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혁신(가칭)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전회의를 열고 변화와혁신의 공식 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변화와혁신(가칭)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전회의를 열고 변화와혁신의 공식 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세력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내 유승민계 주축 신당 '새로운보수당'이 당명을 놓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중도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는 '보수'가 들어간 당명을 굳이 선정해 변혁 안철수계와 내부 분열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변혁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당권파에 반발한 유승민계(8명)·안철수계(7명) 의원 15명이 당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구성한 조직이다. 그러나 출범 후 '개혁보수' 신당을 적극 추진한 유승민계·권은희 의원과는 달리,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 전원은 신당 참여를 보류해왔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안철수 전 대표의 메시지 없이는 바른미래당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전날(12일) 변혁 신당명이 새로운보수당으로 확정되자 동요하는 분위기를 넘어 결별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보수당의 주요 인선이 유승민계 인사들로 이뤄진 것은 바른정당계 지분이 안철수계보다 많다는 점에서 이해할 있다 해도, 당명에 '보수'를 강조한 것은 과거 바른정당의 재탄생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도 이들을 사실상 '바른정당 시즌2'로 바라보고 있다. 김정재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그동안 (유 의원이) 개혁보수를 말씀해 오셨는데, 이제 당명으로 색채를 드러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권성주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과거 바른정당과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바른정당보다 숫자는 적어졌지만 '가짜'들이 빠지며 더 탄탄해졌고 결속력이 생겼다"며 "바른정당이 끝까지 가진 못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때 하려던 개혁보수 가치관을 중심으로 뭉친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당명은 그간 실사구시·합리적 중도 등을 표방한 안철수계의 정체성과도 결을 달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다.

앞서 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은 본지에 "사회의 난제나 모순을 하나의 이념적 관점에 프레임을 놓고 해결할 수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안 전 대표는 위에 있다.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이념의 금기를 깨는 정치가 필요하다. '보수가 다 모이자, 진보가 다 모이자'라는 것은 안 전 대표 입장에선 굉장히 후진적 사고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13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새로운보수당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변혁신당 관련해서는 안 전 대표가 이미 참여할 여건이 안 된다고 분명히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당명을 무엇으로 하든 전혀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다만 당내 혁신을 이루기 위해 변혁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셨던 분들이었기 때문에 잘 되길 기원드릴 뿐"이라며 "변혁 활동 이후 해법을 달리하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분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새로운보수당'이라는 신당명 선정 과정에서의 의문점도 제기된다.

새로운보수당은 지난 4일 변혁 신당의 가칭으로 선정된 '변화와 혁신'과 함께 최종 경합했던 유력 당명이었다. 당시 변혁 관계자는 통화에서 "새로운보수당은 유승민 전 대표가 굉장히 강조했던 당명"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대국민 공모 방식을 통해 1,860개의 당명을 접수했고 이 중 '새로운보수당'을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당명 공모가 사실상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변혁 관계자는 "공모 과정은 공정했고, 유 전 대표의 입김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명에 '보수'만을 넣은 데 대해 '확장성 제한' 우려도 있었다. 다만 유승민계의 이같은 결정은 향후 안철수계가 신당에 합류하더라도 더 이상 바른미래당 시절에 시달렸던 '정체성 논란'을 겪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12일 당명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도보수당으로 하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많았지만 국민들에게 알렸을 때 선명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새로운보수당은 중도 플러스 보수의 의미"라고 말했다. '새로운'을 '중도'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당권파 측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새로운'이 '중도'라는 말은 세상에서 처음 듣는다"며 "그들의 독자적 해석일 뿐, 국민 누가 중도라고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독자적으로 뭘 하려는 것이 아닌 보수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보수당의 주축인 유승민계 인사들은 '당명 논란'에 불편한 기색이다.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비전위원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당의 성공가능성은 '보수'라는 지향이 보여주는 자유와 공정, 경쟁의 가치가 다시 국민 선택을 받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며 "'보수'라는 단어 자체를 당명에 넣지도 못할 정도로 회피하며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적었다. 중도 확장성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 당명이라도 줄곧 '개혁적 중도보수'의 길을 표방해온 만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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