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안보·안전과 연관된 국가기간산업 강조
외인 임원, 현행법 상 임원 절반 미만 등기 가능

/뉴시스
진에어는 지난해 여름,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외국인 신분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재임한 사실이 국토교통부에 적발되면서 항공면허 취소 위기를 맞았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항공사는 외국인 임원 등기와 외국 자본 유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들다. 지난해 진에어 사태 이후 항공사는 외국인 임원 등기가 불가능하다는 논란이 일어 업계가 불만을 표하고 있다. 국내항공사는 외국인 임원 등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까. 이는 2017년 3월을 기점으로 불가능해졌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조현민(조 에밀리 리) 한진칼 전무(이하 조 전무)가 진에어 부사장(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것과 관련해 진에어에 제재를 가했다.

국내에서 항공운송사업을 영위하려면 항공사업법, 항공안전법 등이 제한하는 결격사유에 해당되는 사항이 없어야 한다.

현행 국내 항공관련 법령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주식이나 지분을 2분의 1 이상 소유 또는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 대표자가 외국인이거나 임원 수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하는 경우 등의 사유에 해당하면 항공기 등록이 불가하며, 항공운송사업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또 항공사업법 제9조 제6호로 인해 임원 중 단 1명이라도 외국인이 있다면 결격사유에 해당된다.

이는 외국 자본이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항공업은 국내 영공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특성 탓에 안보 및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임원 등기로 문제가 불거져 국토부 제재까지 받은 진에어가 대표적이다. 진에어는 관련 문제로 인해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소 위기에까지 처했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진에어 대표이사)의 딸인 조 전무가 당시 진에어 부사장으로 재직했는데, 그가 미국 국적의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외국인 신분인 조 전무가 진에어를 사실상 지배한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진에어는 지난해 8월 국토부 제재가 가해진 후 1년3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진에어 외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인천도 외국인 등기임원이 재직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국적을 가진 ‘브래드 병식 박’ 씨가 지난 2004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6년 동안 비상근 사외이사(등기임원)로 재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7월, “사외이사는 회사의 일상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로서 항공법상 외국인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 임원은 2010년 3월 임기 만료에 따라 퇴임했고 처음부터 국토부 신고, 증권거래소 공시 등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과거 외국인을 등기이사로 올릴 수 없게 한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면허 취소 사안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국토부는 항공법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항공사가 단 1명이라도 외국인 임원을 등기했다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간주한 것이다.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지는 행위이지만 외국인 임원 등기를 무조건적으로 금지시해 항공업계를 옥죄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됐다./그래픽=김상석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애경그룹, KCGI 등 3개 국내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고, 이 중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품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 외국 자본과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뛰어든 기업을 보더라도 전부 국내 자본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다.

구체적으로 △외국 자본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국내법인 또는 대표자가 외국인인 국내법인 △외국인 등기임원이 과반수에 해당하는 국내법인 등은 대한민국 국적항공사 경영 자체가 불가능해 대부분 아시아나항공 인수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만일 외국 자본이 항공사 지분 50% 미만을 가지고 있더라도 국토교통부가 판단했을 시 실질적인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면허 인가가 힘들다. 외국 항공사나 외국 기업의 참여도 없었다.

이렇게 외국인 임원 금지나 외국 자본 유입을 철저히 견제하는 국토부로 인해 항공업계는 세계적인 추세인 항공사 간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 등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쉽지 않다. 

반면, 외국의 경우는 자국 항공사에 대해 이러한 규제를 하고 있는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덕분에 우수한 인재를 최고경영책임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임원직에 선임한다. 또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국적의 항공사 간 M&A를 협의해 합병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렇게 외적·내적 성장을 이뤄내고 단점을 상호 보완해 세계 항공사와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임원 금지’ 관련 법령은 1991년 항공법 ‘제6조’에 첫 명시됐으며, 1999년 해당 내용이 현재와 같이 일부 수정됐지만 골자는 바뀌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