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가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로 돌아왔다. /굳피플
배우 이영애가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로 돌아왔다. /굳피플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프레임 안의 공기마저 달라지게 하는 배우.

영화 ‘나를 찾아줘’를 연출한 김승우 감독이 배우 이영애를 두고 한 말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관객 앞에 선 이영애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듯한 열연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이영애가 ‘나를 찾아줘’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감독 박찬욱)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 분)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김승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돼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 중 이영애는 아이를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뛰어든 정연 역을 맡았다. 매 작품 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해온 이영애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로 더욱 깊어진 연기 내공을 발휘한다.

정연으로 완전히 분한 그는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실의와 아픔부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 홀로 아들을 찾아 나서는 강인함까지 폭넓은 감정이 응축된 입체적인 연기로 표현, 호평을 받고 있다. 화장기 하나 없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는 덤이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귀환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정연으로 분한 이영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정연으로 분한 이영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실제로 만난 이영애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빛나는 아름다움은 화면 속 그대로였지만, 의외의 유머와 솔직한 입담으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스크린 안에서도, 밖에서도 빛나는 이영애다.

-복귀작으로 ‘나를 찾아줘’를 택한 이유는.
“김승우 감독이 신인 감독이지만 10년 이상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 고뇌한 흔적들이 느껴졌다. 대본이 탄탄했고, 감독의 내공이 보였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역할이었기 때문에 고민을 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울림이 좋았고, 함께하고 싶었다.”

-정연을 어떤 인물로 해석했고,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어떤 분이 주위에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부모가 있는데, 정연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 생활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아이를 찾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하더라. 나도 연기를 하면서 만약 이 아이가 세상에 없었다고 생각을 한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연은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언젠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현실에도 발을 내디뎌야 하고, 마음과 정신은 떠 있고. 그런 이중적이고 복잡한 감정을 가진 엄마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정연의 눈빛이나 표정, 뒷모습을 통해 정연의 복잡한 심리를 그리려고 했고, 감독과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나갔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자면.
“아이를 잃은 엄마였기 때문에 쉬운 장면이 없었다. 항상 피폐해있고 공허한 마음을 갖고 가면서 현실을 사는 정연을 표현해야 했다. 감정의 수위 조절도 중요했다. 너무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고, 절제가 필요했다. 액션도 어려웠다. 길게 해본 것은 처음이다.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준비를 했다. 액션도 연기의 일환이기 때문에 새롭게 배워야 해서 힘들었다.”

이영애가 복귀작으로 ‘나를 찾아줘’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굳피플
이영애가 복귀작으로 ‘나를 찾아줘’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굳피플

-실종아동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영화가 그리는 현실이 우리 사회와 꼭 닮아있어 더 씁쓸하더라.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누구나 관심은 있지만, 먹고살기 바쁘니까 다 지나가는 거다. 자신의 생활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메시지를 던져주고, 조금이라도 울림이라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 실종 아동 전단지도 한번 볼 거 두 번 보게 되지 않겠나. 영화 자체의 울림이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고, 관객들 스스로 자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되고, 언론시사회 후 반응도 좋다. 그러나 관객들이 선택하기엔 쉽지 않은 소재인 듯한데.
“맞다. 무겁고, 어둡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더라. 너무 스릴러 쪽으로 몰아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스릴러라고 보지 않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누구나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이다. 부모와의 관계를 떠나서라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오랜만에 복귀한 촬영 현장이었는데, 달라진 점이 있었나. 
“촬영 시간이 달라졌다. 그래서 시간 배분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시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육아도 하고 그랬다. 그 밖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오랜만에 현장에 왔으니까 분위기도 좋았고, 밥차도 맛있었다. 매일 집에서 오늘 저녁에는 뭐 먹지 고민을 하다가 오늘 저녁엔 뭐가 나올까 고민을 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더라. (웃음)”

-임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이 달라진 점도 있었나.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지금은 출퇴근을 해야 하니까 짧은 시간 안에 더 집중하고, 빠져나왔다. 집에서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하니까. ‘친절한 금자씨’ 때는 집에 와서도 계속 금자 생각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지 않겠나. 공허한 눈빛으로 신랑을 바라볼 수 없었다. 하하. 빨리 역할에 빠져나와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역할에 집중했다. 균형을 잘 잡기 위해 노력했다.”

-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었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늦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다 보니 엄마의 역할이 컸다. 그것만 하는 것도 너무 힘이 들더라. 그동안 제안도 들어왔고, 좋은 작품도 있었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울 수 없는 감정이다. 이제 가정에서의 아내와 엄마, 배우로서의 텐션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를 찾아줘’는 시기적으로나 모든 것이 다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이영애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굳피플
이영애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굳피플

-가족들이 응원도 많이 해주나.
“우리 딸이 얼마 전에 경쟁작인 ‘겨울왕국2’를 보고 왔다. 본인도 미안했던지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를 예쁘게 찍어 인증 사진을 보냈더라. 그런 게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엄마 나간다고 하면 예쁘게 하고 나가라고 하고, 위아래 훑어보면서 ‘이러고 나갈 거냐’고 한다. 하하. 아들도 엄마가 없을 때는 스스로 알아서 잘 하고, 남편도 아이들을 잘 돌봐준다.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찍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다작 배우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나.
“대본을 받았을 때 첫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감’이라고 하지 않나. 촉을 많이 믿는 편이다. 더 들어가자면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폭넓은 역할이나 다양함, 새로움 그리고 주제의식, 스토리 구조 등을 본다. 결혼 후에는 남편과 많이 상의를 한다. 이번 작품도 선택할 때 도움을 줬고, 촬영할 때도 스태프들 고기도 많이 사주고 아이들도 많이 봐줬다. 하하. 남편도 촉이 좋다. 이성적인 분이라 웬만해서는 좋은 소리를 안 하는데, ‘나를 찾아줘’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거다. 500만은 걱정 없다고 하더라. 그런 말 말라고 했지만, 비판적인 분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진짜 좋은 건가 싶더라.(웃음)”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영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에 대해 ‘선입견’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바꾸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그동안 이미지를 만들어야지 해서 만든 건 아니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과 CF 영향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다. 가정을 갖고 나서 많이 편해지고, 나만 돌아보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작품을 택하는 것에 있어서도 폭넓게 생각하게 됐다. ‘나를 찾아줘’는 배우 입장에서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나를 찾는 과정에서 이 영화를 만났다. 나를 알아가는 일환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새로운 면을 보니 재밌더라. ‘나한테도 저런 눈빛과 분위기가 나오는구나’ 싶었다. 나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경쟁작 ‘겨울왕국2’ 반응이 뜨겁다. 부담도 있겠다.
“스크린(상영관)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조금만 더 줬으면 좋겠는데.(웃음) 한국영화가 잘 돼야 좋지 않나. 한국영화를 살린단 생각으로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많이 전파해주셨으면 좋겠다.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영화들이 잘 되면, 계속 나올 수 있다. ‘나를 찾아줘’가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이제 배우 이영애를 자주 볼 수 있는 건가.
“잘 봐주시면. 하하. 잘 돼서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다시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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