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된 뒤 변화와 혁신 관련 기사 작성해 논란 자초

하태경 변화와 혁신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 된 후 당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태경 변화와 혁신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 된 후 당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세력 '변화와 혁신'(가칭)이 현직 정치부 기자를 창당을 준비 중인 조직에 영입했다. 변화와 혁신은 지난 6일 해당 기자를 서울시당 신당기획단 부단장으로 임명했다.

문제는 해당 기자가 서울시 신당기획단 부단장으로 영입된 뒤에서 소속 언론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 관련 기사를 생산한 점이다. A기자는 지난 8일 변화와 혁신이 국회에서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한 날 관련 내용을 취재해 보도했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이종철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 등이 A기자와 함께 변화와 혁신 서울시당 신당기획단 부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당 신당기획단장은 신성섭 전 바른미래당 은평갑 위원장, 고문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A기자는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지난해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공개된 선거 벽보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정책특보 경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유 전 대표는 현재 변화와 혁신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현행 정당법상 현역 기자의 입당은 문제가 없다. 다만 창당을 추진 중인 정치세력이 관련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현직 정치부 기자에게 영입 제안을 한 점과, 제안을 받아들인 기자가 관련 기사를 작성한 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강령은 '언론은 정치·종교 등 외부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자주성을 갖고 있음을 천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기자가 속한 매체도 자사 홈페이지에 '인터넷신문위원회 및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강령을 준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인터넷신문윤리강령' 제1조 4항은 '인터넷신문은 정치·경제·사회·문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언론활동을 하고, 이러한 권력의 압력과 청탁을 거부한다', 제3조 2항은 '언론인은 본인 또는 친인척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이해관계가 취재 및 보도 행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유의한다'고 쓰여 있다.

'인터넷신문윤리강령'은 업계가 스스로 제정한 규범으로서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약의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현직 정치부 기자가 특정 정치권에 영입돼 관련 기사를 생산하는 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인터넷신문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는 기사 심의 외 기자의 개인 행동에 대한 제재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기자가 언론사를) 공보실화 해서 공정하지 못한 기사를 계속 내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기자 개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저널리즘 윤리상 기자직을 떠나자마자 청와대·국회 등 권력으로 떠나는 경우도 비판을 받는데, 기자가 현직에 있으면서 정치권에 관여하고, 그 내용을 소재로 기사를 쓴다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정치인들이 이익을 위해 제안을 할 수 있겠지만, 제안을 기자가 받아들인 것이 더 문제가 크다고 본다"며 "정치권에서 제안이 와도 기자로서 가급적이면 언론계를 떠난 뒤에 해야지, 현직에 있으면서 정치적 자리를 수락한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A기자는 통화에서 "정당법에 따르면 언론인도 당직을 맡는 게 가능했고, 변화와 혁신에서 신당과 관련해 조언을 부탁한다고 해서 (당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기사는 정치적 성향이 나올 수도 있지만, 감안해서 중립적으로 기사를 쓸 생각이다. 그쪽(변화와 혁신) 기사는 거의 안 쓸 것 같다"고 했다.

변화와 혁신 서울시당 신당기획단 핵심 관계자는 "보기에 따라 그런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는데, 완전히 창당이 공식화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양해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다만 A기자가 (변화와 혁신 측) 기사 작성을 피했다면 이런 문제 제기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변화와 혁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자가 현직에서 떠나 정치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우리 당에서 이미 활동 경력이 있는 A기자를 놓고 '기자를 영입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당장 장밋빛 미래를 누가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기자라는 업을 팽개치고 (신당에) 오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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