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프로그램의 ‘흥망’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플랫폼의 발달로 인한 방송 시청 행태의 다변화를 포괄하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경계가 무너지고, 전 채널이 경쟁 시대에 돌입했지만 이들의 우위를 가릴 명확한 평가 기준도 되지 못한다. 시청률을 대신할 지표는 없을까. [편집자주]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지상파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왼쪽)과 비지상파 JTBC ‘SKY 캐슬’이다. 두 드라마 모두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했다. /이미지 출처=KBS 2TV, JTBC 그래픽=김상석 기자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지상파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왼쪽)과 비지상파 JTBC ‘SKY 캐슬’이다. 두 드라마 모두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했다. / 이미지 출처=KBS 2TV, JTBC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지상파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비지상파 JTBC ‘SKY 캐슬’이다. 두 드라마 모두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동백꽃 필 무렵’의 23.8%와 ‘SKY 캐슬’의 23.8%는 같은 수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시청률 집계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주어진 시간 동안 모집단 전체에서 TV를 시청하는 가구나 사람들을 백분율로 나타낸다. 가구 시청률과 개인 시청률로 나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시청률은 가구 시청률이다. 가구 시청률은 TV를 켜고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 수를 TV를 보유하고 있는 전체 가구의 수(모집단)로 나누어 계산한다.

이때 분모에 해당하는 모집단에서 지상파와 비지상파 사이의 차이가 생긴다. 지상파는 매체를 보유한 가구라면 모두 시청이 가능하지만, 비지상파는 유료방송에 가입했을 경우에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상파 시청률은 전국 주요 13개 지역의 전체(유료방송 가입+비가입)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비지상파는 전국의 유료방송 가입 가구만 포함한다. 비지상파가 지상파에 비해 표본수가 적은 것이다.

시청률 면에서 비지상파 프로그램이 지상파보다 불리하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지상파 시청률 집계 대상은 유료방송 중에서도 ‘케이블채널 가입가구’로만 한정됐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됐던 셈이다.

케이블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돌파해 화제를 모았던 Mnet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 2’가 방송됐던 2010년을 예를 들어보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발표한 201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유료방송가입 가구는 조사 대상 가구 중 90.3%였다. 그러나 시청률 집계는 이 중 유선 방송 가입 가구인 78.2%가 기준이 됐다. ‘슈퍼스타K 2’의 최고 시청률 18.1%는 지금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서 집계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비지상파 시청률 집계는 케이블방송 가입 가구 등을 포함한 유료방송 가입 가구를 기준으로 하고, 그 비율도 높아졌다.

2018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 4,291가구 중 유료방송 가입 가구는 3,962가구에 달했다. 무려 92.3%에 해당한다. 반면 지상파만 이용하는 가구는 4.2%에 그쳤다. 유료방송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이용자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났던 과거에 비해 지상파와 비지상파가 비등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관계자 “방송시장이 굉장히 균질화됐다”면서 “과거 지상파가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었던 (지상파) 직수신가구 비율이 점점 떨어지고, 유료방송 플랫폼 가입 가구 비율은 늘어나면서 거의 차이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근소한 차이라도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산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누가 더 잘했다 못했다 구분하는 건 잘못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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