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교진이 JTBC '나의 나라'를 통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키이스트 제공
인교진이 JTBC '나의 나라'를 통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키이스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배우 인교진과의 인터뷰는 ‘그가 이토록 웃긴 배우였던가’란 생각을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문득 ‘나의 나라’ 속 ‘박문복’ 캐릭터가 그토록 재미있고 감칠맛 났던 이유의 바탕엔 원래 유쾌한 그의 성격이 반영돼 있었음을 깨달았다. 배우 인교진의 ‘재발견’이다.

내년이면 데뷔 20년 차에 접어드는 인교진이 인생 캐릭터를 제대로 만났다. 인교진은 JTBC ‘나의 나라’를 통해 염장이 출신의 ‘박문복’ 캐릭터를 코믹한 분장만큼이나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드라마 ‘나의 나라’가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만들어내기 위해 서로 칼끝을 겨눈다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묵직하게 그려진 바. 극중 인교진은 코믹함과 인간적인 매력을 앞세운 캐릭터로 묵직한 작품에 쉼터 역할을 하며 극의 감칠맛을 제대로 살리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인교진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인교진은 KBS2TV ‘동백꽃 필 무렵’에 ‘황용식’(강하늘 분)의 둘째형으로 깜짝 등장,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곁들인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올 한 해 코믹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심스틸러’로 활약한 인교진.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인교진은 “스스로는 보여줄 게 더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문복' 역을 통해 신스틸러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 인교진 / JTBC '나의 나라' 공식 홈페이지
'박문복' 역을 통해 신스틸러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 인교진 / JTBC '나의 나라' 공식 홈페이지

-‘박문복’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아낌없이 다 보여준 것 같은가.
“아무래도 더 보여줄 게 저 나름대로는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함에 있어) 제 나름대로 배역에 대한 작가가 된 것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이런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가 아쉬움이 없진 않은 것 같다.

극중 재밌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대다수였다. 목숨을 오가는 전쟁터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진지한 장면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장혁(‘이방원’ 역) 선배님처럼 말이다. (웃음)”

-‘박문복’ 캐릭터가 개성이 강한 캐릭터였다. 역할을 표현함에 있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나의 나라’ 촬영을 처음 들어갈 때 외형적인 모습이나 어느 지역의 사투리를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했었다. 또 순간 순간 대사에서의 장난스러운 모습들에 대한 의견을 많이 냈다.”

인교진이 '박문복' 캐릭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전했다. / 키이스트 제공
인교진이 '박문복' 캐릭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전했다. / 키이스트 제공

-극중 까맣게 분장한 치아가 유독 인상 깊었다. 어떻게 치아 분장을 할 생각을 했나.
“평소 치아를 가지고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아내가 우울할 때 (제가) 치아에 김을 붙이고 장난치면 좋아해준다. 또 아이들도 좋아한다. 평소에 자주 치아를 가지고 놀기도 했고, KBS2TV ‘백희가 돌아왔다’를 촬영했을 때도 누렇게 치아를 분장한 적이 있다.

‘나의 나라’가 사극 작품이었고, 극중 캐릭터가 떠돌이 생활을 오래하고 처절한 인물이었는데 이를 어떻게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김진원 감독님과 채승대 작가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치아를 까맣게 분장하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했고, 마침 좋아해 주셔서 그렇게 하게 됐다.”

-치아 분장은 어떤 방법을 이용해 한 것인가.
“보통 치아 분장에 쓰이는 약품이 있다. 그걸 바르고 음식을 잘못 먹으면 (분장한 게) 껍질처럼 일어나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마시는 것만 먹고 액션도 하다 보니 살이 많이 빠졌다. 4kg정도 빠진 것 같다.”

-혹시 분장한 모습을 딸들도 보았나.
“봤다. 저희 딸들은 대번에 알더라. 큰딸 하은이가 ‘이 썩은 사람, 아빠다’하고 말하더라. 또 ‘아빠 사탕 먹고 이 안 닦아서 저렇게 된 거다. 이 닦아야 한다’고 하면서 칫솔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하.”

-‘박문복’ 역이 그간 했던 캐릭터들 중 유독 독특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매번 작품하기 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이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재밌고 감초 같은 이미지가 아니었나는 생각을 한다. 또 그런 생각 때문에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고민들에 비해 잘 해낸 것 같아 지금은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극중 ‘화월’(홍지윤 분)과의 러브라인도 있었는데, 어땠나.
“사실 이 부분을 가장 고민 많이 했다. 초반에 외모적으로 너무망가져서 ‘과연 멜로가 될까’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중간에 시간이 점프하면서 치아를 하얗게 만들었다. 조금은 허구가 있고 과장된 것도 있다. 확실히 사실적으로 납득이 될 수는 없는 상황들이지만 해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화월’이에겐 미안했다.”

-올해 코믹한 연기로 새로운 면모를 많이 보여 주었다. 코믹한 연기가 본인에게 맞는 것 같은가.
“맞는 것 같다. 저는 저만이 할 수 있는 코드가 있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나라’ 외에도 KBS2TV ‘저글러스’ 등의 작품에 인교진의 개인적 모습과 정서가 다 담겨 있다고 본다. 스스로가 재밌는걸 하면서 ‘이건 이렇게 표현해볼까’ 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코믹한 연기로 올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인교진/ 키이스트 제공
코믹한 연기로 올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인교진/ 키이스트 제공

-코믹한 연기 말고 멋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안 드나.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곤 싶다. 근데 될지 모르겠다. 분장을 해주시는 스태프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예전에 악역 하신 분들이, 자식들이 ‘너네 아빠 나쁜 사람이잖아’하는 말을 많이 들어 정체성을 고민하신다고...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다 사라진 배우들이 많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어떻게 해야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뜩 너무 치아를 까맣게 하면 안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하.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도 드라마에 나온 저를 알더라. 한 번쯤은 멋있는 역을 해야 하는데,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드릴지가 의문이다.”

-‘동백꽃 필 무렵’에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임상춘 작가님과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함께 작품을 했었다. 차영훈 감독님과도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있다. 드라마에선 (역할)이름이 언급되진 않지만, 캐릭터 이름이 ‘두식’이었다.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연기할 때 역할 이름이 ‘두식’이었다. 생각해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좋은 드라마에 족적을 남기게 됐다.(웃음)”

-‘동백꽃 필 무렵’에서 짧은 출연이었지만 임팩트 있는 사투리 연기로 호평을 한 몸에 얻었다. 혹시 네티즌 반응을 봤는가, 인상 깊은 댓글이 있나.
“‘동백꽃 필 무렵’에서 특별출연으로 나왔다. 특별출연은 인물이 쌓아온 서사가 크게 없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충청도 현지에서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쓰시는 말투를 사용했다. 그걸 많이 좋아해주셔서 굉장히 뿌듯했다. 사실 ‘동백꽃 필 무렵’ 대사가 너무 재밌고 해서, 집에서 따라 하기도 했었다.

인상 깊다긴 보단... ‘인교진 최고’ ‘인교진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나’ ‘인교진이 드라마를 살렸다’ 등의 반응만 생각난다. ‘치아가 왜 저러냐’ 이런 건 기억 안난다. 하하. 톡을 보면 전체적으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한편으론 좋고 또 한편으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쓰여 있는 말들 잘 받아드려 앞으로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다.”

어느덧 내년이면 데뷔 20년 차를 맞이하는 배우 인교진 / 키이스트 제공
어느덧 내년이면 데뷔 20년 차를 맞이하는 배우 인교진 / 키이스트 제공

-내년이면 데뷔 20년차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어떤가.
“2000년 MBC 공채로 데뷔했다. (옛날을 생각해보면) 신인이란 이야기를 10년 정도 들었었다. 그 시절이 길었는데... 그래도 항상 제 가치를 알아주고 높게 평가해주는 아내 소이현이 있어 다행이다. 또 그로 인해 제 역량을 늦게나마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기에 행복하다. 예전 생각을 하면서,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음 좋겠다고 많이 생각한다.”

-다가오는 2020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
“스스로 작품을 오래 쉬고 안하는 걸 반대하는 편이다. 감이라는 게 있지 않나. 어느 정도 좋은 시기에 작품을 만나 하고 싶다. 예능도 하면서 즐거웠기 때문에 저한테 맞는 예능이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인간 인교진으로서 바쁘게 보낼 수 있는 한 해였음 좋겠다.”

인교진과의 인터뷰는 흔치 않을 정도로 많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배우 인교진’에 대한 답을 할 땐 누구보다 신중했다. 2019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자신의 숨겨진 가능성을 드러낸 인교진, 그의 다가오는 202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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