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오너일가 삼부자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세원그룹엔 10억원대 주식 자산을 지닌 주식금수저도 있다.
오너일가 삼부자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세원그룹엔 10억원대 주식 자산을 지닌 주식금수저도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연매출 2조원대의 자동차부품 중견기업 세원그룹은 최근 뒤숭숭한 분위기에 놓여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김문기 회장과 장남 김도현 세원물산 대표, 차남 김상현 세원정공 대표 등 삼부자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로 4,000억원대 배임 혐의

특히 각각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인 세원정공과 세원물산이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보도로 뒤늦게 알려지며 더 큰 충격을 안겼다. 검찰의 기소는 지난해 12월 이뤄졌는데, 재판 중인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두 회사에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그제야 기소 사실을 밝혔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두 회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중지시키는 한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심사를 거쳐 지난달 내려진 결과는 1년의 개선기간 부여다.

세원그룹 오너일가 삼부자가 받는 핵심 혐의는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배임·횡령이다. 오너일가 2세인 김도현·김상현 대표의 비상장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세원정공·세원물산 등의 이익을 빼돌린 혐의다. 이들의 배임·횡령 혐의 규모는 무려 4,2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세원그룹의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실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 오너일가 2세 개인회사 매출액에서 세원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100%에 달했다. 그리고 이렇게 거둔 수익은 배당을 통해 오너일가 2세에게 향했다.

이들은 앞서 2012년경에도 소액주주 등의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당시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관세청이 세원그룹 내부거래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해 검찰에 알렸고,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중요한 증거를 확인한 뒤 재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폭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소가 화두로 떠오른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9살 미성년자 오너일가, 반토막난 주식 자산이 ‘10억’

이처럼 오너일가 1·2세 삼부자가 나란히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세원정공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 오너일가 눈길을 잡아끈다.

세원정공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2011년생 A군이 있다. 김문기 회장의 손자로 추정되는 9살 아이다. A군은 막 7살이 됐을 무렵인 2017년 1월, 13만주의 주식을 시간외매매로 취득했다. 취득단가는 1만7,500원으로, 총 22억7,500만원이 투입됐다. 본인 스스로 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후 세원정공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현재 A군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0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2년 만에 반토막난 셈이다. 심지어 세원정공은 현재 주식거래 정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살의 나이에 10억원이 넘는 주식자산을 보유 중인 A군은 전형적인 ‘주식금수저’에 해당한다. 물론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원그룹의 경우 오너일가 1·2세대가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 또한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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