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교통사고 발생 시 ‘무조건 구속’ 가능성 제기
스쿨존 우회, 기술적으로 가능… 업계 “내비 원래 목적과 거리 멀어”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스쿨존 내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예정이라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뉴시스
민식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스쿨존 내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예정이다.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이하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운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민식이법에 대해 찬성하는 이들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 큰 공감을 표하고 있다. 반면 해당 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법안이 사고 자체의 내용과 동떨어져 있으며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들의 처벌만을 강화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으로 인해 스쿨존을 운전해서 지나가기가 무섭다면서 내비게이션에 ‘스쿨존 우회’ 기능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한다.

◇ 민식이법, 무엇이 문제인가?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9살 김민식 군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이하 특가법) 일부개정안이다.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특가법이다. 민식이법의 특가법 일부개정안은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과속을 하지 않더라도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해 운전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 어린이가 사망에 이를 경우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에 처한다.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힐 시엔 1년 이상에서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 경찰청으로 문의한 결과 경찰청 관계자는 “차 대(vs) 사람의 교통사고 발생 시 경찰 측으로 사고접수가 되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차량 운전자에게 ‘안전운전의무불이행’이나 ‘전방주시의무태만’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한다”며 “보행자를 충격한 교통사고는 운전자가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했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측의 설명에 따르면 차 대 사람 교통사고 발생 시 대부분 운전자가 안전운전의무불이행과 전방주시의무태만에 해당할 수 있다. 즉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와 교통사고가 발생할 시 다수의 운전자가 구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인터넷상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스쿨존은 차량 통행을 하면 안 되는 지뢰지대 같은 곳” 또는 “앞으로 스쿨존으로는 절대 다니지 않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돌아가는 길을 이용해야겠다” 등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다.

민식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운전자들은 스쿨존 우회 기능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 (왼쪽부터) T맵, 네이버지도, 카카오내비 / 각 사 어플리케이션
민식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운전자들은 스쿨존 우회 기능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 (왼쪽부터) T맵, 네이버지도, 카카오내비 / 각 사 어플리케이션

◇ 내비 서비스 제공기업, ‘스쿨존 우회’ 정말 탑재할까?

민식이법이 발효되는 시기는 2020년 4월로 예상된다. 이에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 서비스 제공 기업이 법안 시행일 이전에 스쿨존 우회 기능이 탑재될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운전자들의 이러한 기대심리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SK텔레콤·네이버·카카오모빌리티·팅크웨어·파인디지털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기술력으로 스쿨존 우회 기능을 개발해 내비게이션에 탑재하고 언제든 상용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 아직까지 해당 기능을 내비게이션에 탑재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스쿨존 우회 기능을 탑재하지 않는 이유로는 먼저 ‘스쿨존 알림’ 기능이 기존 내비게이션 기능에 탑재돼 해당 구역을 통과할 시 소리와 화면을 통해 주의 안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최단시간 또는 최단거리로 안내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개발된 서비스라 취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스쿨존에 대해 카카오내비 화면 내 팝업 및 음성 안내를 통해 이용자들이 규정속도를 준수하고 안전운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우회도로 안내 관련해서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구현 계획이 없으며, 음성 안내를 강화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스쿨존 우회 기능이 개발돼 운전자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운전자나 어린이를 둔 부모 모두에게 ‘윈-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쿨존을 우회하는 차량이 많아지면 스쿨존 통과 차량은 자연스레 줄어들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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