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가 팀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맷 윌리엄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뉴시스
기아 타이거즈가 팀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맷 윌리엄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KBO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감독의 탄생이 임박했다. 주인공은 맷 윌리엄스. 그가 이끌 팀은 KBO리그 최다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다.

2017년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엔 리그 5위를 차지하며 가까스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으나 와일드카드전에서 무너졌고, 올해는 아예 7위까지 추락했다. 특히 올해는 시즌 도중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등 내내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분위기를 쇄신하고, 명가 재건에 나서기 위해 기아 타이거즈가 선택한 새 수장은 맷 윌리엄스였다. 팀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긴, 꽤나 파격적인 행보다.

맷 윌리엄스는 전·현직을 통틀어 KBO리그 감독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해 꾸준히 기회를 얻은 그는 1990년 들어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해 올스타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타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그다.

이후에도 맷 윌리엄스는 꾸준히 정상급 활약을 펼쳤으며, 이에 힘입어 올스타 5회, 실버슬러거 4회, 골든글러브 4회, 홈런왕 1회 등 굵직한 발걸음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을 거치며 남긴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1,866경기 타율 0.268, 1,878안타, 378홈런 1,218타점이다. 선수생활 끝무렵이긴 하지만, 2001년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하기도 했다.

지도자로서의 경력 또한 눈길을 끈다. 2003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친 그는 2010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1루 코치에 선임되며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4시즌부터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에 선임돼 생애 첫 메이저리그 감독에 오르게 됐다.

맷 윌리엄스의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은 짧고 강렬했다. 첫해부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일구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당시 가장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디비전 시리즈에서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맷 윌리엄스는 첫해부터 팀을 지구 우승 및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점을 높이 평가받아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감독 2년차는 악몽 같았다. 주전들의 줄부상과 뒤숭숭한 팀분위기 속에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결국 그는 시즌을 마친 직후 경질되며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다시 코치로 복귀한 그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경력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아 타이거즈의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이다.

기아 타이거즈 구단과 팬들은 KBO리그의 ‘외인 감독 성공기’를 맷 윌리엄스가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그동안 KBO리그엔 단 2명의 외국인 감독이 있었는데, 모두 기억이 좋다. 부산을 뜨겁게 달궜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SK 와이번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물하고 떠난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다.

2008시즌부터 롯데 자이언츠를 이끈 제리 로이스터는 특유의 쾌활한 성격과 화끈한 야구 스타일로 선수 및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성적 또한 좋았다.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첫해부터 가을야구 무대에 올려놓았고, 롯데 자이언츠를 이끈 3년 내내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비록 가을야구에서 번번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말이다.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었던 트레이 힐만도 좋은 모습을 남겼다. 부임 첫해인 2017시즌엔 5위의 성적을 거두며 가까스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뒤 와일드카드전을 넘지 못했지만, 2018년엔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최고의 성과를 냈다.

이처럼 앞선 두 외국인 감독은 대체로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이들이 팀을 반등시켰듯, 기아 타이거즈 역시 반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의 감독이 될 맷 윌리엄스가 ‘외인 감독 성공기’를 이어가며 기아 타이거즈를 웃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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