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곽도원·이병헌·이희준. /뉴시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곽도원·이병헌·이희준.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 근현대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꼽히는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사건이 스크린으로 재탄생한다. 영화 ‘내부자들’(2015)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기대를 더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된 원작은 단행본이 한·일 양국에 발매돼 당시 무려 총 52만부가 판매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원작을 근간으로 대한민국 1960-1970년대 근현대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꼽히는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사건의 현장과 그 이전 40일간의 흔적을 좇는다.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 /뉴시스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 /뉴시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12일 진행된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에서 “원작은 중앙정보부의 시작과 끝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로 담기엔 방대하다”며 “그래서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던 중앙정보부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40일의 마지막 순간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1976년 박동선이 미국 의회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보도됨으로써 시작된 한·미 간의 외교마찰사건인 코리아게이트가 극적 효과를 위해 포함됐다.

우민호 감독은 “코리아게이트는 10·26사건보다 훨씬 앞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10·26사건의 발단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필요에 의해서 영화의 앞부분에 상징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 영화 속 사건들은 실제 사건과 시간 순서가 동일하다”고 밝혔다.

영화는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히 따라간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중심으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분)의 과열된 충성 경쟁을 담는다.

우 감독은 “사건들은 논픽션이고 원작에서 갖고 왔다”며 “그런 사건들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의 비하인드스토리와 인물들 간의 관계성이나 감정, 심리는 영화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 감독은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원작이 갖고 있는 냉정한 톤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한쪽의 시선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냉정하게 유지하면서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로 시너지를 발산했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의 두 번째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이성민·곽도원·이희준이 새로운 연기 변신을 예고, 기대를 더한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이병헌. /뉴시스
‘남산의 부장들’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이병헌. /뉴시스

먼저 이병헌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할 예정이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꼈다”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장르적으로 세련된 누아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병헌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 한 작품인 만큼 사실과 다르거나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는 애드리브를 자제하는 등 신중하고 진지하게 작품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실제 있었던 일이 왜곡되지 않게 경계하는 촬영이었다”며 “되도록 많은 자료들과 인터뷰 등을 보며 계속 공부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랬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우민호 감독은 이병헌의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 감독은 “‘내부자들’보다 치열하게 찍었다”며 “이병헌은 말이 필요 없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감정을 수렴하고 절제하면서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물이 어떤 혼란 속에 있는지 느끼게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훌륭하게 해줬다”고 극찬했다.

또 “처음 (이병헌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 거절하면 이 작품을 접으려고 했다”며 “그 정도로 이병헌이 아니면 안 됐다.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덧붙여 이목을 끌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곽도원도 이병헌의 열연에 박수를 보냈다. 곽도원은 “많은 감정들을 현장에서 쏟아내는데, 그 감정들이 굉장히 이성적으로 절제돼서 잘 깎인 다이아몬드처럼 앞에 나타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보통 배우의 일상이 보이기 마련인데 역할, 그 인물로 앞에 나타나서 정말 놀랐다”며 “실제 그 시대의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생소하면서 신기하더라. 감탄도 했다. 많이 배웠다”고 전해 영화 속 이병헌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남산의 부장들’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곽도원. /뉴시스
‘남산의 부장들’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곽도원. /뉴시스

곽도원은 영화 ‘강철비’(2017)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으로 분한다. 곽도원은 “권력을 가진 자가 한순간에 쫓겨 다니는 삶을 살면서 어떤 고통을 느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곽도원은 단 한순간도 시나리오를 손에서 놓지 않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민호 감독은 곽도원에 대해 “감독의 디렉션을 자기화하는데 굉장히 유연한 배우”라며 “매 테이크 다른 에너지와 느낌을 보여준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며 “그런 성실함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도원은 “시나리오 안에 연기의 답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험장에 시험을 보러 가면 마지막 순간까지 요약정리한 것을 보듯, 시나리오에 감독과의 대화 등 많은 것을 적어 놨다. 표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숙지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낯선 순간을 조금 더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도 시나리오의 도움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병헌도 곽도원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병헌은 “정말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을 많이 보여줬다”며 “상황과 감정 속에 자신을 던져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도원과 처음 연기하지만, 인상 깊은 시간들이었다”고 칭찬했다. 

‘남산의 부장들’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예고한 이희준. /뉴시스
‘남산의 부장들’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예고한 이희준. /뉴시스

이희준도 함께 한다. 극 중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마약왕’으로 우민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 시나리오를 보고 심장이 너무 뛰고 벅찼다”며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는 정말 좋은 선배들과 함께해서 너무 신났다”며 웃었다.

이희준은 곽상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25kg을 증량, 외형적으로도 변화를 꾀했다. 그는 “모티브가 된 인물이 덩치가 있어서 살을 찌우는 게 어떻겠냐고 (우민호) 감독에게 말했는데 ‘그냥 연기로 해도 돼’라더니 ‘강요는 안 하지만 찌면 좋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찌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놔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우민호 감독은 “쉽지 않았을 텐데 역할을 위해 선뜻 결정해줘서 너무 좋았다”며 “살을 찌우니 발성과 걸음걸이 모든 게 다 달라지더라. 전작들에서 봤던 이희준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해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들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예고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1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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