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일부에서 폐 손상을 유발한다고 의심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이 검출돼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뉴시스
국내 시판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일부에서 폐 손상을 유발한다고 의심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이 검출돼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뉴시스(식약처 제공)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액상형 전자담배가 벼랑 끝에 서게 됐다. 폐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로 추정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일부 제품에서 검출돼 편의점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전자담배 업계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 여론을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비타민E 아세테이트’ 검출에… 편의점, 매대 철거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이 시간이 흐를수록 관련 업체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엔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 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정부 조사로 드러났다. 전자담배 업계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 결과’를 보면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13개 제품에서 0.1~8.4ppm 범위로 검출됐다. 해당 성분은 폐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미국 CDC(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13개 제품 중에는 쥴랩스의 ‘쥴팟 크리스프’(0.8)와 KT&G의 ‘시드 토박’(0.1) 등 유명 업체 제품들이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 외에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세린(VG)은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 이들 성분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한 유해성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인체 유해성을 파악할 필요가 요구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대마유래성분(THC)은 실험 대상인 153개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국내에서 마약의 일종인 대마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내 제품들은 미국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비타민E 아세테이트 검출양이 매우 적은 편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예비 검사 결과 비타민3 아세테이트 검출양은 23만∼88만ppm 수준이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격차를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관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성분분석 결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 가향물질 등 국내 유통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 퇴출 위기 몰린 액상형… ‘강경 대응 예고’

비타민E 아세테이트 일부 미량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GS25, CU 등 5대 편의점들이 액상담배 판매 중단하기로 했다. 가맹점에 긴급 안내문을 발송해 해당 상품들을 매대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 결정이 나왔을 당시 재고 물량은 판매하기로 했던 업체들도 이번엔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전자담배업체들은 정부 발표가 나오자 강하게 성토했다. 시장에서 퇴출 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한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정부가 오히려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근거 없이 조장해 산업 발전을 일방적으로 압살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협회는 “(국내 제품은) 미국 제품에 비해 (비타민E 아세테이트 검출양이) 최고 88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금연 대체제로 사용될 수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흡연자들이 다시 연초 담배로 돌아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협회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중단 권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