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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사라진다
[마을이 사라진다②] 그들은 왜 지방을 떠나나   
2019. 12. 20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방 인구의 수도권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회적 인프라와 일자리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나라의 인구의 절반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지방의 인구의 수도권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인구집중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인구 분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도는 더 높아진 실정이다.

◇ 교육·일자리·의료·문화 ‘수도권 집중’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현황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국내 인구 5,185만1,427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인천광역시·경기도 등 수도권 인구는 2,591만8,003명으로 집계된다. 전체 인구의 49.99%가 수도권에 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남한 면적의 0.61%에 불과하지만 1,000만에 가까운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살다보니 높은 집값과 극심한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거비 부담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지방민들의 수도권 이동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문화시설, 교통 사회적 인프라와 물적 자원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를 갖고 있다. 수도권엔 전국 대학의 40%가 몰려있으며, 명문대로 꼽히는 대학도 서울권에 위치해 있다. 많은 지방 학생들이 소위 ‘인서울’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 기관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요양기관 편중률은 50%를 돌파했다. 지난해 9만3,184개의 요양기관 중 4만6,600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에만 2만2,345개의 요양기관이 존재한다. 아울러 수도권엔 전국 42개의 상급 종합병원 중 절반인 21개의 상급 종합병원이 존재한다. 울산과 경북에 단 한 개의 상급 종합병원이 없는 것과 비교된다. 

대기업 본사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산업연구원 최윤기 연구원이 2014년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1,281개 대기업 본사(종업원 300인 이상이면서 지점 및 지사 종업원이 100인 이상 업체)의 소재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만 전체 대기업 본사의 49.7%(636개사)가 있다. 경기도(243개사)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67.9%로 확대된다. 전체 연구개발 조직도 수도권이 전체의 63.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양질의 일자리’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일자리 문제는 지역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대 후반 고향인 지방을 떠나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이모(39) 씨의 이주 이유도 ‘일자리’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도 ‘일자리’ 문제를 거론했다. 이씨는 “주거비 부담을 생각하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내려가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에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서 “그냥 일자리가 아니라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양질의 일자리’ 찾아 떠나는 청년들 

그는 기업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구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씨는 “굳이 서울에 머물지 않아도 되는 업종이나 연구 개발업체는 지방에 이전해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발표한 ‘지역의 일자리 질과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의 일자리 질 종합 지수가 가장 높았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발표한 ‘지역의 일자리 질과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의 일자리 질 종합 지수가 가장 높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0년·2015년 인구통계등록부와 인구 총조사를 활용해 시군구별로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역 일자리 질 지수(Local Quality of Employment Index: LQEI)’를 개발했다. 지역 일자리 질 지수는 지자체별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고소득자(4분위)-고학력자(전문대졸 이상)-고숙련자(전문가/관리자) 비중을 분석해 표준점수로 환산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15년 기준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과 대전이 일자리 질 지수 상위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광주·경기·울산·대구·부산은 중상위, 인천·제주·경남·충북·충남·강원은 중하위로 분류됐다. 전남·경북·전북은 하위 지역이었다. 

고소득 계층(4분위)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39.8%), 서울(28.8%) 충남(27.4%) 경기(26.1%)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14.4%) 세종(18.1%) 전북(18.2%)은 고소득 계층의 비중이 적은 지역에 포함됐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일자리 질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계층 분포를 보면 수도권 도시지역 및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위 계층들이 집중돼 있는 특징이 확인됐다”며 “지역 불평등 해소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약계층 지원과 도시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