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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희원이라 가능한 매력적인 감초 ‘똥선생’
2019. 11. 0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김희원이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CJ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희원이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배우 김희원이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섬뜩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입으로 먹고사는 관전바둑의 대가 똥선생으로 분해 적재적소에 웃음을 선사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권상우 분)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작품이다.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 스핀오프 버전으로 극중 언급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던 귀수의 15년 전 이야기를 담는다.

김희원은 실력보다는 입으로 한발 앞선 정보력으로 버텨온 관전 바둑의 대가 똥선생을 연기했다. 바둑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는 귀수와 함께 전곡을 돌아다니며 판을 짜는 인물로 실력은 부족해도 특유의 넉살과 철저한 사전 조사로 귀수의 복수를 도우며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한다.

연극 무대를 통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김희원은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데뷔했다. 이후 ‘만남의 광장’(2007), ‘거북이 달린다’(2009), ‘청담보살’(2009), ‘육혈포 강도단’(2010) 등에 출연한 뒤 영화 ‘아저씨’(2010)에서 유리 전문가 만석 역으로 악랄한 악인 연기를 선보여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2014년 방영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박과장, 2015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송곳’ 정민철 부장까지 연이어 악역을 연기하며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또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에서는 재호(설경구 분)를 도와 오세안무역의 실세로 자리 잡아가는 병갑 역을 맡아 새로운 스타일의 악역을 제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악역’만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2015) 딸바보 기러기 아빠 임택수,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엘리트 변호사 최윤기, 영화 ‘판소리 복서’ 따뜻하고 정 많은 박관장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해왔다.

‘신의 한 수: 귀수편’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김희원. /CJ엔터테인먼트
‘신의 한 수: 귀수편’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김희원. /CJ엔터테인먼트

이번에도 새롭다. 똥선생으로 분한 김희원은 쫄깃한 스토리와 피 튀기는 액션이 펼쳐지는 ‘신의 한 수: 귀수편’ 속 숨통을 트이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특히 수많은 영화에서 그려졌던 감초들과 달리 똥선생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짠하면서도 귀엽고, 진지한 듯 유머러스한 똥선생을 입체적으로 표현, 호평을 받고 있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김희원은 “뻔한 캐릭터로 보이지 않기 위해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전작 ‘신의 한 수’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흥행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다만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소위 말해서 ‘주인공 옆에 따라다니는 웃긴 애’. 뻔한 캐릭터로 보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자신이 없었는데 (리건) 감독님이 꼭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품 하기 전에 (감독님과) 제일 많이 만난 작품이다. 보통 시나리오 받고 읽어보고 한 번 정도 만나서 결정을 하는데 이 작품은 몇 번을 만났다. 한 번은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목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린 거다. 갑자기 전화로 취소하면 혹시 오해가 생길까 봐 직접 나가서 양해를 구했다. 그런 걸 보면 하고는 싶었었나 보다. 못하게 될까 봐 아픈데도 나갔다.”

-아픈 것도 참을 만큼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가 있다면. 
“안 해본 거라서. 그동안 내가 영화에서 했던 캐릭터가 아니었다. 안 해봤던 걸 하는 건 좋았다. 하고는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동안 진지한 것만 해서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던 것 같다. 괜히 칭얼대다가 ‘그냥 하자’ 했다. 안 해본 장르였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

-똥선생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리건 감독님은 꼭 감초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신중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신중하고 진지하게 하면 좋기는 하겠으나 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겁고 하드한 영화에 가끔씩 웃음 코드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너무 진지하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위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계속 신중하게 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막상 촬영 때 진지하게 하면 오케이를 안 하고 살짝 풀어서 하면 오케이를 하는 거다. 진지하게 하는 연기는 자기만 믿고 하면 되는데 재밌는지 없는지는 내 마음이 아니고 보는 사람에 따라 결정되지 않나. 그런 고민을 하면서 늘 불안해하며 촬영했다.”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똥선생으로 분한 김희원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똥선생으로 분한 김희원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언론배급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내 연기에 믿음이 안 갔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였나.
“만약 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 진실하게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내 양심상 알게 되고 판단이 서는데, 나는 진실하게 했고 웃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모르겠는 거다. 특히 촬영장에서는 사람들이 웃지도 않고 그렇잖나. 아무리 웃긴 장면도 열 번씩 찍으면 그렇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확신이 안 생긴 거다. 코미디 영화를 하더라도 진짜 웃길 거라고 생각한 장면에서는 안 웃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장면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다. 똥선생을 보면서도 어디서 어떻게 웃을지 알 수가 없어서 매번 노력했지만 불안하더라.”

-우려와 달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했다. 뻔한 감초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는데, 똥선생만의 매력을 꼽자면.
“내 입으로 말하긴 뭐 하지만, 보통 그런 캐릭터들은 막 설레발을 친다. 그래서 나는 약간 뒤로 빠져있으면서 살짝 웃기는 방법을 고민했다. 오히려 하지 말자고 하고 그만하자고 하면서 반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 나만의 디테일인데 말을 할 때 어미를 항상 흐렸다. 자신감은 없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귀엽고 웃기기도 한 인물로 콘셉트를 바꿨다. 잘 표현됐는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부분이다.”

-유선(홍마담 역)과 러브 라인도 있었다. 어땠나.
“아쉬웠다. 원래 조금 더 라인이 있었는데, 편집이 됐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티격태격하다가 전화 한통 하고 갑자기 결혼까지 하더라. 너무 순식간에 진행됐다. 그런 식으로 결혼하면 백 번도 더 하겠다 싶더라. 하하. 애정이 쌓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키스신도 있었다. 그런데 편집됐다. 멜로 때문에 이 작품을 했는데… 그래서 감독한테 아쉽다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 이해해야지 어떡하겠나. 참 아쉽다.”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김희원. /CJ엔터테인먼트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김희원. /CJ엔터테인먼트

-주물공장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굉장히 고생을 했겠더라.  
“정말 정말 힘들었다. 기억에 남을 정도로 힘든 신이다. 그렇게 매달려있으면 1분을 못있는다. 구토가 나올 것 같아서 너무 힘들다. 끈으로 묶어서 기계로 올리는데 20초, 연기하는데 5분, 내려오는 데 20초가 걸렸다. 6분 정도 매달려 있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고 고통스럽더라. 이틀 내내 찍었다. 둘째 날은 귀수와 외톨이가 대결을 하는데 똥선생이 (화면에) 걸리니까 또 매달려 있어야 했다. CG 처리를 해주길 바랐는데, 제작진은 열정을 바라더라. 정말 힘들었다.”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심이 있나.
“당연하다. 누가 똑같은 것만 하고 싶겠나. 마음대로 안 될 뿐이다. 악역이 계속 들어오는 게 싫었는데, 이제는 그거라도 하는 게 어딘가 인정을 했다. 또 누군가 내가 하는 악역이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라. 그 말이 그렇게 좋더라. 같은 악역이라도 연기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하려고 한다. 매번 다른 악역을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다 연기해도 영화 백만 편에 출연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의 바람이나 목표가 있다면.
“계획이나 목표가 있을 수 없다.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감히 말을 할 수 없다. 가끔 이런 인터뷰를 통해 은근슬쩍 던지는 거다. ‘멜로 하고 싶어요!’ 하하. 지금 하던 대로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다. 최근 무릎 연골이 찢어졌다. 힘이 많이 들더라. 건강해야겠다 싶었다. 건강해야 오래 연기할 수 있겠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건강하게 하는 것, 지금은 그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