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이 오랜 단역 생활을 청산하고, 올해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싸이더스HQ 제공
김혜윤이 오랜 단역 생활을 청산하고, 올해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싸이더스HQ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5년 간의 단역 생활을 이겨내고, 올 한 해 무게감 있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우뚝 성장한 배우가 있다. 2019년 남다른 활약으로 기대주로 두각을 드러낸 배우 김혜윤이 주인공. 특히 김혜윤은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통해 첫 주연에 도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다시금 빛냈다. 김혜윤의 2019년에 ‘찬란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2013년 KBS2TV 드라마 ‘TV 소설 삼생이’로 데뷔한 김혜윤은 영화 ‘숨바꼭질’(2013), ‘적도’(2015), ‘죽여주는 여자’(2016), ‘살인자의 기억법’(2017) 등 다수 작품에서 단역으로 활약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갔다. 그리고 2019년 JTBC ‘SKY 캐슬’에서 ‘강예서’ 역으로 출연한 김혜윤은 임팩트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했다.

‘강예서’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차기작에 대한 우려감이 적지 않았던 바. 김혜윤은 우려를 기회로 삼으며 자신의 진가를 재입증해냈다. 지난달 21일 종영한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통해 김혜윤은 첫 주연에 도전, 명량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은단오’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전작의 여운을 말끔하게 지워냈다.

통통 튀는 '은단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예서' 그림자를 지워낸 김혜윤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공식 홈페이지
통통 튀는 '은단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예서' 그림자를 지워낸 김혜윤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공식 홈페이지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김혜윤의 연기력을 다시금 확인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만화 속 세상이라는 전제 아래, 작가가 그린 설정값 내부인 ‘스테이지’와 바깥세상인 ‘쉐도우’ 그리고 ‘전 작품’인 사극까지. 하나의 작품에서 3개의 세계관을 그려내야 했기 때문.

자칫 잘못하면 복잡한 설정 탓에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채 외면당할 수 있었지만, 김혜윤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스테이지’와 ‘쉐도우’를 분리시키는 연기를 선보이며 강한 판타지적 설정을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냈다. 김혜윤의 연기력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윤은 “첫 주연이라는 사실보다 드라마 설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컸다”며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떠나보내는 소감을 마치 ‘단오’가 살아숨쉬 듯 사랑스럽게 전했다.

-첫 주연작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많이 아쉽다. 첫 주연이라는 사실에 설렘도 있었지만, 두렵고 무섭기도 했다. 또 부담감도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 ‘은단오’ 역을 연기하면서 첫 주연이라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보단 드라마 설정을 풀어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컸다. 복잡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기로 설득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을 했다. 또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현장에서 잘 잡아주셨기 때문에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은단오'로 연기한 소감을 전한 김혜윤 / 싸이더스 HQ 제공
'은단오'로 연기한 소감을 전한 김혜윤 / 싸이더스 HQ 제공

-전작 속 ‘강예서’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이에 ‘은단오’ 역을 소화함에 있어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전작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 보니, ‘어떻게 전작의 모습을 안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다. ‘SKY 캐슬’을 장기간 촬영했다보니 아무래도 극초반엔 색깔이 묻어나왔는데,  이를 김상협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또 워낙 캐릭터 역할이나 배경이 다르다보니 서서히 분리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은단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부분도 많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은단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로코(로맨틱코미디) 드라마나 영화를 굉장히 많이 찾아봤다. 평소 애교가 많은 편이 아닌데, 극중 캐릭터가 애교가 많은 편이지 않나. 애교나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게 부작용처럼 아직까지 남아있다. 하하.

tvN ‘오 나의 귀신님’(2015) 박보영(‘나봉선’ 역) 선배님이나 tvN ‘도깨비’(2016~2017) 김고은(‘지은탁’ 역) 선배님 모습을 많이 찾아봤었다. 워낙 사랑스러우셔서 따라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흡수가 되진 않더라. 그냥 시청자 입장으로 봐버렸다.(웃음) 그래서 내 안에 숨겨진 사랑스러움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고만 했던 것 같다.”

-극의 중심을 잡아야하는 인물로서의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은단오’ 역을 하면서 아무래도 'SKY 캐슬‘ 속 ’한서진‘(염정아 분) 역이 많이 떠올랐다. ’한서진‘ 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초반에 들었다. 극중 ’한서진‘이 모든 캐릭터들을 다 만나고 다니지 않나. ’은단오‘도 모든 캐릭터들을 만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화책 속이라는 설정을 알리는 것, 만화책이라는 설정 안에서 엑스트라였다는 것 등 중요한 사실의 시작을 여는 동시에 단오를 만남으로서 다른 캐릭터들이 살아나는 느낌이라 부담감과 책임감이 너무 컸다. 주변 또래 동료 배우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너가 다 혼자 짊어지고 가지 말라’고 조언 해줬다. 응원해주고 격려해줬기에 그나마 제가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후반부에는 다른 배우들의 서사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짐을 좀 던 느낌이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원작 웹툰과 다른 내용으로 전개됐다. 이 점에 대한 우려감이 혹시 있었나.
“사실 웹툰의 내용이 워낙 참신하고 독특한 것도 있고, 웹툰 자체로 설명되는 것들이 있지 않나.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드라마화 됐을 때 어떻게 표현이 될까 가장 많이 걱정을 했었다. 웹툰의 내용과 많이 달라진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듣곤, 중간부터는 웹툰을 안보고 시나리오에만 집중했다.

드라마화된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웹툰의 내용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걱정이 되더라. 웹툰팬분들이 원작과 많이 달라 아무래도 실망 하셨을 수도 있다. 저는 드라마만의 매력으로 잘 표현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재만 가지고 왔고 내용은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에 원작 팬분들은 정말 실망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중 로운, 이재욱과 로맨스 케미를 그려낸 김혜윤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공식 홈페이지
극중 로운, 이재욱과 로맨스 케미를 그려낸 김혜윤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공식 홈페이지

-극중 로운(‘하루’ 역)과 이재욱(‘백경’ 역)과의 케미는 어땠나.
“또래여서 즐겁게 촬영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초반의 부담감과 압박감이 더해지면서 뒤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도도 떨어져 100% 몰입하기도 힘이 들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옆에 있어 많이 의지도 됐고, 잘 챙겨줘서 촬영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루’와 ‘백경’ 말고도 2학년 7반 친구들, ‘도화(정건주 분)’ ‘남주(김영대 분)’ ‘주다(이나은 분)’ ‘세미(김지인 분)’ ‘수철(김현목 분)’까지도 극중 학생으로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또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첫 작품이거나 첫 주연인 배우들이 많아서 서로 이해도 빨리되고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 고등학생 생활은 어땠나.
“실제 고등학생 때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고3 때에는 학업보단 실기에 치중을 두며 학원을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고1, 고2 시절엔 반 친구들과 엄청 잘 지냈다. 시끄러운 아이였다. 고1 담임선생님이 저희 어머니께 연락해서 ‘혜윤이가 참 활발해요’라고 돌려서 말씀하신 기억이 있다. 그때 저희 어머니가 ‘아휴~ 전교에서 혜윤이 모르면 간첩이죠’라고 맞받아치셨다고 하더라. 하하. 활발하고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다.

중학생 때는 더 가관이었다. 쉬는 시간 10분이 주어지지 않나. 그때 1반부터 10반까지 앞문으로 들어가 뒷문으로 나가는 방식으로 순찰을 돌았었다. 그러면서 친구들의 안부를 직접 들으러 다녔던 기억이 있다.(웃음)”

-극중 사극의 색깔을 지닌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해당 장면을 소화하면서 사극 드라마에 대한 욕심이 생기진 않았나.
“처음 해보는 장르기도 하고, 준비 기간이 짧았어서 너무 어려웠다. 접해보지 않았다는 것에서 오는 낯섦이 가장 컸다. 그 시대만이 지니고 있는 옷, 말투, 단어가 너무 생소해서 스스로 ‘맞게 하고 있는건가’란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해당 장면은 애드리브 전혀 없이 100% 대본대로만 찍었다. 다른 말이 생각이 나도 ‘이 말투가 맞나’ ‘이 단어를 이 시대에 쓰긴 하나’에 대한 생각이 많아서 애드리브를 하지 못했다. 이에 스스로 사극에 대한 욕심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사극적 분위기가 가미된 장면을 소화한 김혜윤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방송화면 캡처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사극적 분위기가 가미된 장면을 소화한 김혜윤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방송화면 캡처

-‘SKY 캐슬’과 ‘어쩌다 발견한 하루’ 외에도 그간 학생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아무래도 학생이란 신분 자체가 주는 표현의 한계가 존재할 터. 학생이란 신분을 벗어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
“교복을 벗어서 이미지 변신을 해야겠단 생각보단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은 ‘(교복이 아닌) 다른 옷을 입는 직업군으로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예서’와 ‘단오’ 캐릭터를 했으니 다른 캐릭터를 하겠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지금 제가 드는 생각은 24살에 할 수 있는(나이에 걸맞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어쩌면 하이틴 드라마도 이때가 아니면 못했을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사실 고등학생 연기를 하려면 이젠 5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또 5년 전 고등학생이랑 지금 고등학생이랑은 환경이 많이 다르지 않나. 그 부분에 있어 디테일하게 보여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더라. 대학교는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억이) 따끈따끈하다. 그래서 대학생 연기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올해 두 작품을 통해 큰 호평을 많이 얻었다. 이러한 호평을 들으면 느낌이 어떤가.
“좋은 반응들이나 기사들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 1분에 한 번씩 포털사이트에 들어가거나 새로 고침을 눌러본다. 하하. 근데 부담감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전작에서 느꼈던 부담감처럼, 긍정적으로 오는 부담감인 것 같다. 다음 작품을 할 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나 할까.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시너지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영화 ‘미드나이트’를 통해 내년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색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되는가.
“영화 ‘미드나이트’ 촬영을 드라마 촬영 중에 마치고, 현재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중 비중이 그렇게 크진 않지만, 일단 제가 지금까지 해봤던 캐릭터가 아니다. 또 ‘미드나이트’에서 발랄한 대학생으로 출연하는데, 현재 제 나이와 가장 들어맞는 캐릭터다. 제 모습이 가장 많이 담겨 있어 색다를 것 같다.”

길었던 단역 생활과 비교해 달라진 점에 대해 밝힌 김혜윤 / 싸이더스 HQ 제공
길었던 단역 생활과 비교해 달라진 점에 대해 밝힌 김혜윤 / 싸이더스 HQ 제공

-길었던 단역 생활을 마치고, 올해 주연까지 섭렵하며 큰 성장을 보였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가장 변화된 부분이 무엇인 것 같나.
“대사량이 전과 확실히 다르다. 하하. 그때(단역으로 활동할 때)는 책대본을 받아보고 싶었었다. 단역으로 활약할 때는 A4 용지로 대사를 받았었다. 지금은 책대본도 있고, 역할 이름도 있지 않나.

겉으로 보기엔 이런 점들이 달라졌지만 마인드는 그때랑 같으려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이번 작품 하면서도 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분량이 많다보니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지치더라. 체력적으로 지치니까 정신적으로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대사를 처음 받았을 때의 설렘을 계속 떠올리려고 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갈 생각이다.”

-내년이면 25세로, 20대 중반이다. ‘인간 김혜윤’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가.
“25세를 ‘반오십’이라고 부르지 않나. 그 표현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하긴 하다.(웃음) 물론 미래가 무섭기도 하지만 기대되기도 한다. 10년 뒤에는 성숙한 어른이 됐음 좋겠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서 ‘진정한 어른이다’라고 할 수 있는 모습으로 크고 싶다. 특정 롤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보면 멋있는 분들 많지 않나. 영화 ‘인턴’ 속 로버트 드 니로(‘벤 휘태커’ 역)처럼 노련하면서도 깊은 내면을 가지고 싶다. 현장에서 힘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더 그럴 때를 꿈꾸게 되는 것 같다. ‘노련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와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배우로서는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가.
“전작이 끝나고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믿고 보는 배우’란 타이틀을 얻고 싶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 배우가 나오니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다. 사실 시청자들이 내용에 대한 궁금성이 더 많지, ‘저 배우가 나오니까 봐야지’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임팩트 있는 역할부터 사랑스러운 캐릭터까지 완벽하게 섭렵한 김혜윤. 김혜윤의 본격 ‘꽃길’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김혜윤은 올 한해 높은 캐릭터 표현력을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았다.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고 밝힌 김혜윤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바람이 그저 머나먼 이야기로 들리지 않은 이유는 올해 선보인 작품들을 통해 김혜윤이 충분히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믿고 보는 배우 김혜윤’으로 성장할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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