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 못지않게 ‘흥행’과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승과 강등 등을 놓고 끝까지 알 수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고, 더 나은 경기와 팬서비스를 위한 노력들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훗날 K리그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2019년, K리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시사위크>가 정리해본다.<편집자주>

올 시즌 흥미진진했던 K리그는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뉴시스
올 시즌 흥미진진했던 K리그는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팬이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의 의미는 물론 지속가능성이 없다. 프로리그와 구단, 선수 등 구성원들은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줘야 하고, 이를 통해 돌아오는 팬들의 관심과 사랑은 프로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된다.

팬을 끌어 모으고 그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척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리그 운영 차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룰’, 즉 제도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규칙 위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친다. 따라서 이러한 규칙을 망라한 제도는 각 구단과 선수들의 승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무대와도 같다.

올 시즌 K리그는 제도의 차원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의 재미를 선사했다. 한 시즌을 관통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만약 K리그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가 다르거나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드라마다.

먼저 우승경쟁부터 반전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둔 시점, 1위 울산현대와 2위 전북현대의 승점 차는 3점이었다. 무게의 추가 울산으로 기운 상황이었지만, 전북 역시 희망이 없진 않았다. 울산이 패하고 전북이 승리할 경우 두 팀의 승점은 동률이 될 수 있었다.

여기서 K리그 특유의 제도가 빛을 발했다. K리그는 승점이 같을 경우 순위를 결정할 다음 요소로 ‘다득점’을 따진다. 골득실이나 승자승원칙을 따르는 다른 리그와 다른 점이다. 공격축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올 시즌 짜릿한 드라마를 연출하는 역할을 했다.

울산과 전북의 희비는 마지막 경기를 통해 180도 엇갈렸다. 울산은 라이벌 포항스틸러스에게 1대4 대패를 당했고, 전북은 강원FC를 만나 1대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두 팀의 승점은 동률이 됐는데, 다득점이 앞선 것은 전북이었다. 그것도 단 1점. 결국 전북은 마지막 경기를 통해 다득점 1점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하는 드라마를 썼다. 반면, 울산은 지더라도 더 많은 득점만 기록했다면 우승에 이를 수 있었으나 끝내 실패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걸린 3위 경쟁도 마지막까지 계속되긴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경기를 앞둔 시점의 순위 상황은 3위 FC서울(승점 55점), 4위 대구FC(54점), 5위 포항(53점) 순이었다. 다득점으로 인해 포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나머지 두 팀 서울과 대구는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이 경기는 치열한 공방 끝에 0대0으로 마무리됐고, 서울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한편, 울산에게 재를 뿌리며 서울과 승점 동률이 된 포항은 전북에 밀린 울산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다득점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구단들의 생사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강등권 탈출 경쟁도 다르지 않았다. 이미 꼴찌 제주의 2부리그 직행이 결정된 가운데,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할 11위 자리를 두고 이번에도 운명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최근 암투병 소식이 전해진 유상철 감독의 인천유나이티드와 지난해 1부리그에 승격하자마자 단숨에 리그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경남FC. 두 팀의 승점차는 단 1점이었다.

결과는 서울과 대구와 마찬가지로 무승부. 이로써 인천은 이번에도 ‘생존왕’의 면모를 이어갔는데, 유상철 감독의 사연으로 인해 그 감동은 배가됐다.

이처럼 중대한 최종순위 결정을 앞두고 운명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 역시 K리그 특유의 제도 덕분이다. 12팀으로 구성된 K리그1은 크게 정규라운드와 파이널라운드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정규라운드에선 12팀이 팀당 3차례 맞대결을 펼친다. 정규라운드가 끝나면 그 시점의 순위를 기준으로 상위 6팀과 하위 6팀이 각각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뉘어 파이널라운드에 돌입한다. 파이널라운드에서는 같은 그룹에 속한 팀끼리만 1차례씩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러한 제도는 우승이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혹은 강등 탈출 등 같은 목표를 지닌 경쟁자끼리 극적인 순간에 만날 가능성을 높여준다. 올 시즌 서울과 대구, 인천과 경남이 담판전을 치르게 된 것이 그 방증이다.

올 시즌 K리그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제도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 수정을 거쳐 만들어진 제도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올해 K리그가 선사한 드라마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었고,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흥행 역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 시즌엔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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