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선언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선거법 개정안 및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법(공수처) 저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1대 1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 선거법·공수처 철회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돌입

황 대표는 단식에 앞서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웃음도 희망도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의 추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반 동안 제 귀에는 국민들 삶 속에서의 생생한 비명들이 들려 왔다. 그런데 이 정권과 그에 야합한 세력들의 연합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개헌선까지 넘어서는 것을 어떻게 양심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두고 볼 수가 있겠느냐”며 “황교안의 오늘의 단식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절절한 단식이라는 점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세 가지를 요구한다”며 “대통령께서 자신과 한 줌 정치세력의 운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 앞으로 이어질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단식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보수통합과 당 혁신을 위한 의지도 드러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망국 정치를 분쇄하려면 반드시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자유민주세력의 대승적 승리를 위해 각자의 소아를 버릴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저는 무기한 단식을 통해 소아의 마지막 자취까지 버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정치공학적’ 해석과 철저한 선긋기

황 대표의 단식투쟁은 당 안팎의 갈등요소를 잠재우고 반문재인 전선의 구심점이 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유우파 통합론 띄우기, 1대 1 영수회담 제안, 총선 패배 시 사퇴선언에 이은 네 번째 승부수다. 단식투쟁을 통해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 등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경우, 손상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단식투쟁의 공감대 확대다. 역대 야당의 지도자들은 투쟁의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을 선택했고, 결국 여론을 움직여 정부여당의 양보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에 반대해 ‘5시간 30분 동안 릴레이 단식을 하겠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말을 바꿨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의식한 듯 당내에서는 ‘정치공학적 해석’과 철저히 선을 긋고 황 대표의 진정성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누군가는 나서서 이 시기에 온몸을 던져 투쟁해야 하지 않겠냐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단식투쟁은 겨울철 풍찬노숙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황 대표는 청와대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계획했으나, 천막설치가 불허되면서 국회 본청 앞으로 자리를 옮겨 단식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황 대표의 결정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때 아닌 단식은 방미 대표단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어깃장 놓기와 힘 빼기가 될 뿐”이라고 했으며 바른미래당은 “뜬금없는 단식으로 우리 정치 수준을 얼마나 더 떨어뜨릴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의당도 “앞뒤가 맞지 않고 타이밍도 뜬금없다”며 “안팎으로 자유한국당 혁신 이야기가 많은데 그 답이 단식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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