성에서도 ‘멜로가 체질’은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낮은 수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멜로가 체질’은 첫 방송(8월 9일분) 시청률 1.8%(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 마지막 회(9월 28일분) 방송 1.8%로 아쉬운 마무리를 지었다. 줄곧 1%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

현재 방영 중인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원작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고생 ‘단오’(김혜윤 분)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사랑을 이뤄내는 본격 학원 로맨스 작품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이재욱(백경 역), 이나은(여주다 역), 정건주(이도화 역) 등 신선한 신예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며 학원물 특유의 풋풋함 느낌을 살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1020세대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10월 3주차 TV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화제성에 비해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공식 홈페이지
화제성에 비해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공식 홈페이지

반면 시청률은 화제성만큼의 수치가 나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1회(10월 2일분) 시청률 3.5%로, 최근 방영분(10월 24일) 시청률은 3.5%를 기록했다. 최고 시청률은 4.1%, 최저 시청률은 2.2%다.

이밖에도 JTBC ‘열여덟의 순간’, OCN ‘타인은 지옥이다’,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 올해 방영된 다수 작품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이 일치 않는 상황이 이어져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의 발달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재근 평론가는 <스포츠동아>를 통해 “표본 채널을 선발해 산정하는 기존 시청률 집계 방식은 OTT의 활성화로 ‘본방사수’가 중요하지 않게 된 최근 환경과 맞지 않는다”며 “다양한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16일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같은 달 18일 공식 출범한 국내 첫 통합 OTT 플랫폼 '웨이브' / 뉴시스
지난 9월 16일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같은 달 18일 공식 출범한 국내 첫 통합 OTT 플랫폼 '웨이브' / 뉴시스

실제 국내 첫 통합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는 지난달 18일 공식 출범 이후 뚜렷한 실사용자 증가세를 보이며 전문가들의 말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 15일 개최된 제10회 ‘방송통신이용자주간’ 행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웨이브가 잘 안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료가입자가 기존 70만 명 수준에서 최근 130만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웨이브’는 작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방송사와 같은 시간대에 동시 송출도 시도하고 있다. KBS2TV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은 ‘웨이브’가 100억원을 투자한 작품으로, 현재 KBS와 웨이브에서 동시 방영 중에 있다. 지난 22일 방영된 ‘조선로코-녹두전’은 시청률 6%를 기록, 꾸준히 5% 후반에서 6%대 시청률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시청률 전문 조사 기관에서도 모르지 않을 터. 28일 시청률 전문 조사 기관 TNMS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TTA(TV Total Audience, 통합시청자수)는 본방송 외에도 재방송, VOD를 합산해 시청률처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인터넷상 플레이(웨이브, 넷플렉스 등을 통한 영상 재생) 또한 TTA에 포함하려고 예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OTT의 시장의 발달로 신뢰성이 많이 하락한 시청률 지표가 다시금 신뢰성을 되찾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