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세류성해(細流成海).’ 가는 물줄기가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작은 힘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의미와도 맥이 닿아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이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것은 거대 권력도 아니고 정치적인 어젠다도 아니었다. ‘국민주권’을 위해 행동했던 ‘시민들의 힘’이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대한민국 변화를 이끄는 중심, ‘시민운동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제언을 경청해본다. [편집자주]

이지우 간사는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결국 재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경희 기자
이지우 간사는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결국 재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재벌중심 경제구조’, ‘불공정한 경제구조’.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지니고 있는 현실이다. ‘재벌’이라는 특수한 집단의 생성과 이들의 세습으로 인해 씌어진 오명이다.

이러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무관치 않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70년대,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대기업들이 성장했고, 이들은 현재까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재벌이 경제 성장에 큰 공을 세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한켠으로는 불공정한 사회라는 오명을 쓰는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재벌의 ‘명과 암’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를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보여주는 시민단체가 있다. 바로 ‘참여연대’다. 이 중 경제금융센터는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 등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사위크>는 지난 17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이지우 간사를 만나 재벌과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적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이지우 간사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여쟈 한다고 강조했다./김경희 기자
이지우 간사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여쟈 한다고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 주주가 경영도… 회사 소유 인식이 문제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다. 주식을 보유한 자가 경영도 한다. 자연히 의사 결정에 본인들의 사익이 고려된다. 기업을 견제하기에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안건에 대한 표결이 무의미한 것이다.”

이지우 간사는 대주주가 곧 회사를 경영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행태를 꼬집었다. 또한 대주주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 결정을 내리고, 이사회 안건이 주주총회 표결로 이어지더라도, 총수일가가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있는 집단의 분석 대상 회사 1,801개의 총수일가 이사회 등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수일가는 주력회사(41.7%), 지주회사(84.6%),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56.6%)의 이사에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문제다. 이러한 주인의식 때문에 횡령 등도 발생한다. 이는 매우 전근대적 발상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 주주, 지역사회 등이 있어야 기업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중요하다.”

이지우 간사는 총수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은 회사의 자본을 비롯해 모든 물적 자원이 총수 자신의 소유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횡령 배임 등이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이지우 간사는 진정한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 정부 차원의 노력, 재벌들의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경희 기자
이지우 간사는 진정한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 정부 차원의 노력, 재벌들의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 ‘갈 길 먼’ 재벌개혁… 문제는?

이지우 간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천명한 ‘재벌개혁’에도 다소 박한 점수를 매겼다. 그러면서 그는 재벌개혁이 미진한 이유가 정부와 재벌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개혁이 진행 중이지만, 미비하다. 재계는 이에 대해 기업 옥죄기 프레임을 내세우는 한편, 고용이나 투자 등을 규제완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전경련을 만나는 등 정부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결국 법과 총수들의 인식이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재벌들이 현존하는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 등 경제 관련 법안 개정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총수들이 법만 지켜도...”

실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경유착’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위상이 추락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최근 정부와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지는 한편,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의 방한 당시 경제5단체(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엽협회·중소기업중앙회) 주최 환영만찬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총수일가가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과 상생할 때 진정한 재벌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인 제도와 정부 차원의 노력보다 재벌 스스로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지우 간사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은 멀지만, 꼭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김경희 기자
이지우 간사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은 멀지만, 꼭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 “조금 느리더라도, 시민들과 의미있는 움직임 함께 하고파”

이지우 간사는 기존 근무하던 대기업을 퇴사한 후 참여연대에 몸 담게 됐다고 한다. 대기업 재직 시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직접 경험했던 회의감과 2014년 세월호 사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지우 간사는 “그 당시부터 재벌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문제가 있구나 라고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지우 간사는 약 3년여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불공정 관행들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속도는 더디지만, 이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불공정을 넘어 불공정 자체가 사회의 이슈지만, 공론화되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면 기성세대와 청년과의 차이도 불공정일 수 있다. 이러한 불공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크다. 공정한 사회를 위한 길은 계속 가야할 길이다. 당장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는 패배주의가 아니다. 재계와 권력이 지닌 힘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지금의 노력이 나중에는 배가 되어 돌아올 것으로 본다.”

청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만한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철에만 청년을 위할 뿐, 금세 잠잠해진다. 청년의 현실은 청년이 가장 잘 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젊은 총리 등이 나오고 있다. 젊은 세대가 경제와 정치에 더욱 참여해야 한다.”

끝으로 이지우 간사는 ‘다같이 잘 사는 사회’를 강조했다. 또한 혼자 멀리 가기 보다는 같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 느릴수는 있지만, 시민들과 의미있는 움직임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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