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향이 '우아한 가'를 통해 약 1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수향이 '우아한 가'를 통해 약 1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조금은 소심한 여대생에서 화끈한 재벌집 외동딸로, 약 1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또 한 번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 임수향. MBN ‘우아한 가’를 통해서다.

지난 17일 종영한 MBN ‘우아한 가’는 재벌가의 숨은 비밀과 이를 둘러싼 오너리스크 팀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극중 임수향은 MC 그룹 외동딸 ‘모석희’ 역을 맡았다.

전작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속 ‘강미래’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았기에 임수향의 차기작 행보는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에 임수향의 ‘우아한 가’ 캐스팅 소식은 시청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자아냈다. 동시에 ‘우아한 가’가 아직 드라마로는 높은 인지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MBN에서 방영된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런 우려를 임수향은 가능성으로 전환시켰다. 배종옥(‘한제국’ 역), 문희경(‘하영서’ 역) 등 탄탄한 내공을 지닌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연기력을 발산, 임수향은 ‘모석희’ 캐릭터가 지닌 매력을 입체적으로 구현시키며 드라마가 지닌 통쾌감을 시청자들에게 100% 전달시키는 데 제 역을 톡톡히 해냈다. ‘인생 캐릭터 갱신’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임수향의 활약 덕분일까. ‘우아한 가’는 최고 시청률 8.5%(닐슨코리아 기준)를 달성, MB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콘텐츠가 지닌 위력을 다시금 실감케 만들었다.

최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임수향은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시청률에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며 “걱정을 많이 안고 시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캐릭터도 사랑을 많이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모석희'로 완벽 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는 임수향 / FN엔터테인먼트 제공
'모석희'로 완벽 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는 임수향 / FN엔터테인먼트 제공

- MBN 최고 시청률을 찍고 ‘우아한 가’가 종영했다. 소감이 어떤가.
“믿기지 않은 시청률을 찍고 종영을 해서 좋다. (‘우아한 가’ 출연 배우들) 저희도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서 ‘이게 실화야?’ 했다.

드라마를 많이 하지 않는 채널이었고, 시간대도 늦어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또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이후에 많은 분들이 다음 작품은 뭘 할지에 대해 물어봐 주셨다. 아마 ‘우아한 가’를 보시고 의외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한 거였는데 시청자분들이 ‘모석희’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인생 캐릭터 만났다’라고까지 말씀해주시더라. 너무 영광이고, 저한테는 (‘모석희’를 만난 게) 행운인 것 같다.”

-‘모석희’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전형적이지 않은 게 좋았다. 처음엔 ‘무슨 이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생각했다. 그럴 정도로 너무 화끈한 인물이었고, 뭐라 단정 지을 수 없는 매력이 딱 존재했다. ‘모석희’라는 캐릭터는 여러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아픔도 있고, 그 아픔을 이겨낼 에너지 또한 가지고 있다. 밝은 것 같은데 어두운 모습도 가지고 있다. 여러 색깔을 가지고 있는 친구여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또 사건을 주체적으로 끌고 가면서 ‘한제국’과 대립하는 모습들을 유지해 가는 게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모석희’로 분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연기적으로 어려웠다. 전개가 빠른 만큼 생략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감정을 다 풀어낼 시간이 없으니까. 그런 부분은 배우가 스스로 생각하면서 어색하지 않고 끊기지 않게 표현해야 한다. 대본에 표현돼 있지 않는 감정의 연결들을 찾아내는 게 어려웠다. 또 ‘모석희’가 각 인물마다 대하는 태도가 다른 부분이 힘들었다. 예를 들면 ‘허윤도’(이장우 분) 앞에서는 4차원인 모습을 보이다가 새엄마(문희경 분) 앞에서는 못된 모습을 보인다. 감정 기복도 심한 인물이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사실 (‘모석희’가) 말과 행동이 심해서 미워보이지 않을까란 걱정을 속 안에서 했었다. 미워 보이고 아니고는 종이 한 장 차이지 않나. 다행히 작가님, 감독님이 호감으로 잘 풀어주셔서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극중 화려한 패션도 화제를 모았다. 스타일링 과정에서 의견을 많이 냈나.
“이번만큼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도 없던 것 같다. 대놓고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캐릭터다. 남자 배우분들은 주로 정장 입고 나오시고, 의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많이 없다 보니 ‘모석희’ 만큼은 의상으로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감독님 역시 그렇게 말씀하셨다.

의외성을 많이 두려고 했었다. 예컨대 남들은 정장을 입을 때 혼자 편안한 잠옷을 입는다던가, 운동화가 어울리는 의상에 구두를 신는다는 식이다. 재벌룩이라고 하면 단아하고 얌전한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나. 하지만 ‘모석희’는 미국에서 온 캐릭터다 보니 그런 재벌 느낌이 아닌 할리우드 배우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외국 배우들 보면 레깅스 쫄바지 입고 커피 들고 가는 모습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그런 자유분방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또 개인소장품도 많이 이용하고, 손톱도 잘 보이진 않았지만 의상마다 맞춰 바꾸고 했다. 신경을 많이 썼다.”

-배종옥과의 대립 장면이 유독 많이 나왔다. 배종옥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으려고 애썼을 것 같은데 어땠나.
“(배종옥은) 너무 좋아했던 선배님이고 학교 교수님이기도 해서 기에 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절대 기에 눌리면 안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배종옥 선배님과 붙을 때는 더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제가 기에 눌리지 않아야 드라마에 누를 끼치지 않는거니까. 그래서 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 악물고 했던 것 같다. 또 다행히 배종옥 선배님이 ‘편한대로 다 해라. 다 받아주겠다’고 하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황제국’과 ‘모석희’의 관계는 확실하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대립 밖에 없다. 그래서 오히려 연기하기가 명확했던 것 같다.”

화제가 됐던 물고기 장례식 장면 / MBN '우아한 가' 방송화면 캡처
화제가 됐던 물고기 장례식 장면 / MBN '우아한 가' 방송화면 캡처

-물고기 장례식 장면이 큰 화제를 모았다. 대본대로 진행된 장면인가.
“원래 대본이 그게 아니었다. 초본은 더 강하게 표현돼 있었다. ‘아듀 물고기’라는 대사를 하고 손가락 욕을 하면서 나오는 거였다. 하지만 방송으로 나와야 하는 거니까 중화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 애드리브로 나온 장면(박수 치면서 나오는 장면)이다. 물고기 장례식을 하면서 CF를 찍듯 혼자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는 설정이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근데 그 장면이 방송에 딱 나갔고, 그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딱 웃었을 때 멈춰지는 장면 있지 않나.

그 신은 어떻게 보면 저희 드라마를 제일 잘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 재벌풍자나 메시지가 확실했던 장면인 것 같다. 예쁘게 나오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모석희’ 캐릭터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혹시 있었나.
“캐릭터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은 없었다. 다만 이 캐릭터가 굉장히 멋있는 여성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수동적이지 않고 전형적이지않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다.”

-‘모석희’처럼 최근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런 드라마의 흐름을 여배우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나.
“요즘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사회적인 이슈나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전작에서도 그렇고 다양한 여성의 시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런 변화는 반가운 일인 것 같다.”

-‘모석희’가 인생캐릭터라는 시청자평이 많다. 본인도 인정하나.
“캐릭터 중 속 시원한 것으로는 역대급인 것 같다. 앞으로 만날 ‘인생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인생캐’로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제 자신도 고민을 많이 한 캐릭터다. 보통은 1,2회정도 찍으면 감이 잡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6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었다. 고민하고 고생한 만큼 칭찬해주시고 응원 많이 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다. 분명 힘들고 지칠 때가 있었을 텐데 그런 칭찬과 응원이 있었기에 더 힘이 됐던 것 같다.”

'모석희' 캐릭터를 걸크러쉬하게 표현해낸 임수향 / MBN '우아한 가' 방송화면 캡처
'모석희' 캐릭터를 걸크러쉬하게 표현해낸 임수향 / MBN '우아한 가' 방송화면 캡처

-제일 힘을 줬던,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나.
“너무 많아서...한마디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즘에 고민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린 친구들이나 직장 생활하시는 여성분들이 장문의 인생 상담을 인스타그램 DM(Direct Message) 등으로 많이 보내신다. (메시지가) 많이 오다보니 답을 해드릴 순 없지만, 답을 해드리고 싶은 DM들이 있다. ‘행복한 일이 없고 잘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볼 때 제가 한마디씩 답장을 드린다. 인스타그램에는 행복해 보이는 것만 올려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저도 그렇다고 말이다. 외모 콤플렉스부터 회사 생활 문제 등 다양한 사연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답을 얻는 것 같다.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다 똑같구나하고... 일이 힘들고 지칠 때는 강아지들과 TV를 보는 것으로 푼다. 그런 힘듦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되는 저만의 생각을 한다.(웃음) 인생에 대한 답은 없지만 언니를 보면서 힘낸다는 내용을 보면 힘이 난다. 누군가 저한테 그런 고민을 풀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힘이 되는 것 같다.”

-‘허윤도’(이장우 분)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자마자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사실 러브라인이 많지 않길 바랬다. 미스터리 멜로라고 드라마를 홍보하긴 했지만 러브라인 보다 중요한 사건들이 많았고 그걸 풀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우정처럼 가는 게 멋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했다.

키스신도 어떻게 보면 갑작스러울 수 있다. 작가님이 키스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써주셨지만 배종옥 선배님이 ‘너희들 꼭 해야 된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오기도 했고, 미드(미국 드라마)에 빠져서 보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더라. 여자가 먼저 리드를 하고 싶었다.”

-현실 연애에서도 과감한 편인가.
“(과거를 상상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 저는 뭔가 잘 이해해주는 여자였던 것 같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알게 모르게 연애는 열심히 하고 있다. 항상 드라마나 영화 보면 사랑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 않나. 사랑의 경험은 배우한테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자양분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안하고 있다. 항상 친구가 옆에 있다 보니 외로움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임수향이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수향이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소감이 어떤가.
“치열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연극영화과를 나온 사람들 중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 없다. 작품도 잘되고,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사랑받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실 올해가 10주년인지 몰랐다. 팬들이 (10주년 축하) 전광판도 만들어주고, 이벤트도 받았다. 너무 감사했다. 옛날에 연기자 하고 싶어 오디션 보러 다니고, 회사 찾아다니던 기억도 나면서 감회가 새롭더라.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10주년이 되니 부담감도 느는 것 같나.
“부담감이 생긴다. 또 나이 앞자리가 바뀌지 않았나.(임수향은 올해로 30세가 됐다.) ‘말과 행동에 더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구나’라고 느낀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비롯해 여자주인공이 끌고 가는 작품을 많이 해서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 만날 인생캐가 많기에 ‘모석희’를 인생캐로 단정짓고 싶지 않다”고 말한 임수향. 기생, 사이코패스, 아기 엄마 등 다양한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10년 간의 활약상을 보고 있자면 그의 말이 와닿는다. 할머니가 되는 순간까지 배우로 남고 싶다던 임수향이 그려나갈 추후 인생캐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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