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대중화 발목잡는 콘텐츠 부족
건강, 과몰입, 범죄 악용 등 문제 발생

바야흐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등 ‘실시간 3D 그래픽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VR‧AR 시장 의 대중화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5세대 이동통신 5G의 등장으로 대용량 데이터의 신속한 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실시간 3D 그래픽 시대’가 도래했다. VR‧AR기술은 엔터테인먼트, 교육, 의료 등 일상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어 앞으로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ICT기업들의 VR‧AR 시장 주도권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 역시 VR‧AR 시장 확보를 위해 각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앞다퉈 다양한 VR‧AR 관련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 VR‧AR의 대중화, 콘텐츠 부족이 ‘걸림돌’ 

그러나 다양한 콘텐츠의 부재, 가격 부담 등이 VR‧AR 시장 대중화에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 VR의 경우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전용기기인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가 필요하다. 이용자들 대부분 HMD는 가격이 비싸고 무거워 사용에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불편함을 감소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하다. 2016년 이후 출시된 VR콘텐츠 중 확실한 인기를 끌고 있는 ‘킬러 콘텐츠’는 전무한 상태다. 대부분의 VR 콘텐츠는 3D의 가상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이용하지만 정작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길어야 20분에서 30분에 불과하다. 

이용자들에게 조금씩 외면 받는 VR에 대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 기업들도 조금씩 줄게돼 콘텐츠 개발은 점점 더 더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구글은 3년 간 야심차게 준비했던 VR 헤드셋 기기 ‘데이드림 뷰’의 판매 중단 등 VR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VR 사업도 과거에 영화 ‘아바타’로 인해 잠시 열풍이 불다 급락한 3D TV 사업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포켓몬 고(GO)' 이후 출시된 AR게임은 대부분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AR 역시 콘텐츠 부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AR게임은 지금까지 출시된 콘텐츠 중 지난 2016년 7월 출시된 ‘포켓몬 고(GO)’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흥행 콘텐츠가 없다.

‘포켓몬 고’는 AR기술을 이용해 현실 공간에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거나 승부를 즐기는 컨셉의 게임으로 출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해리포터 마법사연합’ 등 포켓몬 고와 유사한 AR게임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전부 반응은 미지근하다.

DMC리포트가 발표한 ‘2018 모바일 게임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AR 게임 이용률이 2017년 23.8%에서 1.0%로 대폭 감소했다. AR 게임의 설치율 역시 50.2%에서 6.4%로 포켓몬 고의 유행이 끝남에 따라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VR‧AR 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0월 7일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통해 ‘5G 시대 선도를 위한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을 심의·확정했다. 이를 통해 VR·AR등 실감콘텐츠산업 분야에 올해부터 5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 건강, 과몰입, 범죄 악용 등 다양한 문제점 발생

콘텐츠 부족 외에도 VR‧AR 기술로 인한 건강, 과몰입, 범죄 악용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VR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HMD의 경우 무게가 300g~700g 수준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를 장시간 착용할 시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무거운 무게의 HMD를 착용할 경우 머리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게 된다. 이때 목에 가해지는 하중은 평소 5배 이상으로 높아져 목뼈와 근육, 인대에 무리가 가게 되고 장시간 지속 시 목 디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눈의 피로로 인한 근시, 망막 이상, 시력 저하와 3D화면에 의한 ‘IT 멀미’도 주의해야할 점으로 지적했다. 대부분의 IT멀미는 일시적인 증상이지만 반복될 경우 몸의 평형을 담당해주는 천정기관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의를 요했다.

VR‧AR 콘텐츠에 과도한 몰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문제도 있다. 이 문제는 특히 AR에서 심하게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컴퓨터와 교육(Computer & Education)’ 저널에 발표된 ‘수학 교실에서 증강 현실에 대한 심리학적 관점’이라는 논문에서 “AR은 사용자에게 현실과 구분되지 않아 증강현실 자체가 마치 현실인 것처럼 대체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출시된 포켓몬 고(GO)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과몰입으로 인해 수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뉴시스
지난 2016년 출시된 '포켓몬 고(GO)'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과몰입으로 인해 수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뉴시스

실제로 AR 게임 이용 도중 판단력이 흐려져 발생하는 사고는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 연구진들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포켓몬 고의 인기가 한창 절정이던 2016년에 미국에서는 포켓몬을 획득할 수 있는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26.5% 증가했다. 연구진들은 2016년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약 14만 건의 교통사고가 포켓몬 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과몰입 부작용들은 13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 시기에 더욱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감각 기관과 판단력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 성인보다 자극에 더욱 민감한 성장기 청소년들은 AR과 VR이 주는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판단력, 감정 조절 등 정서발달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VR‧AR기술에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기술로 합성하는 것)’와 접목시켜 연예인,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한 불법 음란물 콘텐츠 제작 등 범죄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처벌 조항이 없는 것이 문제다. 

디지털성범죄를 처벌하는 근거조항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타인 신체를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것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합성과 VR‧AR의 악용 등은 처벌을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이버 범죄가 처음 출현했을 때 처벌조항이 없어 혼란이 일어난 것처럼 VR‧AR 기술에 대한 처벌 조항과 규제가 미비하다면 미래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처벌 조항과 이용 규제를 통해 올바른 VR‧AR 이용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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