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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영화
[2019 한국영화②] 비주류였던 여성, 스크린을 삼키다
2019. 12. 2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올해 극장가에는 여성 중심 서사를 다룬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왼쪽부터) ‘82년생 김지영’ ‘걸캅스’ ‘윤희에게’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올해 극장가에는 여성 중심 서사를 다룬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왼쪽부터) ‘82년생 김지영’ ‘걸캅스’ ‘윤희에게’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극장가에는 여성 중심 서사를 다룬 영화들이 다수 등장,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과거 한국영화 속 무기력하게 희생됐던 여성들은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서사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끄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대표적인 작품이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다. 젠더 이슈로 큰 화제를 모았던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일부 네티즌의 평점 테러와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등 세상에 나오기까지 숱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82년생 김지영’은 이러한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익분기점(160만)을 훨씬 웃도는 367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했다.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실히 지켜내면서도, 한층 더 깊어진 드라마와 스토리로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으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이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의 흥행도 눈에 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형사 액션물과 여성 콤비의 색다른 조합으로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162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82년생 김지영’(위)과 ‘걸캅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82년생 김지영’(위)과 ‘걸캅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는 여성 간의 우정, 연대를 섬세하게 그려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희에게’는 엄마와 딸의 동행을 담은 여성 버디 무비로 참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또 퀴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여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82년생 김지영’ 정유미부터 ‘걸캅스’ 라미란·이성경, ‘항거: 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미성년’ 김희애, ‘윤희에게’ 김희애, ‘나를 찾아줘’ 이영애, ‘감쪽같은 그녀’ 나문희, ‘블랙머니’ 이하늬 등 ‘믿고 보는 여배우’들이 관객과 만났다.

독립영화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벌새’(감독 김보라)부터 ‘우리집’(감독 윤가은), ‘메기’(감독 이옥섭),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 등이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네 작품 모두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메기’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은 “모든 (여성)감독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 노력들이 쌓여서 지금의 기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기류가 태풍이 돼서 휘몰아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