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3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3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칼을 뽑았다. 구체적인 공천 규칙을 밝히지 않은 채 현역의원 3분의 1 컷오프와 50% 이상 교체라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현역 교체율이 25%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21대 총선과 이후 대선까지 자유한국당을 황교안 체제로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일은 아직까지 벌어지지 않았다. 풍찬노숙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당 대표를 비난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한마음으로 당 대표를 응원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국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수통합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분열의 신호탄을 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 당내 반발 불구 ‘물갈이’ 강행 예고

실제 당 해체와 지도부 퇴진을 요구했던 김세연 의원,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김무성 전 대표 등이 황 대표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으며, 현역의원들은 물론이고 원외위원장들도 황 대표와 면담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탄핵’과 관련해 황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김진태 의원도 지원에 가담했다.

다만 공천룰 발표 즈음에 원심력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당 밖에는 유승민 의원이 변혁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을 계획하고 있고, 무소속 이정현 의원, 이언주 의원 등도 창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황 대표의 공천방침에 반발해 현역의원 대거 이탈이 이뤄지고 당 밖의 세력과 합종연횡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밀어붙일 기세다.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들어간 것도 당 혁신과 무관치 않다. 공식적인 명분은 지소미아 연장과 선거법·공수처 철회지만, 여기에는 당을 혁신하기 위한 의지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단식에 앞서 호소문에서 황 대표는 “혁신이 멈추는 순간 당의 운명도 멈춘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혁신에 임하겠다”며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고 했었다. “누군가는 단식을 폄훼하고 저의 생각을 채찍질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도 했다.

◇ 빈약한 정치기반 극복이 관건

황 대표의 행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새정치연합 대표시절 총선전략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노계, 안철수계, 김한길계, 손학규계, 정세균계, 민평련계, 호남계 등 계파가 난립했던 당시 새정치연합의 공천갈등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문 대통령의 ‘공천혁신안’이 발표되자마자 안철수계와 호남계를 중심으로 공개적인 반발이 일어났고, 분열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혁신안을 고집했고, 끝내 안철수 전 대표와 호남계 등 일부 계파가 국민의당으로 떨어져 나갔다.

분당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침없었다. 온라인 당원모집에 이어 준비했던 영입인재 발표까지 마친 뒤 전격적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공천권과 당권을 넘겼다. 결과적으로 야권 분열이라는 악재 속에서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함과 동시에 복잡했던 당내 계파구도를 한번에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최근 민주당 내 반발이 타 정당과 비교해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정치기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속자였던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주주로서 혁신을 밀어붙일 정치적 기반이 존재했다. 이에 반해 황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속자라고 보기 어려우며, 비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황 대표가 청와대 앞 단식투쟁을 통해 ‘반문재인’ 고리 중심에 서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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