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가 SBS '집사부일체', '리틀 포래스트'를 통해 예능은 물론, SBS '배가본드'를 통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후크엔터테이너 제공
이승기가 SBS '집사부일체', '리틀 포래스트'를 통해 예능은 물론, SBS '배가본드'를 통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후크엔터테이너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올 한 해 연기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숨가쁘게 달려온 사람을 꼽자면 단연 이승기다. SBS ‘집사부일체’,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예능은 물론, SBS ‘배가본드’를 통해 2019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 이승기. ‘연예계 대표 만능엔터테이너’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어느덧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이승기다. 2004년 1집 앨범 ‘나방의 꿈’으로 데뷔한 이승기는 KBS2TV ‘소문난 칠공주’(2006)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세를 이어 KBS2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고정 멤버로 출연, 엄친아 이미지와 반대되는 허당끼 넘치는 모습으로 ‘국민 허당’ 수식어를 획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노래, 연기, 예능 모두를 섭렵한 것.

2019년 이승기의 행보엔 다양한 활약만큼이나 시도들이 엿보인다. SBS ‘집사부일체’를 통해 베테랑 예능인으로서 면모를 선보이는 한편, 자신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SBS 육아 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불어넣은 이승기다. 또한 이승기는 SBS ‘배가본드’를 통해 연기적 변신도 꾀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변함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드러냈다.

'배가본드' 속 '차달건' 역을 통해 남성적인 매력을 대방출한 이승기 / SBS '배가본드' 방송화면 캡처
'배가본드' 속 '차달건' 역을 통해 남성적인 매력을 대방출한 이승기 / SBS '배가본드' 방송화면 캡처

무엇보다 지난 23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는 ‘배우’ 이승기의 숨겨진 가능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아낸 드라마다. 극중 이승기는 조카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차달건’ 역을 맡아 수준급의 액션을 소화, 그간 선보인 캐릭터들 중 가장 남성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액션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이승기의 남다른 카리스마는 ‘국민 남동생’ ‘국민 허당’ 등 그에게 뒤따르는 수식어를 잊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에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승기는 ‘배가본드’로 찾은 새로운 모습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선물”이라고 표현할 만큼 달라진 모습에 대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차달건' 역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이승기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차달건' 역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이승기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차달건’ 역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소감이 어떤가.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선물은 ‘이승기가 액션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것이다. ‘저런 와일드한 연기도 되는구나’ ‘이승기만의 액션이 있네’하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었다. 특출나게 무술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뛰고 체력 좋은 부분이 연출에 의해 배가돼 전해진 것 같다. 멜로나 로코(로맨틱 코미디)에 국한되지 않고 액션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찾게 된 것은 배우로 엄청난 행운인 것 같다.”

- 액션 장면이 많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죽는 줄 알았다. 하하. 계속 달리고 뛰고 쭈그려 앉고, 그런 액션들을 많이 하다 보니 근육이 뭉치고 피로가 누적되더라. 촬영하면서 피로감이 있었다. 다만 이를 극복했기에 좋은 액션신을 다룰 수 있었던 것 같다. 웬만한 액션 장면은 제가 다 소화하려고 했다. (극중 나오는 액션 장면들 중) 70~80% 소화한 것 같다.

전 세계 어느 배우도 본인이 액션 장면을 100% 소화하는 사람은 없기도 하지만, 모로코에서 뛰고 달리고 차로 점프하고 등은 제가 거의 다 했다. 웬만해선 다 했고, 재밌더라. 유리를 뚫고 나가는 장면 등 위험요소가 있는 장면만 액션 대역 배우분이 해주셨다.”

-캐릭터가 남성적인 매력이 많다는 점이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결정적 이유가 됐나. ‘배가본드’ 출연 이유가 무엇인가.
“군 제대 전, 말년 휴가 때 유인식 감독님과 맥주를 한 잔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배가본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차달건’ 캐릭터 제안을 받았다. 액션 배우로서의 이미지, 와일드한 이미지에 대한 계산을 했던 것은 아니다. 해보고 싶었던 장르 중 하나라 ‘재밌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군대를 다녀온 경험 때문에 이러한 액션이 가능했던 걸까.
“저도 좀 궁금하긴 하다. (군대 가기 전) 액션을 좋아하기도 했고, 액션 스쿨에서 배운 적도 있다. 남자들이 다 그렇지만, 칼 쓰고 총 쓰는 거 좋아한다. 군대에서 이스라엘 용병들이 쓰는 ‘크라브마가’라는 무술을 배웠기도 했고, 몸 쓰는 것도 좋아하는 게 이 작품을 만나면서 빛을 발휘한 것 같다.”

-‘차달건’은 조카를 잃은 유족의 입장으로 나온다. 무거운 역할이었는데 어떻게 캐릭터 분석을 했나.
“영화는 2시간이면 끝나지만 드라마는 16부작이기에 하나의 연기톤으로만 이끌어갈 수 없다. 연기 톤을 결정하는 게 어려웠다. 제일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 실제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카가 죽어 목숨을 걸고 쫓아다닐 만한 ‘차달건’의 감정상태를 표현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보기에도 극단적인 감정표현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조카를 잃은 유가족의 입장에서 '차달건' 역을 그려나가며 깊은 감정선을 드러냈던  이승기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카를 잃은 유가족의 입장에서 '차달건' 역을 그려나가며 깊은 감정선을 드러냈던 이승기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 과장된 감정 표현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는 것인가.
“작품을 시작할 때 ‘리얼리티로 갈까’ ‘(전형적인 드라마에 맞는) 맞춤형 연기로 갈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차달건’의 분노가 납득이 되고 버겁지는 않지만, 계속 소리 지르는 장면을 보고 듣다보면 시청자들도 피로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 부분은 빠져도 되지 않을까’하는 부분이 스스로도 있다.

다만 ‘차달건’은 보는 사람들이 불편한 게 맞는 것 같다. (조카가 죽음을 당했다는) 불편한 상황에 놓여있고, 정상적인 사고와 인내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조카를 테러로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테러가 아니었고, 또 덮으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는 미친듯이 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디테일면에서는 당연히 반성하고 고쳐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차달건’ 자체는 불편한 인물이 맞는 것 같다.”

-MBC ‘구가의 서’ 이후 수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장르가 액션이다 보니 서로의 신체를 이용하는 것도 많고, 터치도 많이 들어갔다. 안 친하면 조심스럽고, 굳이 대본에 없는 것은 안 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지 씨는 워낙 편했다. 또 워낙 다 받아준다. 촬영하면서 서로 피드백이 많이 오고 갔고, 되게 편하게 촬영했다.”

-이번 작품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했는데, 혹시 ‘연기대상’ 욕심이 있는가.
“저는 늘 상을 바란 적이 없다. 작년도 제가 노려서 받은 것은 아니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이승기는 지난해 ‘SBS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만약 지금 제 위치에서 어떤 상을 받는다면 ‘배우 이승기’에게 주는 것이 아닌, ‘배가본드’ 팀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래, 예능, 연기 세 가지를 다 섭렵한 연예게 대표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 예능, 연기 세 가지를 다 섭렵한 연예게 대표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 연기, 예능 세 가지를 평균 이상으로 하는 연예인을 찾는 것이 손에 꼽는다.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
“비결이라기보단... 열정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요즘엔 ‘연예인 이승기가 가지는 깊이’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원하는 것 같다. (가수로) 쉽게쉽게 선택해서 컴백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젠 더 내 이야기를 담고 싶기 때문이다. 만약 앨범이 나온다면 이젠 내 이야기가 담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작곡가가 주는 노래로 잘 만든 싱글앨범 하나 내는 것보다는, 내 생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

-‘가수 이승기’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다. 가수로 준비 중인 게 있나.
“딱 ‘준비 중’이라 말하긴 어렵다. 생각은 되게 오래 전부터 해왔다. 군대에서 훈련하면서 목을 꽤 쓰다 보니 많이 상했다. 그리고 잘 돌아오지가 않더라. 작년은 (목 때문에) 혼돈의 시간이었다. ‘왜 목이 돌아오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올해 요가 등을 통해 몸을 보수해주면서 목도 돌아오고 컨디션도 좋게 돌아오고 있다. 구상 중인 것은 있지만 딱 들어간 것은 없다.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나중에 말씀드리게 될 것 같다.”  

-워낙 열심히 하는 이미지가 있기도 하지만, 올 해 정말 쉼 없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떤 목표를 두고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올 해 목표가 생겼다. 안 잘 하려고 하는 게 목표다. 15년 동안 연예인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대충한 적 없다는 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서 너무 잘 해야한다는 강박을 지니고 살아온 것 같다. 세상은 원하는 것처럼 다 잘 안될 수도 있는 데 말이다. ‘왜 너무 잘 하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힘들게 하나’라는 생각을 올해부터 하고 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많은데 채우는 것은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 방송을 할 때 너무 잘 하려는 욕구를 조금 빼면 어떨까 생각한다. 안 그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인데 책임감 정도만 가지고 즐겁게 하는 게 보는 사람도 좋지 않을까 란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

-이런 생각 때문인지 요즘 예능에서 많이 여유로워 보인다. 예능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진 것 같은데 어떤가.
“예전에는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강)호동 형이 늘 계셨기 때문에 스나이퍼 같은 활약을 했던 것 같다. 호동 형이 하는 것을 보면서 치고 빠지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작진이나 모두가 저에게 기대하는 바가 늘어난 상황이다. SBS ‘집사부일체’가 곧 100회를 맞이한다. 초반에는 다 잘하고 싶어서 늘 전투적인 자세로 임했다면, 이젠 좀 내려놓고 멤버들을 더 믿게 되는 것 같다. 치열했던 만큼 시청률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내가 가진 책임감만 가지고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이승기가 데뷔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기가 데뷔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영석 PD와는 다시 호흡 맞출 계획 없나.
“저도 되게 보고 싶다. (강)호동 형도 너무 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연락은 계속한다. (나영석PD)와 둘이 보는 건 문제가 아닌데 다 같이 보고 싶으니까... 보고 싶다는 많은 분들이 니즈가 있으니, 니즈가 충족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배우 이승기’가 아닌 ‘30대 남자 이승기’로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연예인으로서 그리고 30대 남자 이승기로서 밸런스를 잘 맞춰야한다는 걸 생각하곤 한다.일과 크게 말하면 가정, 결혼이 될 것 같다. ‘결혼을 언제 해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나’에 대한 질문을 (이)서진 형, (강)호동 형, (유)재석 형 등 불특정다수와 다 한다.(웃음) 여러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40대를 넘기면 결혼과 멀어진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이 시기에 할거야’라고 해서 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부단히 노력은 하고 있다.”

 어떤 연예인이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할 때 제가 간 길들을 보면서

‘이승기가 간 길도 나쁘지 않고, 될 수 있구나’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싶다.

데뷔 15년 동안 이승기는 군 입대를 제외하곤 큰 공백기 없이, 쉬지 않고 ‘만능 엔터테이너’로 달려왔다. “이젠 조금 지친다는 느낌이 든다”고 가볍게 흘린 그의 말 속엔, 무거운 진심이 느껴졌다. 열심히 달려온 이승기, 마음 편히 쉴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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