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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규제 완화 필요 강조… “세계적 추세 따라야” 국토부 “항공사 외국인 경영참여 논의된 바 없어”
[항공산업 뒤집어 보기③] “항공산업 비상(飛上) 위해 규제완화 필요”
2019. 11. 22 by 제갈민 기자 min-jegal@sisaweek.com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와 국내 항공사 임원, 국토부 관계자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제갈민 기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와 국내 항공사 임원, 국토부 관계자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규제 완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항공업계는 항공산업 규제당국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측에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산업 규제는 국제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단절돼 불합리하고 불편한 점이 많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항공 부품교역 무관세와 항공유 세금 감면을 비롯해 외국 자본 유입, 외국인 임원 등기와 관련한 법규 개정 등이 있다.

특히 현재 외국인 임원 등기와 관련된 규제는 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진에어는 지난해 외국인 신분인 조현민(조 에밀리 리) 한진칼 전무를 등기임원(부사장)으로 등재해 국토부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이후 항공업계에서는 해당 법령 개정과 진에어 제재 논란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한국교통연구원은 세종시에서 ‘항공산업 이슈 세미나’를 열고 국적 항공사에 대한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과 지분참여 문제를 논의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정부 첫 토론회로, 외국인 경영참여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창재 조선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임원이라고 해서 면허를 불허하자는 주장은 과하다”며 “신쇄국주의 정책처럼 비쳐질 염려가 있는 만큼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항공업계 곳곳에서는 외국인 임원 등기와 관련해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산업은 국내 시장에 국한된 산업이 아닌 세계에서 다른나라 항공사들과 경쟁하는 글로벌 산업인데 대한민국 정부가 팍팍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 브리티시항공
(왼쪽부터) 울릭 스벤손 루프트한자 CFO, 벤자민 스미스 에어프랑스-KLM CEO, 알렉스 크루즈 브리티시항공 CEO는 소속 항공사와는 다른 국적의 외국인임에도 고위직 임원을 맡고 있다.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 브리티시항공

그러면서 그들은 항공 산업 후발주자인 에티하드항공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사가 된 배경에 대해 강조한다. 또 루프트한자나 에어프랑스, 국제항공그룹(IAG) 등도 함께 거론한다. 이 항공사들의 공통점은 외국인 임원 선임에 큰 걸림돌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루프트한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웨덴 출신이며,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영국 출신이다. 영국 브리티시항공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이 합병해 발족한 IAG의 CEO는 아일랜드 출신이다. IAG 소속 브리티시항공 CEO도 스페인 국적이다.

이에 반해 현재 국내 항공사의 외국인 임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각각 1명을 고용했지만 그마저도 미등기임원이다. 직책은 2명 모두 안전보안실장으로, 경영에 직접적인 간섭이 안 되는 선에서 외국인 임원을 고용한 것이다.

특히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진에어 사업면허 취소 논란이 발발한 직후 칼럼을 통해 현재 한국 항공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허 교수는 “(현행법은) 국적항공사에 대한 외국의 실효적 지배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취지이지만, 현재 외국인의 임원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며 “오히려 외국자본의 유치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전문가를 임원으로 선임하는 경우 또는 외국인에게 경영을 모두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 사업은 먼저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운송사업은 본래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산업 초기부터 국제노선 취항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미국도 항공 업계 규제를 전면 철폐한 규제완화법을 1978년 공표하면서 항공자유화 조류가 일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결과 지금은 항공사 간 합병그룹이 글로벌 항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허 교수는 “(항공업계에) 단 한 명의 외국인 임원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은 경영진의 역량강화를 저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일 뿐”이라며 “이 기회에 해당 법규의 개정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에는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제9회 항공산업전망세미나를 열어 항공 산업의 수요 예측과 미래를 논의했다. 특히 세미나에 참석한 이재운 홍콩중문대학 교수는 항공업계 조인트벤처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최근 아세안 지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합작투자 항공사 현황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효율적이지 못한 국내 항공사업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에어아시아는 여러 국가와 조인트벤처를 통해 촘촘한 항공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효율성 높은 노선을 운항 중이다”며 지난 15년간 아시아 전역에서 합작투자 항공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자유로운 협력이 항공사 마다 단점을 최대한 상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선 이뤄질 수 없는 법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임원을 원천 배제하기 위해 법에 명문화하고 (항공사에) 외국인 임원이 한 명이라도 있을 시 면허를 취소하는 사례(국가)를 본 적이 없다”며 “이는 굉장히 보호적인 측면인데, 보호적인 측면이 있다 할지라도 철학이 있다거나 당위성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 당위성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찾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항공업계 전문가들이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항공업계 내에서 외국인 임원 등기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적이 있으나, 국토부에서 검토를 하고 있지는 않다”며 “관련 내용 검토 계획도 아직 없다”고 못박았다.

또 지난 11일에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허희영 교수와 김기대 국토부 항공정책실 과장,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부사장),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국내 항공사 본부장 및 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들도 항공업계 규제완화를 국토부 측에 요청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토론회에 정부 대표격으로 참석한 김기대 국토부 과장은 항공산업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업계가 요구하는 규제 개혁과 관련해 정부 부처들과 협의해나가겠다는 원론적입 입장만을 고수했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국토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토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항공사 외국인 임원 등기 합법화와 외국 자본 유입, 항공부품 무관세 등 규제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