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교통카드를 주워 사용하면 처벌받는다는 판례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모습. / 뉴시스
어린이용 교통카드를 주워 사용하면 처벌받는다는 판례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모습. / 뉴시스

대한민국은 법에 의해 통치하는 나라다. 법을 잘 알지 못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법령을 다 알 수는 없다. 2019년 12월 2일 기준, 한국에 공포된 법령은 모두 7만 4,349건이다. 이 가운데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법령 적용 사례만 알아도 ‘처벌 받을 일’은 줄어들 수 있다. 실생활에서 법령이 필요한 순간을 대비해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대학교 3학년인 김흥부(가명)는 며칠 전 집으로 가는 길에 교통카드를 주웠다. 인근 지하철역에서 확인한 카드 잔액은 1만 2,550원이었다. 흥부는 기존에 쓰던 교통 카드에 잔액이 부족했던 탓에 “운이 좋았다”며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흥부는 “돈이 충분했다면 기존에 쓰던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썼을 텐데, 하필 아르바이트에서 번 월급도 들어오기까지 일주일 이상 남았으니까...” 하는 생각에 ‘어린이용 교통카드’였지만, 지하철을 이용할 때 쓰기로 했다.

흥부는 대학생임에도 ‘어린이용 교통카드’를 쓴다는 생각에 살짝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지하철 탈 때만 주운 교통카드를 썼다. “딱 월급 들어오기 전까지만 쓰자”는 마음에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 가는 길에만 썼다.

며칠 동안 어린이용 교통카드를 쓰면서 흥부는 생각보다 ‘보안’이 허술한 점을 느꼈다. 지하철 개찰구에 카드를 태그할 때 뜨는 금액까지 봉사자들이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래도 흥부 마음이 찜찜했는지, 카드를 태그할 때마다 마음 졸이며 주변 눈치 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하지만 흥부의 ‘눈치작전’에도 잘못된 선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적발됐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키던 어르신 봉사자에게 들킨 것이다. 이 어르신은 흥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교통카드 태그를 하는 게 수상했는지, 유심히 지켜보다 ‘어린이용 지하철 금액’이 찍힌 것을 발견한 것이다.

흥부는 어르신 손에 붙잡혀 지하철 역장과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잘못했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 조사 끝에 흥부는 약식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같은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에게 점유이탈물횡령과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고, 압수된 교통카드를 피해자에게 돌려주도록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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