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제일참숯공장, 30년 세월동안 전통 참숯 제조 방식 고수
1,300℃ 숯가마서 굴피나무 열흘 정도 구워야 비로소 최상 품질의 참숯 탄생
숯 제조 기술자 대부분 중국 교포… 국내 젊은 기술자 부재의 아쉬움

제일참숯공장의 제조 기술자들은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원주=박설민 기자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매섭게 찌르는 겨울, 누구보다 뜨겁게 일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참숯 제조 기술자들이다. 한겨울의 추위에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숯가마 앞에서 일하고 있는 참숯공장의 기술자들의 얼굴엔 땀방울이 절로 맺힌다. 숯 제조 기술자들의 땀방울로 완성된 숯은 조리 과정이나 탈취 등의 목적으로 우리 생활 속 여러 곳에서 이용된다. 이들의 열정이 담긴 참숯 제조과정을 직접 확인하고자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에 위치한 제일참숯공장을 찾았다. 

지난 10일 오전 7시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후 약 3시간의 여정 끝에 오전 10시경 제일참숯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통해 숯이 제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숯이 구워지고 있는 숯가마 근처에서 퍼지는 향긋한 숯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공장의 굴뚝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것은 숯가마에서 숯이 구워지고 있다는 표시다./ 박설민 기자

공장 안 사무실로 들어서자 제일참숯공장 김동현 대표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1990년 그의 부친이 제일참숯공장의 문을 연 후 김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숯을 제조하고 있다. 자그마치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전통 방식을 고수해 이어온 사업이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먼저 품질이 좋은 참숯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최상품의 굴피나무가 필요하다. 참나뭇과에 속하는 굴피나무는 탄소함량이 높아 오랫동안 고온을 유지하며 탈 수 있기 때문에 참숯으로 으뜸이라고 한다. 또한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어 구이용 숯뿐만 아니라 탈취제,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김 대표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참숯 제조 현장에는 이미 숯 제조를 위한 사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숯 제조 기술자들은 참숯 제조에 사용되는 목재들을 굴삭기로 옮기고 완성된 숯을 담을 드럼통들을 배치했다. 

사전 작업을 마친 후 쉬는 시간이 되자 자신을 ‘서씨’라고 소개한 숯 제조 기술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숯 제조 경력 8년 차의 베테랑인 서씨는 참숯 제조 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참숯의 주 재료 굴피나무 목재를 숯가마 벽에 일렬로 세운 뒤 진흙과 벽돌을 이용해 숯가마 입구를 밀봉한다. 이것이 참숯 제조를 위한 첫 단계 '앞수리' 작업이다./ 박설민 기자

먼저 참숯 제조에 사용될 굴피나무 목재를 약 1.5m~1.8m정도의 크기로 자른 후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가지를 전기톱으로 잘라내 균등한 원통모양으로 가공한다. 이렇게 가공한 원통 모양의 참숯은 숯가마 벽에 차례차례 세운다. 이후 숯 가마의 입구를 진흙과 벽돌로 밀봉해 외부 공기의 유입을 막아 뜨거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이 밀봉작업을 ‘앞수리’라고 부른다.

앞수리 작업 후 굴피나무는 가마 내부의 불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뜨거운 불길로 구워진다. 이렇게 섭씨 1,300℃까지 오르는 뜨거운 숯가마 내부에서 굴피나무를 열흘 정도 구워야 비로소 최상 품질의 참숯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씨는 굴뚝을 통해 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가리키며 아직 숯이 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전에 숯을 꺼내고 불을 끈 가마 안으로 들어서자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서씨는 공휴일이나 휴가철에 이 가마 안에서 찜질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숯가마 내부 모습과 참숯. 붉게 달아오른 참숯의 매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설민 기자

짧은 휴식을 마친 뒤 제조 기술자들은 본격적으로 다 구워진 숯을 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숯가마 입구를 밀봉한 아래를 살짝 허물자 새빨간 불길과 함께 무시무시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가마의 입구가 열리고 열기와 가스가 어느 정도 빠져나오자 기술자들이 긴 삽을 숯을 꺼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순박한 미소를 띄고 있던 서씨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작업을 지휘했다. 숯을 꺼내는 작업은 날리는 불꽃과 재, 가스, 뜨거운 열기 등으로 가장 위험한 작업이다. 이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가까이 가선 안된다. 

구워진 참숯을 꺼내는 작업은 섭씨 1,300℃ 뜨거운 열기와 재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 박설민 기자 

불타는 가마에서 나오는 숯은 황금빛이 도는 붉은 루비처럼 아름다웠다. 붉게 달아오른 숯이 차가운 공기를 쐐자 곧바로 회색빛으로 변했다. 기술자들은 아직 활활 타오르는 숯을 한 삽 가득 담아 준비한 드럼통에 차곡차곡 쌓았다. 강원도의 차가운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기술자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서씨는 그나마 겨울이라 작업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여름철에는 대형 선풍기 4대를 틀어도 10분도 안돼서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한다.

구워낸 참숯은 곧바로 드럼통 속에 넣은 후 철판으로 덮어 식힌다./ 박설민 기자

기술자들은 숯을 가마에서 전부 꺼낸 뒤 숯을 담은 드럼통에 재와 모래를 넣고 철판으로 덮었다. 아직까지 불타고 있는 숯의 불길을 잡고 식히기 위함이다. 이런 작업이 끝난 후 완전히 식은 숯들은 일일이 크기별로 분류한다. 통나무 형태의 모습을 가진 최상품 숯들은 관상용, 탈취제, 공기정화용 상품으로 판매된다. 자잘한 나머지 숯들은 구이용, 숯가루용 등으로 팔려나간다.

완전히 식은 참숯은 크기별로 분리한다. 우측 사진처럼 통나무 모양이 유지된 최상품은 관상용 등으로 판매된다. / 박설민 기자 

숨가쁘게 진행된 숯 제조 작업이 끝난 후 서씨는 자신이 중국 교포 출신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씨 이외의 기술자 두 분 역시 모두 중국 교표였다. 제일참숯공장의 한국인 기술자가 있냐는 질문에 서씨는 “지금은 없다”고 답했다.

서씨는 “요즘엔 한국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 숯 제조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며 “일을 하겠다고 와도 며칠이면 그만 둬 섭섭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나라 정책연구 시스템(PRISM)이 발표한 ‘전통 숯 산업 활성화를 위한 숯가마 온열욕 활용방안 연구’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국내 숯가마 업체의 80%가 50대 이상이며 30대는 4%에 불과했다. 

숯 제조 8년 차의 베테랑 '서씨'. 순박한 그의 미소가 기억에 남는다./ 박설민 기자

이처럼 젊은 숯 제조 기술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주로 외국인 노동자, 중국 교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거나 고령의 기술자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숯 제조 기술이 토종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 혹은 중국 교포들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게 다가왔다. 

숯가마 안에서 붉게 달아오르던 숯처럼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던 숯 제조 기술자들의 하루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전통 숯 제조 기술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젊은 기술자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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