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에 이어 클리오도 단종이 결정되면서 국내 소형차 시장이 더욱 존재감을 잃게 됐다.
아반떼에 이어 클리오도 단종이 결정되면서 국내 소형차 시장이 더욱 존재감을 잃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소형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을 지켜온 터줏대감과, 후발주자로서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모델 모두 씁쓸하게 퇴장하는 모양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수입 방식으로 판매해온 소형 해치백 클리오의 단종을 최근 결정했다. 이미 들여온 물량이 모두 소진된 가운데, 추가 물량 수입 계획이 없다. 클리오는 최근 유럽에서 5세대 신형 모델이 출시됐는데, 국내에선 선보이지 않을 방침인 것을 전해진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5월 야심차게 클리오를 국내 출시한 바 있다. 이미 존재감을 잃은 국내 소형차 시장, 그것도 소형 해치백 시장을 ‘유럽감성’으로 공략하겠다는 포부였다. 클리오는 출시 첫 달 756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출시한 지 석 달 만에 월간 판매실적이 300여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후 클리오는 월간 판매실적이 500대를 넘기는 일도 드물었고, 올 상반기엔 월간 평균 2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1,123대의 누적 판매실적을 남겼다. 지난 9월 558대, 10월 724대로 판매실적이 껑충 뛰기도 했지만, 이는 재고 소진을 위한 대대적인 할인공세에 따른 것이었다.

이처럼 클리오가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쓸쓸히 물러나는 가운데, 오랜 세월 국내 소형차 시장을 지켜온 현대자동차 엑센트도 이에 앞서 단종이 결정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부터 엑센트의 내수용 생산을 중단했으며, 단종을 확정한 상태다. 현재는 남은 재고만 판매되고 있다.

엑센트는 현대차의 ‘소형차 계보’를 이어온 상징적인 모델이다. 포니와 엑셀의 뒤를 이어 1994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순수하게 국산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된 첫 국산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후 2세대 모델과 3세대 모델은 국내에서 베르나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며(수출명은 엑센트), 2010년 4세대 모델부터 다시 엑센트로 돌아왔다.

엑센트는 단일모델 누적 판매기준으로 사상 첫 500만대를 돌파했던 주인공이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 점점 입지를 잃어 갔다. 2012년만 해도 연간 3만53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지만, 2013년 2만8,607대, 2014년 2만3,209대, 2015년 1만8,280대, 2016년 1만2,463대, 2017년 7,496대에 이어 지난해 5,698대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다. 역시 국내 자동차 역사상 뺴놓을 수 없는 존재인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는 이미 2017년 단종됐고, 올해 초에는 한국지엠의 아베오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대형 및 프리미엄 시장의 확대와 소형SUV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등 해외에서는 여전히 소형차와 소형 해치백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경제발전과 맞물려 중·대형 및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여기에 그나마 존재하는 수요도 소형SUV에게 빼앗기고 있다. 소형차가 내세웠던 ‘가성비’, ‘효율성’, ‘생애 첫 차’ 등의 타이틀은 이제 소형SUV가 가져간 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시장이 ‘소형차의 무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제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마저도 부담스럽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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