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면설, 무한동력 등 잘못된 과학정보로 혼란 유발
건강 위협하는 정보부터 유족에게 상처주는 루머까지 
잘못된 여론형성은 사회적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인터넷은 정보를 전송하는 혈관과 같다. 그리고 그 혈관을 타고 '거짓 정보'라는 독극물 역시 빠르게 흐르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처음 인류는 동굴에 진흙으로 벽화를 그렸다. 이후 시간이 흘러 석판과 목판에 정보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종이를 발명한다. 수많은 정보들이 종이를 통해 기록됐고, 저장됐으며 아주 먼 곳까지 전달됐다. 

기나긴 시간이 흐르고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정보의 저장 공간 ‘인터넷’이 탄생했다.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랜선을 타고 흐르는 전자들이 ‘그 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들을 기록하고 훨씬 더 먼 곳까지 전달’되고 있다. 

아주 소소한 내용부터 전문가들의 논문까지 어떤 정보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은 우리 사회에 정보화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방대한 지식의 도서관에는 정보를 검열해줄 수 있는 ‘사서’가 없다. 

인터넷 상에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들 사이에 암세포처럼 자라나고 있는 거짓 정보들은 대중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전달된 거짓 정보들은 잘못된 사고의 형성뿐만 아니라 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다.

◇ 지구평면설부터 무한동력까지... 과학을 부정하다

“지구는 둥글다.” 약 2,300년 전 월식 때 달에 비친 지구의 둥근 그림자를 관찰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같이 주장했다. 그리고 인류는 직접 우주를 가봄으로써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 관심이 가라앉은 이 ‘진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허무맹랑한 사실이 인터넷 상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국내 유튜브 채널에 ‘지구 평면설’을 검색하면 수많은 평면설 지지자들이 지구 평면설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거짓 정보들을 방송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인터넷 상에서 무한동력을 이용하는 영구 기관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넘쳐난다. 영구 기관은 열역학 제 1법칙에 위배되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혀졌다.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유튜버들. 그리 '놀랍지' 않게 계좌를 통해 후원을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유튜버들. 그리 '놀랍지' 않게 계좌를 통해 후원을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문제는 이런 허위 정보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평평한 지구학회(modern flat Earth societies)는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수 모여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지구가 평평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으며 그 회원 수가 1만여 명을 넘었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일부 언론사를 통해 ‘무한동력 영구기관을 개발했다’는 오보가 전해져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런 유사 과학이 퍼져나가는 것은 수천년 간 인류가 쌓아온 과학 지식에 대한 부정으로 우리의 미래 발전에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문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유사 과학 이론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고 매혹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잘못된 건강정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다

뜨거운 논란이 됐던 '안아키'의 대표가 발간한 서적./ 뉴시스
뜨거운 논란이 됐던 '안아키'의 대표가 발간한 서적./ 뉴시스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잘못된 정보는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안아키’가 대표적인 예다. 안아키란 ‘약을 안 쓰고 아이를 키운다’는 사람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다. 

안아키의 주장은 백신이나 약은 자연 해독력을 잃게 만들어 약을 쓰지 않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안하기, 고열 소아 방치, 간장으로 비강 세척,화상에 온수 목욕 등 자연주의 방법으로 아이를 치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유사 의학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한때 카페 회원 수가 6만명에 도달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화상이 심해진 아이, 수두가 악화된 아이, 호흡 곤란 및 폐렴 등의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 심지어 안아키의 대표는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숯가루, 건강식, 한약 등을 수백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안아키 외에도 수많은 유사 의학 정보들이 인터넷에 포진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예방접종은 위험한 것이다’라는 주장과 ‘동충하초의 포자가 퍼져 인류가 멸망할 것이다’, ‘암 검사를 받으면 암에 걸린다’ 등의 허위 정보를 전달하는 블로그들이 포털 사이트에 성행하고 있다. 또한 검증이 되지 않은 약물, 약초 등을 암, 백혈병 등 난치병의 특효약으로 소개하며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돈벌이로 이용되는 비극

누군가의 죽음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을 ‘무속인’으로 소개한 유튜버들은 앞서 세상을 떠난 설리의 사망 원인을 멋대로 추측하고, 심지어 자신이 설리의 영혼과 접신했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과 제목으로 구독자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추측된다. 구독자수는 결국 광고비로 연결된다. 

이들에게 있어 설리의 죽음은 그저 조회수와 후원을 늘리는 도구에 불과하다./ 유튜브
이들에게 있어 설리의 죽음은 그저 조회수와 후원을 늘리는 도구에 불과하다./ 유튜브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의 꿈속에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나타나 영접했다는 무속인, 개구리 소년으로 유명한 대구 성서초등학생 살인 암매장 사건의 범인 예상 등 비극을 그저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하지만 자극적인 소재에 이끌린다. 1만이 넘는 유튜브의 조회수가 그에 대한 방증이다. 이런 루머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유가족이다. 이런 루머들이야말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잘못된 여론 형성으로 사회 전체에 위협... 거짓 정보 필터링 할 수 있어야

위에 언급한 정보들은 제 3자의 입장으로 바라봤을 때 너무나 뻔한 거짓 정보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저런 거짓 정보에 현혹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믿기 시작했을 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은 거짓 정보에 너무 쉽게 노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짓 정보를 옹호하는 이들이 모여 잘못된 집단 여론을 빠르게 형성할 수 있다”며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위험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과거엔 거짓 정보를 필터링 할 수 있는 언론 매체의 힘이 강했으나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너무나 쉽게 거짓 정보가 유통되는 구조”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거짓 정보에 대한 규제 강화와 이용자 스스로 거짓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9월 기준으로 5G 가입자 수 346만명을 돌파했다. 이제 인터넷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정보를 저장, 전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우리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접할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거짓 정보들 역시 상상 이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IT기술을 통해 위험한 거짓 정보들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독극물처럼 지금보다 더 빠르게 인터넷 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퍼져나간 거짓 정보들은 점점 더 교묘하게 진실 속에 숨어서 사회의 안녕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거짓 정보를 스스로 걸러낼 능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독버섯의 치명적인 위험에서 누구도 안전하리라 보장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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