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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날씨에도 고인 기려… “정부는 권고안 이행의지 보여야”
[르포] 고(故) 김용균 1주기… 죽음의 외주화는 계속된다
2019. 12. 06 by 송가영 기자 songgy0116@sisaweek.com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지 1주기를 맞아 김용균 추모위원회와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가 5일 대한불교조계종 추모문화제를 열고 고인을 기리고 있다. /송가영 기자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지 1주기를 맞아 김용균 추모위원회와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가 5일 대한불교조계종 추모문화제를 열고 고인을 기리고 있다. /송가영 기자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고(故)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를 서다 숨진 지 1년이 지났다. 곳곳에서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행보가 있었지만 그동안 한국의 근로 현장은 어느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저녁 7시, 많은 사람들이 퇴근을 재촉하는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김씨를 기리는 추모문화제는 어김없이 열렸다. 

강력한 한파 속에서도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김용균 추모위원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 노조원 등이 참석해 엄숙한 분위기 속 김씨를 기렸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고인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약 20분간 진행된 기도 후 김씨와 같은 현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는 이날 발언대에서 “이제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또 다른 용균이가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발전소 현장은 제도, 법, 운영시스템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일은 용균이 생일이고 태안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 많이 올라올 예정”이라며 “마석에서 또 만나겠지만 열심히 투쟁하지 못해서 많이 부끄럽다. 추모를 위해 오신 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드린다”며 울먹였다.

김용균씨와 함께 한국서부발전에서 근무했던 동료가 기도를 마친 후 발언대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김용균씨와 함께 한국서부발전에서 근무했던 동료가 기도를 마친 후 발언대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현장에서 아들을 그리워하는 김미숙 씨를 위로하고 영하의 날씨에도 추모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지켰던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현장 노동자들이 국무총리 훈령으로 만들어진 특조위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 보면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현장조사에서 안전펜스 설치, 조명 설치 등 안전하게 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며칠간의 증언대회에서도 노동자들이 증언하는 내용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씨는 한국서부발전에서 홀로 떨어진 낙탄을 치우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이후 언론을 포함해 정치권에서는 고위험군 작업의 외주화 개선과 고용구조 혁신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지난해 연말 산업안전법(이하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원청의 안전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고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 지원 보장, 보호 대상 확대, 산업 재해 예방 계획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이 적지 않은 법안이다. 원청의 감시‧책임을 다소 강화한 수준에 그쳤고 김씨의 사고가 일어나게 된 이유인 외주화를 막을 수단은 대부분 빠져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광화문에서 열린 김용균 추모문화제에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 노조원들이 참석해 엄숙한 분위기속 기도를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지난 5일 광화문에서 열린 김용균 추모문화제에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 노조원들이 참석해 엄숙한 분위기속 기도를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현재 개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급 제한 대상 작업은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 및 가열 작업, 허가대상물질 12종 제조 및 취급 작업 등으로 대부분이 고위험 독성 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들 작업도 원청에서 일시적으로 도급을 요청하거나 기술 지원을 요청할 경우에는 도급이 허용된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 전기사업 설비 운전 및 점검‧정비‧긴급복구 작업, 구의역 참사가 발생했던 궤도사업장의 점검 및 설비 보수작업 등 위험 작업은 도급 제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권 사무총장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보고자 도급을 줄 수 있는 업무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승인 여부 등 절차를 만들고자 했지만 현재의 개정안에는 영균이가 했던 업무들이나 안전‧설비 내용이 다 빠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몇 개의 업무만 도급을 줄 수 없도록 돼있는데 그마저도 법적으로 여지가 많이 남았다”며 “핵심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김씨의 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구성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4개월간의 조사 끝에 발표한 22개의 권고안을 정부가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권 사무총장은 “권고안을 이행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권고안 이행에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켜 고용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문화제가 끝난 후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김용균을 살려내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가영 기자
지난 5일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문화제가 끝난 후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김용균을 살려내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가영 기자

김씨가 근무했던 발전소 업무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연속성이 있어 업무 단일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원청이 외주화를 주면서 업무가 분업화돼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있다.

이 문제는 노동부가 공개한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20명이다.

이들 사망자는 모두 원청이 아닌 협력업체에서 근무했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다. 또한 부상자 348명 중 340명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다.

그는 “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켜서 작업의 과정을 단일화시켜야 고용구조가 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까지 담보할 수 있다”며 “정규직화되면 원청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지부는 지난 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고안 이행을 거듭 촉구하고 오는 7일까지 권고안 이행과 관련한 정부의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답변을 들은 후 산안법 재개정과 발전소 등 원청의 과실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하는 법안 발의 등에 나설 계획이다.

권 사무총장은 “누군가가 죽었고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되기 전에 최소한 정부는 책임지고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 정도는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답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계속 싸워나가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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