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연말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자동차업계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노사관계 때문이다. 노사관계가 생산 및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새해를 맞는 이들의 분위기도 뚜렷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연말 노사관계에 긴장감이 깊어지고 있는 곳은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이다.

먼저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0일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해 66.2%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교섭결렬을 선언한 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으며, 부산지노위는 지난 9일 자정을 넘겨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로써 르노삼성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손에 넣게 됐다.

이에 맞선 르노삼성 사측은 쟁의조정을 부산지노위가 아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관장해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르노삼성 노사는 앞서 지난해 임단협의 마침표를 찍기까지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해를 넘겨 올 상반기까지 대립이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파업과 직장폐쇄가 이어졌다. 또한 한 차례 도출된 노사합의가 노조 찬반투표를 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기도 했다. 결국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6월에야 뒤늦게 임단협을 매듭지었고, ‘노사 상생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다시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창원공장에서는 생산 감소에 따른 근무체계 변경을 이유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560여명에게 해고가 통보됐고, 인천공장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돌연 사망해 진상규명 및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현재 열흘 넘게 장례도 치러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이달 초 차기 지부장으로 김성갑 후보를 선출했다. 내년부터 노조를 이끌게 될 김성갑 신임 지부장은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 노사가 내년에도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9월, 생산현장을 방문한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 쌍용차는 올해도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
지난 9월, 생산현장을 방문한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 쌍용차는 올해도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 현대자동차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치러진 차기 지부장 선거에서 ‘실리파’로 분류되는 이상수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상수 당선자는 불필요한 파업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내년 노사관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해도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이 예고됐으나, 한일 경제갈등 국면이 펼쳐지면서 8년 만의 무분규 타결에 성공한 바 있다. 노사관계에 불어든 훈풍이 내년에는 온기를 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기아자동차의 노사관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10일 올해 임단협의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지난 10월 새로 선출된 노조 집행부와 교섭을 재개한지 2주 만에 이룬 성과다. 이로써 기아차는 현대차의 뒤를 이어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남기게 됐다.

10년 전, 극심한 노사갈등에 휩싸였던 쌍용자동차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협력의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8월 초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10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기도 했다. 또한 쌍용차 노사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에 함께 힘쓰기로 손을 모으고, 그 일환으로 사무직 순환휴직, 직원 복지 축소 등에 합의했다. 아울러 지난 10월에는 ‘품질혁신 노사 공동 TFT’를 발족하기도 했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 노사는 이달 초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관하는 ‘2019 자동차인’에서 산업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며 그 의미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연말을 맞는 국내 자동차업계 노사관계는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차이가 심기일전이 요구되는 2020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