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대 국회의원 후원회장’ 명단에 따르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진보진영 유력 인사를 다수의 의원들이 후원회장으로 모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 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대 국회의원 후원회장’ 명단에 따르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진보진영 유력 인사를 다수의 의원들이 후원회장으로 모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 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후원금 모금은 현역의원이 가지고 있는 최대 특권 중 하나다. 후원회 설치와 개인명의 후원금 모금이 금지된 원외인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제도다. 특히 사회적 명망이 높은 후원회장을 모셔올 경우, 후원금 모금은 물론이고 이름값과 득표율도 올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린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후원회와 후원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복수의 국회의원 수석보좌관들의 전언에 따르면, 후원회장을 선정할 때 첫 번째 기준은 ‘덕망’이다. 사회적 인지도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봤을 때 감동이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인적 네트워크’다. 국회의원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한정적인데, 후원회장의 인맥을 이용하면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양질의 접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후원회장인 만큼, 자금 동원력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고려사항들은 ‘득표’로 귀결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민주당 현역의원들은 일종의 ‘민주화 계보’를 후원회장 선정에 있어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사위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대 국회의원 후원회장’ 명단에 따르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진보진영 유력 인사를 다수의 의원들이 후원회장으로 모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강금실 6명, 김원기 5명 후원회장 겸임

먼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유은혜 교육부총리, 인재근 의원, 이후삼 의원, 백혜련 의원, 박선숙 의원, 정은혜 의원 등 6명의 후원회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박선숙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인사들이며, 이 가운데 유은혜 부총리와 인재근 의원은 민평련계이며 이후삼 의원은 86그룹으로 통한다. 고(故) 김근태 의장의 부인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인재근 의원은 다시 오영훈 의원과 이인영 원내대표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인영 원내대표는 86그룹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이인영 원내대표는 같은 고려대 운동권 후배 김민기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민평련계와 86그룹 주요 인사들이 후원회장 관계로 묶여있는 모양새다.

국회의원 후원회장 명단을 분석한 결과, (사진 좌로부터)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6명,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5명,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3명을 각각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국회의원 후원회장 명단을 분석한 결과, (사진 좌로부터)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6명,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5명,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3명을 각각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김부겸 의원, 원혜영 의원, 최재성 의원, 김병관 의원, 김정우 의원 등 현역의원 5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었다. 김부겸 의원과 원혜영 의원은 원조 친노이자 다선중진이며, 최재성 의원은 친문 핵심 중 한 명이다. 김원기 전 의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스승으로 여겨지는 만큼, 원조 친노 인사들의 후원회장으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원혜영 의원은 다시 조정식 의원, 김경협 의원, 김영호 의원의 후원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친노 혹은 친문으로 통하는 인사들이다. 또한 최재성 의원은 노동계 출신 비례대표 이용득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이밖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같은 당 소속 홍영표 전 원내대표, 심기준 의원, 조승래 의원의 후원회장이었고,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안규백 의원,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공통적으로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후원회장으로 모신 것으로 나타났다. 문희상 현 국회의장은 김동철 의원과 변재일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에서는 현역의원이 다른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이주영 국회 부의장이 김규환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것이 유일하다. 정홍원 전 총리가 ‘친박’으로 통하는 윤상직 의원과 추경호 의원을 동시에 후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유력인사가 다수 의원들을 동시에 후원하는 경우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사이인 만큼 동지의식이 강하고, 또 민주화에 기여가 큰 어른들을 후원회장으로 모셨을 때 지지층 반응이 좋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외부의 시선에서 봤을 때 다소 폐쇄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보좌관은 “민주당이 ‘민주화 운동’이라는 큰 줄기에서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이 많다면, 한국당은 의원 개개인이 걸어온 길이 다르다”며 “자신이 몸담은 분야의 권위자나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세우다 보니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고, 동료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세우는 일도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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