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좌),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우).
김관영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좌),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우).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3 보궐선거 이후 불거졌던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바른정당계 비당권파는 이미 ‘새로운보수당’이라는 깃발을 들고 창당 수순을 밟고 있다. 당권파는 바른정당계 탈당 후 당을 본격적으로 재정비해 제3지대에서 '대통합 개혁정당'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바른미래당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일단락되면, 손학규 대표가 ‘제3지대의 틀’을 만들고 명예 퇴진하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일명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다시 당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 이탈은 국민의당 시절 동지였던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제3지대 빅텐트’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김 전 원내대표와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의 인연이 ‘제3지대 빅텐트’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천 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본지는 12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두 의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두 의원의 첫 인연은 지난 2012년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통령 경선 후보 캠프에서 시작됐다.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었던 김 전 원내대표가 캠프 대변인을 맡았고, 당시 원외에 있었던 천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원내대표는 12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제가 초선일 때 천 의원과 김두관 캠프에서 같이 일하게 됐다”며 “그땐 천 의원이 원외에 계셨을 땐데 제가 후원회장을 부탁드렸다”고 했다.

이들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재직 기간이 달랐다. 김 전 원내대표는 “(천 의원은) 대선배이고, 제가 김앤장 갔을 때는 동료들에게 이런 훌륭하신 분이 김앤장에 근무하시다 나가셔서 국회의원을 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천 의원과 만나면 패스트트랙 관련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 제3지대 통합에 대한 이야기, 여러가지 대화를 나눈다”며 “지난 11월 후원금 1억5,000만원 모금이 마무리돼, 여러모로 마음을 써줘서 감사하다는 연락을 엊그제 드렸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원내대표는 대안신당이나 민주평화당과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당장 당대당 통합보다는 바른미래당의 자강에 방점을 뒀다. 실제 당권파는 가시적 변화 없이 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과 재통합해 국민들에게 '도로 국민의당'으로 비쳐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자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타당과 통합이나 연대를 생각하기보다 당이 새롭게 변화하고, 그 바탕에서 타당과 통합을 생각해야 한다. (통합은) 나중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쨌든 저희들이 과거 국민의당에서 같이 정치를 했고, 잠깐 헤어졌지만 생각이나 이념이 크게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당연히 통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은 이유에 대해 “제가 더 오래됐지만 김앤장 출신이고, 김 전 원내대표도 같은 곳 출신”이라며 “(김앤장) 후배이기 때문에 후원회장을 맡아줬다. 벌써 수년 전 이야기”라고 답했다.

김 전 원내대표와의 인연이 제3지대 빅텐트 구축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점에 대해 천 의원은 ‘확대해석’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그는 “김 전 원내대표를 잘 후원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바른미래당의 다른 의원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며 “내가 특별히 그의 후원회장이라고 해서 제3지대 정계개편 문제에 큰 변수가 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천 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는 질문에 “여러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는 아직 없다”며 “합당 관련 이야기는 필요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제기된 바른미래당 중심의 개별 의원 흡수통합론에 대해서는 “그건 그 사람들의 생각”이라며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흡수통합하느냐. 턱도 없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다.

천 의원은 바른미래당과 당대당 통합에 대해서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 당대당 통합을 하려면 소수파라 해도 당대표가 추진해야 한다. 다만 의결까지 가려면 다수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당은 아직도 안철수 전 대표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유승민계가 나가면 안 전 대표의 지분은 더 커지지 않겠느냐”며 “그렇다면 당대당 통합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안 전 대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지금 복귀하진 않겠지만 우리와 통합한다면, 예컨대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깨고 우리랑 헤어졌는데 이제와서 유승민계 나가고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합친다면 과거 국민의당 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니 안 전 대표가 통합하려고 하겠는가. 나같으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 지형이 그렇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천 의원은 “결국 손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의견 일치를 봐야 당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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