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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㉟] 영유아 아이들, 놀이공간이 필요합니다
2019. 12. 10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공 놀이공간이 있다면 육아가정에 큰 힘이 될겁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공 놀이공간이 있다면 육아가정에 큰 힘이 될겁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늘은 또 어디서, 뭘 하지?”

아마 아이 키우는 부모님들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희 부부 역시 거의 매일 스치는 고민입니다. 어느덧 18개월이 된 딸아이는 활동량도 무척 많아졌고, 하루하루 노는 재미도 더해가고 있습니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이집을 마치고 난 뒤에도 아이들의 에너지는 식지 않죠. 하지만 집에서 놀아주자니 마음껏 뛰노는 것이 쉽지 않고 장난감 등 놀잇감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이가 답답해하거나 지루해하기도 하구요.

그나마 날씨가 좋을 때면 동네 놀이터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같은 한겨울이나 한여름, 혹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외부활동이 어렵죠.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하는 실내 놀이·체험공간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키즈카페가 가장 좋은 대안입니다만, 이 역시 접근성과 비용 등이 부담입니다.

물론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아이 놀이공간을 가까이 두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희 지역만 해도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아이 놀이공간이 너무 잘 조성돼있죠. 저희 집에서는 교통편이 너무 불편해 이용하지 못하고 있지만요. 예전에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친구네를 방문했다가 강동어린이회관에 가보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좋은 시설을 지척에 두고 있는 친구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18개월이 된 딸아이는 점점 더 에너지가 넘칩니다. 노는 것도 무척 좋아하고요. 하지만 아이와 놀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고민입니다.
18개월이 된 딸아이는 점점 더 에너지가 넘칩니다. 노는 것도 무척 좋아하고요. 하지만 아이와 놀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키즈카페를 매번 찾기엔 비용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18개월인 딸아이에겐 일반적인 키즈카페의 시설이 다소 과한 측면도 있고요. 요즘 키즈카페는 점점 더 좋은 시설을 갖추는 대신 비용부담 또한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시설들을 아직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아이를 감안해 비용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저희 딸아이에게 더 적합한 이른바 ‘베이비카페’는 그 숫자가 많지 않고요.

아마 저희만의 고민이나 아쉬움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아이 놀이공간을 가까운 곳에 두고 있는 가정보다 그렇지 않은 가정이 훨씬 많을 테니까요. 저희가 바라는 것은 유아차 끌고 가볍게 방문해 영유아 나이대의 아이와 1~2시간 정도 보낼 수 있는 소박한 놀이공간인데, 너무 큰 바람일까요?

◇ 공공 육아 놀이공간, 중요한 것은 ‘접근성’

저희의 이런 바람과 고민, 아쉬움을 달래줄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엔 이달 초 ‘아이사랑꿈터’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각종 장난감에 볼풀장, 정글짐, 방방까지 갖춰 0~5세 영유아들이 놀기에 부족함이 없고, 수유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육아관련 상담 등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공동육아를 추구하며 이를 보다 잘 구현시키기 위해 부모자조모임실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설의 장점은 접근성과 적은 비용부담입니다. 아이사랑꿈터 1호점은 아파트단지 내 관리동에 위치해있어 접근성이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납니다. 특히 이 아파트단지는 지역 중심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어 그 효과가 더욱 클 것 같습니다. 비용은 1타임(2시간)에 1,000원입니다.

당초 이 공간은 임대사업자가 민간 키즈카페를 운영하려고 구상 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운영비용 부담으로 인해 사용요금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고, 이때 인천시가 추진 중이던 사업과 만나 아이사랑꿈터 1호점으로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아이사랑꿈터는 인천시가 지난 4월 시의 육아정책 패러다임을 공동육아·공동돌봄으로 전환하기로 기치를 내건 뒤 문을 연 첫 육아지원시설입니다. 인천시는 이를 위해 혁신육아 FT팀을 꾸렸고, 관련 연구도 진행했는데요. 이 연구 결과를 살짝 들여다보면, 관련 정책이 지향해야할 지점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연구의 일환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인천형 혁신육아카페인 아이사랑꿈터 설치 시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84.0%에 달했습니다. 수요가 넘쳐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사랑꿈터 설치 시 고려해야할 핵심 가치로 가장 먼저 꼽힌 것은 다름 아닌 ‘접근성’이었습니다. 43.7%를 차지했죠. ‘안전성’(31.5%)과 ‘이용편의성’(19.5%)이 그 뒤를 이었고, ‘놀이감 다양성’은 3.9%에 불과했습니다. 으리으리한 민간 키즈카페 같은 시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접근성이 좋은 곳에 소박한 놀이공간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저 역시 백번 공감하구요.

사실, 이맘때 아이들은 장난감이나 각종 놀이시설도 좋아하지만 얼마든지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만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종이컵을 쌓거나, 신문을 구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놀이가 되니까요. 화려한 놀이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달 초 문을 연 인천시의 아이사랑꿈터 1호점의 모습입니다. /인천시
이달 초 문을 연 인천시의 아이사랑꿈터 1호점의 모습입니다. /인천시

물론,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닐 겁니다. 결국은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경우 그나마 적절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용이할 수 있지만, 일반 주택 지역은 더 어렵죠.

하지만 방법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센터나 경로당 등 주택가 근처에 자리 잡은 공공시설의 일부 공간을 활용하거나, 최근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든 학교의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실제 서울 관악구에 지난달 문을 연 관악형 마더센터 ‘아이랑’은 경로당 건물의 남는 층을 활용했습니다. 인천의 ‘아이사랑꿈터’와 비슷한 개념의 공간이죠.

이밖에도 지하철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접근성에 있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고, 역내 유휴공간에 실제 여러 상업시설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니까요.

인천시는 아이사랑꿈터를 2023년까지 100개소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점이 되는 부분은 역시 접근성입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과 공동주택의 유휴공간, 폐원 어린이집까지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하네요.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인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서울시도 비슷한 개념의 시설인 ‘열린육아방’을 2022년까지 지금의 약 10배 이상인 450개소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각 자치구 차원에서도 크고 작은 계획이 이어지고 있고요.

동네 가까운 곳곳에 마련될 공공 육아 놀이공간은 그 어떤 지원정책이나 시설 못지않게 육아가정에게 실질적인 큰 도움을 줄 겁니다. 육아가정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를 덜어주는 것이니까요. 육아가정에 주는 도움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상당히 뛰어나고, 비교적 빠른 확충이 가능한 시설이기도 합니다. 비단 육아가정에 대한 도움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공동육아의 개념을 확산시키고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도 효과가 클 겁니다.

저출산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를 빗대 흔히 ‘아이 울음소리 사라지는 사회’라고 말하는데요. 그보단 ‘아이 웃음소리 넘치는 사회’가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