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방의 인구 유출이 지속되면서 소멸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충남의 한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는 A씨. 그의 나이는 60대 중반이다. 노년층에 해당되는 나이지만 그의 마을에선 그나마 젊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의 나이는 60~90세가 대부분이다. A씨 마을엔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됐다.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고 새로운 청년층의 유입은 없었다. ‘30년이 지나면 아예 마을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A씨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게 됐다. 

지방은 극심한 ‘인구 절벽’과 ‘소멸위험’을 느끼고 있다. 빠른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로 작은 단위의 마을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곳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활성화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지방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 전국 시군구 42%, 소멸위험 ‘경고등’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부산, 대구, 광주 등 6개 광역시와 8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3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민의 60.6%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소멸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중 60.6%는 ‘10년 이내에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의 소멸 위기는 지역 인구통계와 고령화 지표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산출해 발표한 전국 ‘소멸위험지수’ 집계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크게 다가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올 10월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97곳(42.5%)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8개 시군이 증가한 수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면 소멸위험지역이 100개를 넘어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해당 지역의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눠 계산하는 수치다. 2014년 일본의 관료 출신인 마스다 히로야 도쿄대 교수가 처음 고안한 분석법이다. 이상호 연구위원이 2016년 이 같은 분석법을 토대로 ‘지방소멸지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지방소멸위험 지수는 △저위험 지역(1.5이상) △정상지역(1.0~1.5미만) △주의단계(0.5~1.0미만) △소멸위험진입(0.2~0.5미만) △소멸고위험(0.2미만)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인구 유입 등 변수가 없는 한, 약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 전라남도, 전국서 소멸위험도 가장 높아  

17개 광역시별로 살펴보면 비수도권의 모든 도 지역은 소멸위험지수가 1.0 미만인 ‘소멸주의단계’에 진입했다. 17개 전국 시도 가운데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이었다. 전남의 소멸위험지수는 0.44로 나타났다.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을 기록한 곳은 전남이 유일했다. 이어 경북(소멸위험지수 0.50), 전북(0.53), 강원(0.54) 순으로 소멸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전국 228개 시군구별로 들여다보면 위험도는 더 낱낱이 드러난다. 전국에서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지역의 소멸위험지수는 0.143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경국 의성군은 전체 인구(5만2,528명)의 39.7%인 2만905명이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반면 가임여성(20~39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6%인 2,991명에 불과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올 10월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97곳(42.5%)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8개 시군이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이외에 전남 고흥군(0.148), 경남 합천군(0.159), 경북 청송군(0.166), 경남 남해군(0.166), 경북 영양군(0.173), 경북 청도군(0.174), 전남 신안군(0.177), 경북 봉화군(0.177)이 지방소멸위험 상위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은 교육, 주거, 산업, 일자리, 재정자립도에 있어 점차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의 2016년 학생수는 2011년 대비 2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빈집 비율은 2010년 12.6%에서 2015년 15.9%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정상 지역의 빈집 비율이 2011년 4.2%에서 4.3%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  소멸고위험지역, 일자리· 재정 자립도 등 취약
 

재정 자립도도 낮다. 2017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6.6%, 고위험지역의 13.2%으로 나타났다. 소멸 저위험지역은 평균 재정자립도가 45.9%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핵심 경제 활동 인구가 적은 반면, 노인 인구와 빈곤 가구에 대한 복지 의료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문제에서도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대비 2015년 전국적으로 취업자가 7.9% 증가했지만 소멸고위험 지역은 취업자가 3.2% 감소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역 소멸 문제는 단순히 낙후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며 “산업 도시와 광역 대도시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조선업, 자동차 등 지방 제조업의 침체로 지역 경제가 흔들리면서 인력 유출이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에 따르면 고용 위기 지역(울산 동구/전북 군산/전남 목표·영암군/경남 창원 진해구/경남 통영·고성/경남 거제시)에선 2013년~2017년 기간 동안 3만5,395명의 인력 유출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63%인 2만2,407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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