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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딩크족이다②] “무자녀도 개인의 선택”… ‘딩크족’의 항변
2019. 11. 29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픽사베이
본지는 딩크족을 선택한 3쌍의 커플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무자녀를 선택한 커플들의 상황 상 얼굴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픽사베이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무자녀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Dobble Income No Kids)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딩크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아서다. 이에 기자는 이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가 만난 커플은 총 3커플이었다. 다만 기자는 무자녀를 선택한 이들의 상황을 고려해 인터뷰이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유자녀와 무자녀는 선택 사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다만 딩크족을 선택한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 “누군가의 희생” “미루다 보니”… 선택의 여러 이유

딩크족을 선택한 그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다만 여성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인 만큼 선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부담을 주면서까지 출산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커보였다. 또 각자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커리어의 문제도 있었으며, 자녀를 낳아 키울 때 드는 고비용을 감당하고 싶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강원도에서 부부가 함께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남편·45) 씨와 정모(아내·35) 씨는 결혼 2년차 부부다. 그들은 출산을 원치 않은 이유로 “일이 매우 바빠 아이를 돌볼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여자의 인생 반 이상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출산과 육아에 할애되는 점이 안타까웠다”면서 “아내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누군가의 희생 없이 하고 싶고, 사회적인 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것에 자신이 없다”며 “아이를 키우려면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나) 스스로를 아이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인간으로) 키우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홍모(남편·34) 씨와 최모(아내·33) 씨는 부부 모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지만 임신·출산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경우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결혼 직후가 각자 커리어 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아이 갖기를 미루다 보니 현재의 삶에 만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무자녀를 결혼 전부터 선택한 것은 아닌 경우다.

다만 최씨는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인위적으로 자녀를 가지려고 노력하며 고통 받고 싶지 않다”며 “시험관 시술 등을 하는 부부들이 있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그 과정을 견디는 것은 가혹하다”고 강변했다. 이어 “그렇게까지 해서 자녀를 갈구할 필요성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오모(아내·28) 씨는 7세 연상의 외국인 남편과 올해 초 결혼했다. 오씨는 “아직 신혼인데다 내가 몸이 안 좋다보니 남편이 임신을 반대했다”며 “그렇게 미루다 보니 아이를 지금 당장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져서 비자발적인 딩크족 상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씨 부부는 아직 자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자녀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아이가 있어야만 부부사이가 끈끈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딩크족’이 얻는 것… “안정적인 지출·서로에게 더 집중”

기자는 그들에게 ‘딩크족으로서 살아가며 얻는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공통적인 답변으로는 ‘자유’였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지출·취미·직업 등에서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오씨와 남편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아이가 있으면 어느 한 곳에 정착해 안정적으로 아이에게 ‘올인’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남편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떨어져 있다 해도 자의로 선택한 것이지만 아이가 있으면 타의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있는 집은 그들의 행복이 있을 것이지만, 아이가 없어도 서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씨가 꼽은 장점은 △계획 없는 지출 줄일 수 있음 △외식·여행지 선택에 자유 △시간·체력이 모자라지 않아 자유로운 애정표현 △양가 부모와 형제·자매를 챙길 수 있음 이었다. 그러면서 “집안일도 자발적으로 먼저 본 사람이 하게 된다”며 “또 자녀가 있으면 응급실 등 계획되지 않은 지출이 생기는데 둘이서는 지출이 예상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남편 이씨도 “서로의 삶을 더 신경 쓰며 함께 소통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며 “우리만의 삶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해진다”고 밝혔다.

최씨도 딩크족의 장점으로 ‘재정 안정’을 꼽았다. 최씨는 “자녀만 없다면 저축이 필요 없는 수준”이라며 “각자의 취미와 사회생활에 보다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할애할 수 있어 자기계발에 좋다”고 했다. 이는 결국 자녀가 생겼을 경우 지금 누리고 있는 재정 안정과 시간 여유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또 그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가사분담’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퇴근 후 살림에 육아까지 하면서 자기 끼니도 못 챙기고 고된 하루를 보내더라”며 “이 과정에서 남편과 갈등을 많이 겪는 것 같았다. 자녀 취학 전까지 시기가 많은 부부들에게 위기이기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본지 기자가 딩크족들에게 질문한 결과 딩크족의 장점은 역시 '자유'였다. 의사결정에서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힘든 점은 사회의 시선이었다. 무언가 하자있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픽사베이

◇ “자녀가 없다고 부족한 사람인가요?”

그렇다면 딩크족들이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결국은 ‘사회의 시선’으로 인한 수많은 질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출산과 가족계획은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출산에 대한 질문 이외에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경제성장 등의 문제에 인구가 중요한 것은 알고 있으나 사회나 국가에서 결혼한 사람의 의무처럼 출산을 언급하는 것이 껄끄럽다”며 “어르신들이 ‘자녀를 낳아 애국하라’는 말을 하는 것도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가 있어야 노후가 편하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시선이 싫다고 했다. 정씨도 “뭔가 조금이라도 부족한 것이 있으면 ‘자식이 없어서 생각이 짧다’, ‘아직 어리다’ 등의 무례한 말을 쉽게 한다”고 비슷한 대답을 했다.

특히 정씨는 ‘임신을 못 해서 딩크족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다고 한다. 자녀가 없는 가정에 대해 ‘하자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는 “딩크족 때문에 저출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되는데 근데 저출산의 이유가 오직 딩크족 때문이겠느냐”고 꼬집어 말했다. 또 그들은 “자녀가 없으니 노후를 굉장히 걱정해주는데, 자녀는 노후대책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오씨는 “아이 생각이 없다고 하면 뭔가 나보다 주위에서 더 아쉬워한다”며 “그런데 육아가 즐겁다는 이야기 보다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하니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내 몸 상태가 달라지면 임신한 것 아니냐는 질문들도 당연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지만…괜찮다는 인식 늘어났으면”

기자는 이들에게 ‘딩크족에게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질문했다. 그러나 ‘인구의 재생산’을 목표로 하는 국가 입장에서 ‘딩크족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인터뷰 대상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었다. 오히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국가의 방향이라는 의미다. 한 커플은 “자녀를 낳지 않는다고 세금 더 내라는 소리만 안 하면 된다”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다만 몇몇 커플들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향후 실버타운 등 복지 시설, 세금, 연금 등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복지 시설이나 병원비, 노인 돌봄 서비스 등은 딩크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인 인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본지가 만난 딩크족들은 각자의 이유로 무자녀를 선택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달라’는 부탁이 가장 많았다. 사회적인 인식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었다. 

이씨는 “출산에 대한 생각은 없지만 자식을 키워야 한다면 입양 생각은 있다”며 “그런데 입양 얘기를 꺼내면 ‘너희는 왜 남의 아이를 키우려 하냐’면서 화를 내를 경우가 많더라. 사회적인 시선이 아직 (옛날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딩크족은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며 “사회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자녀가 없으면 이혼하기 쉽고, 자녀 때문에 참고 산다는 부모세대의 논리는 현재 2030세대와 맞지 않다”며 “이혼 후 여성들이 받는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자녀가 없을 때 여성들의 홀로서기가 더 쉽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오씨는 “꼭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