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무자녀 맞벌이 부부’인 딩크(Dobble Income No Kids)족들이 늘어나면서 2인 가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사회에서도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늘어나는 비혼족, 사회 지형도 바꿨다

초저출산과 고령화 추세, 만혼과 비혼주의 확산 등으로 한국 인구구조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개별 가구의 소비 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9.1%였던 2인가구는 2017년 26.7%로 증가했다.

소비 항목별로는 식료품 비중이 1990년대 20%대 후반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 14%를 기록했고, 외식·숙박 관련 지출 비용은 8%에서 14%로 증가했다. 

특히 39세 이하 가구주들은 1990년대에 가장 비중이 높았던 식료품·비주류 음료 비중이 줄고, 음식(외식포함)·숙박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1인가구나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 평균 가구원 수의 감소로 인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이 인구 구조가 변하면서 변화된 소비 패턴에 가장 빨리 반응한 곳은 유통가다. 

딩크족의 증가로 인해 최근 대형마트에서는 가정간편식과 소포장 재료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예진 기자
딩크족의 증가로 인해 최근 대형마트에서는 가정간편식과 소포장 재료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예진 기자

우선 대형마트와 편의점 식품코너만 봐도 달라진 추세를 느낄 수 있다. 밑반찬, 메인반찬, 국 등 다양한 음식들이 간편식으로 출시되고 있고, 식재료를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메인반찬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들도 다양해졌다. 불과 5년 전에는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를 만드는 곳이 오뚜기, CJ제일제당, 풀무원 정도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업체들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마트의 ‘피코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메인반찬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삼계탕, 설렁탕, 냉동볶음밥 정도라 선택지의 폭이 좁았다면 현재는 제조사도 다양하고 음식의 종류 또한 안주, 찌개, 불고기, 전골 등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내내 HMR로 저녁 식사를 차릴 수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수산물 간편식 등 생선도 HMR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소포장 제품도 마찬가지다. 어린잎, 새싹, 무순, 깻잎, 마늘, 양파, 대파, 감자, 더덕 등 개별 재료가 아니라 카레용 채소, 계란말이 채소, 볶음밥용 채소처럼 바로 넣어 먹을 수 있도록 손질을 마친 제품들이 진공 포장돼서 나오기도 한다. 맞벌이 부부의 저녁 식사 제조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가전제품도 크기가 줄고 있다. 예전에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으나, 이제는 1~2인 기준 제품도 생산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가구를 구성하는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필요한 것 이상의 소비는 낭비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경쟁적으로 용량을 키우던 가전업계도 소가구에 적합한 적정 용량의 가전에 주목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는 ‘냉장고’다. 예전에는 큰 냉장고를 선호했지만, 더 이상 크기와 기능이 비례하지 않게 됐다. 적은 용량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져 크기는 줄이고 기능은 늘리는 상황이다. 유럽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보쉬의 신제품 냉장고는 2~3인 가구가 사용하기 적합한 505L의 용량을 제공하면서, 음식 보관의 이상적 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기능들로 채워졌다.

대표적 혼수인 전기압력밥솥도 마찬가지다. 많은 양의 밥을 한번에 지을 필요가 없는 1~2인 가구의 경우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밥과 냉동밥을 선호한다. 최근 쿠첸에서 선보인 IH압력밥솥의 경우 최대 3~4인분만 취사할 수 있고, 최소 14분 내에 빠른 취사도 가능해 빨리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은 맞벌이 부부와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김치냉장고도 소형을 선보이는 추세다.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소형 일렉트로맨 김치냉장고’나 위니아딤채의 ‘쁘띠 김치냉장고’, 파세코의 ‘냉동겸용 김치냉장고’ 등은 70L에서 120L 정도의 작은 용량을 선택했다.

또한 요즘 가장 인기있는 가전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 ‘에어프라이어’일 것이다. 기름없이 고온의 공기로 튀김요리부터 바비큐, 스테이크, 생선구이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 1~2인 가구의 인기를 얻고 있다. 

/쿠첸보쉬파세코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전의 사이즈도 줄어들고 있다. 쿠첸에서는 4인용 밥솥이 나왔으며, 보쉬에서는 505L 용량의 냉장고, 파세코에서는 소용량의 김치냉장고를 선보였다. /쿠첸·보쉬·파세코

◇ 국가정책, 가장 변화 느려… 딩크족·비혼족 삶 함께 고민해야  

유통 다음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딩크족 수요에 반응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주택의 다운사이징이 심화되며 근래에는 소형 주거시설의 선호도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역세권 및 문화, 여가생활의 접근성을 가진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주거난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아파트 공급량 중 전용면적 59㎡ 이하의 소형 타입은 약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찾는 것이다. 

또한 신혼부부를 위한 풀옵션 전·월세 임대도 생겨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천정형 에어컨 외에도 드럼 건조기, 의류 관리기 등을 갖춰놓은 주거시설도 있다. 이는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큰 가전을 구매했을 경우 이사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변화가 느린 곳은 국가 정책이다. 사실 국가에서는 초저출산 사회임을 인식하고 출산율 제고에 힘을 쓰고 있다. 국가가 국가로서 유지되려면 인구 재생산이 없는 계층을 위해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2040세대의 삶의 질 개선’으로 바꾸겠다고 출범 초 밝힌 바 있다. 출산 장려보다는 출산 친화적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직은 재정적·환경적·건강적인 여건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한 ‘비자발적’ 딩크족을 위한 출산 유도 정책이 많다. 

/보건복지부
국가에서는 딩크족의 존재를 인지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올 8월부터 이달까지 진행되고 있는 '대화가 ㅍㅇ해' 포스터. /보건복지부

그러나 ‘자발적’ 딩크족과 ‘비자발적’ 딩크족이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가정 형태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행사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피임실천 릴레이 토크콘서트 ‘대화가 ㅍㅇ해’를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진행 중이다. ‘ㅍㅇ’은 ‘피임’을 초성으로 표기한 것이지만, ‘필요’ 등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그동안 사회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피임’이라는 주제에 대해 당사자들 간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얼핏 보면 단순한 피임실천 캠페인 같은 이 행사가 눈길을 끄는 점은 단순히 정부의 ‘출산 독려’가 아니라 딩크족, 비혼족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진행된 행사에서는 피임 및 계획임신 강의에서는 자녀를 원할 때 임신을 준비하는 방법 뿐 아니라 임신 의사가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임 방법에 대해 전했다.

또 임신 계획이 있는 부부의 자산관리와 임신 계획이 없는 딩크족의 자산관리를 분리해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재무 설계가 가능하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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