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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사라진다
[마을이 사라진다③] 빈집·폐건물 활용한 ‘도시재생 실험’ 
2019. 12. 20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유럽에선 다양한 도시 재생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여수시ㆍ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방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과 일본 주요 선진국들도 지방의 인구 감소와 침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저마다 정책으로 재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버려진 건물과 공간을 활용해 도시 회복에 나서는 사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 “1유로에 빈 집을 드립니다” 

1유로는 한화로 1,300원 가량의 돈이다. 이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유럽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되고 있는 ‘마을 살리기’ 정책 중에 하나다. 

영국 리버풀 시는 2013년부터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1년 안에 리모델링을 해서 최소 5년 이상 거주하는 조건으로 단돈 1파운드(약 1,514원)에 시 소유의 빈집을 매각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경제가 쇠락해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빈집이 늘자 내놓은 처방이었다. 리버풀 시는 2013년 처음 빈집 20채를 판 이후 현재 지금까지 약 100채 이상의 집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책은 다른 유럽 국가에도 ‘1유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 됐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 인근 루베시는 지난해부터 ‘1유로 집 판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와 사회기관이 소유한 집 17채를 채당 1유로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이탈리아 일부 도시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초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올로라이시도 인구가 줄자 석조 주택 200여 채를 채당 1유로에 살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보나시는 집 수리 기간 연장과 세제혜택까지 제공하며 빈집을 1유로에 파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빈집 증가는 도시 침체를 상징한다. 빈집이 늘면 도시가 ‘슬럼화’ 될 수 있어 문제가 크다. ‘1유로 프로젝트’가 획기적인 인구 증가 정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지자체가 도시 재생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이를 계기로 적극적인 정책이 마련되는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선 빈집을 활용한 사례들이 많지 않다. 제한이 있는데다 마땅한 인프라도 마련되지 않다. 다만 경남 함양 서하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어학연수·빈집 제공 등 파격 혜택을 내놓은 일이 있었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도시 재생 실험’이 이루지고 있다. 유럽권은 20~30년 전부터 ‘도시재생’이 중요한 정책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도시가 갖는 물리적 환경과 전통을 함께 고수하며 도시를 재생하는 사업들이 많다. 

◇ 버려진 시설,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의 옛 조선소 재생시설인 ‘NDSM’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곳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거대한 조선소가 있었다.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해당 조선소는 문을 닫았다. 조선소가 흉물처럼 방치된 채 주변 항구는 쇠락해갔다. 

그런데 지역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공간 재생에 나서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버려진 항구와 조선소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됐다. 컨테이너 박스와 창고 등을 개조해 레스토랑과 가게, 호텔들이 하나 둘씩 들어섰고, 버려진 공간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독일 베를린의 ‘팩토리 단지’도 도시재생 사례로 잘 알려졌다. 팩토리 단지는 베를린의 미테 지역의 폐쇄된 맥주 양주장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공유 오피스 단지다. 예비 창업가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하고, 청년 스마트업 등 우수한 인재를 이끌어 내 주목을 끌었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수년 전부터 지역 침체 대응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의 지방 소멸 보고서를 계기로 지방 침체와 소멸 이슈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방 소멸 보고서를 통해 마스다는 기초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을 소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해 아베정부는 ‘지방창생법’을 제정하고 국가계획-지방계획을 담은 장기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버려진 유휴 공간을 활용한 재생 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쇠락한 산업 도시에 대한 도시재생 사업에 나선 상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인 통영에서 첫 사업으로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은 폐조선소 부지 내 기존 건물을 활용해 청년과 조선소 실직자들을 위한 창업·취업 교육을 비롯해 주민·관광객을 위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창업지원센터 및 다목적 공유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