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방 문제 대응이 장기적으로 세분화된 정책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만들어진 법령이다. 2004년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제정됐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과 계획 수립, 추진 방향이 담겨 있는 법률로 몇 차례 개정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다. 이 같은 법률을 기반으로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개발 등의 지방 발전 정책이 추진돼 왔다. 다만 지방 위기와 인구 감소 추이가 심화되면서 그 성과에 있어선 ‘회의론’이 나온다. 인구 감소의 시계추는 빨리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길을 찾아야 할까. 

◇ 지역 맞춤형 원인 분석과 대책 필요   

‘지방소멸 위기’에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온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구 유출 위기 지역에 대해 세밀한 원인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답답한 속내부터 꺼냈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는 최근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그 원인을 놓고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지표가 나빠졌는지 그 배경을 잘 살펴보지 않으면 답을 찾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위기가 단순히 낙후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 이동은 사회, 환경, 산업 구조 등 복합적인 변화 요인에 따라 발생한다”며 “지역마다 그 주 원인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원이나 군산 등 주요 산업 도시에서 청년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저출산 보다 자동차 기계 등 지역 기반 산업의 침체와 연관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의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그간 정부는 제조업 위주로 지역 거점 도시에 대한 공간 분업화를 해왔다”며 “경제 성장기 시점엔 이 같은 산업 구조가 시너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제조업은 내리막길에 있다. 기존의 도시형, 대량 생산 위주의 발전 모델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각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맞춰 새로운 특화산업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각 지역에서 교육과 문화, 복지 등 인프라를 개선함에 있어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예컨대, 지역에서 초등학교 공간을 이용해 돌봄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려고 해도 쉽지 않는 구조다”며 “학교가 교육청 관할 영역이라, 서비스 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소모적인 인구 쟁탈전 우려… “협력에서 대안 찾아야”

유선종 건국대학교 교수는 지방 소멸 문제 대응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유선종 교수는 “이제는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이 불가능하다”며 “이제는 우상향(인구가 늘고 경제가 좋을 것이라는 전망) 패러다임을 끝났다고 본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에 맞춰 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집중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컴택트 시티’ 육성을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했다. 컴택트 시티는 주거·상업·서비스 등의 기능을 도심 내에서 집약적으로 개발해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형태를 목표로 하는 개념이다. 

신동진 가평군마을공동체 통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마을 사업이 결정되면 주민 자치 역량이 떨어지고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며 주민 자치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내 인구 감소는 지자체의 재정 약화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시·도별 지자체들 사이에선 보이지 않는 ‘인구 쟁탈전’이 치열하다. 높은 출산장려금을 제시해 인구 유입에 나선 지자체도 적지 않다. 박문옥 전남도 도의원은 이런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도의원은 “소모적인 경쟁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전남도는 경북도와 손잡고 상생협력에 나섰다. 두 지자체는 지난 11일 경북도청에서 대한민국 발전의 중심축으로 지속가능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상생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상호교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문화 및 관광, 기술, 농업 기술 공동 개발과 정보 교류를 통해 지역상생 발전 모델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또 ‘인구소멸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에 공동 협력해 눈길을 끌었다. 

박 도의원은 “지방소멸위기를 적극하기 대응하기 위해선 보다 정부의 책임 의식과 확실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마을 문제 스스로… 주민자치 시대 열릴까  

최근 마을 살리기 정책에선 ‘주민 자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주민 자치는 주민들이 마을 사업 결정에 참여하고 지역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신동진 가평군마을공동체 통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마을 사업이 결정되면 주민 자치 역량이 떨어지고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며 “그 마을에 필요한 것은 살고 있는 주민들이 제일 잘 안다. 주민들의 마을 살리기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서 열린 마을 주민 대상 공동학습회. /이미정 기자 

사업적 시너지를 위해 행정 조직이 효율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중앙부처와 각 자자체에서 마을 활성화 관련해 진행하는 사업만 30여개에 달한다”며 “행정안전부, 노동부, 광역지자체, 기초단체 등이 각자 저마다 정책을 시행 중이다. 비슷한 사업의 경우, 서로 연계하면 좋겠지만 행정 조직 체계가 다 분리돼 있어 어려움이 있다. 통합적인 (행정)과를 만들어 대응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내에선 주민자치회 전환 논의가 활발하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위원회보다 주민참여 기회와 지역 현안 결정권한을 넓힌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6일 취재차 방문한 충남 홍성군 장곡면 열린 공동학습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1부에선 ‘주민자치회 전환의 의미와 과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행사 후반부에 이뤄진 종합토론이다. 70여명의 면 주민들이 마을과 삶의 여건 개선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지방 위기 문제는 중앙 정부 차원이다. 획일적인 정책으로 해결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주민과 지자체, 중앙정부, 민간단체까지 힘을 합쳐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이 발굴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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