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워킹맘 95%, 퇴사 고민한 적 있다.”

얼마 전 다수의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보도된 내용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담긴 설문조사를 전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워킹맘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95%가 “퇴사를 고민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혹자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고민이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여건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95%에 달하는 응답자들의 고민의 정도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퇴사를 실행에 옮길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작은 고민에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가벼이 넘길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고, 또 좋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우리사회 여성들은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올 상반기 자료를 집계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경력단절여성(15~54세의 기혼여성 중 현재 비취업 상태이며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69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해 14만8,000명이 줄어든 것은 반갑지만, 여전히 상당히 많은 숫자다.

해당 나이대의 기혼여성 중 비취업자는 336만여 명. 이 중 절반 이상이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을 이유로 직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95%라는 수치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더욱이 같은 설문조사에서 계속 일을 하겠다고 응답한 수치는 96%(‘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계속 일할 계획’ 75.1%, ‘이직이나 창업을 고려’ 20.9%)에 달했다. 일은 계속 하고 싶지만 퇴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결국 경력단절여성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같은 보고서에 담긴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는 더 큰 씁쓸함을 안겨준다. 퇴사 고민의 대처 방법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꼽은 것은 ‘부모 도움’(34.3%)이었다. ‘부모 외 가족의 도움’도 20.1%로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육아문제라는 짐이 여전히 여성에게 쏠리고 있고, 더 나아가 각 가정의 희생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현실을 보여준다.

이제는 이러한 짐을 우리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눠가져야 한다. 물론 저출산문제가 최대 당면과제로 떠오른 만큼, 관련 제도 및 정책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다.

무엇보다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외에,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진다 한들, 이들에겐 그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라고 하기엔 너무 넓은 사각지대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긴 위해선 정부나 국회 차원의 노력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 노력도 중요하다.

올해 출생아수는 30만명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30만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육아문제를 여성과 가정이 아닌, 사회가 더 앞장서서 책임져야 하는 이유다.

까마득하기만 했던 2020년이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부디 2020년대엔 워킹맘들의 퇴사 고민이 덜어지고, 경력단절여성이란 말도 ‘옛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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