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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감쪽같은 그녀] 혼자 아닌 우리, 비로소 가족
2019. 11. 1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가 베일을 벗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가 베일을 벗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특기는 자수, 용돈벌이는 그림 맞추기. 동네를 주름잡으며 나 혼자 잘 살고 있던 말순(나문희 분) 할매 앞에 다짜고짜 자신을 손녀라고 소개하는 열두 살 공주(김수안 분)가 갓난 동생 진주까지 업고 찾아온다.

외모, 성격, 취향까지 모든 것이 극과 극인 말순과 공주는 티격태격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지내지만, 필요한 순간엔 든든한 내 편이 돼주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돼간다. 하지만 말순은 시간이 갈수록 공주와의 동거 생활이 아득하고 깜깜하게만 느껴진다.

국민배우 나문희 주연의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가 베일을 벗었다. 72세 꽃청춘 말순 할매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막히고 수상한 동거를 그린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가족이 돼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다.

‘감쪽같은 그녀’로 호흡을 맞춘 나문희(왼쪽)과 김수안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감쪽같은 그녀’로 호흡을 맞춘 나문희(왼쪽)과 김수안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성격 차이로 겪는 갈등 속에서 진정한 가족으로 성장해나가는 말순과 공주의 모습이 따뜻한 감동을 안긴다. 낯설기만 했던 이들이 든든한 편이 돼주며 특별한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이 뭉클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늘 함께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더 무관심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감쪽같은 그녀’는 조손가정과 노인 치매, 독거노인 등 사회적 문제를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특별한 존재가 아닌 주변, 혹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현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혼자’가 익숙한 현시대에 ‘함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웃음도 터져 나온다. 말순과 공주의 티격태격 ‘케미’는 물론, 대낮에 화투판을 벌이는 말순의 이웃들, 공주의 같은 반 친구들이 극에 활력을 더한다. 특히 공주와 삼각라인을 형성하는 우람(임한빈 분)과 황숙(강보경 분)은 남다른 존재감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나문희의 존재감은 가히 대체불가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나문희의 존재감은 가히 대체불가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나문희는 온몸을 던진 열연으로 관객을 단숨에 극으로 끌어당긴다. 유쾌한 코미디부터 가슴 절절한 감동까지 모두 아우르는 관록의 연기로 극을 이끈다. 그의 눈빛부터 표정, 걸음걸이 하나까지 살아 숨 쉰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순간,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가히 대체불가다.

애어른 손녀 공주로 분한 김수안도 제 몫을 해낸다. 부산 사투리부터 진한 여운을 남기는 감정 연기까지 무난히 소화한다. 특별출연으로 힘을 더한 천우희(박 선생 역)부터 고규필(동광 역), 아역배우 임한빈·강보경 등도 호연을 펼치며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연출을 맡은 허인무 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휴먼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극장을 나서면서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러닝타임 104분, 12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