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기생충’(왼쪽)과 ‘벌새’. /CJ엔터테인먼트, 엣나인필름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기생충’(왼쪽)과 ‘벌새’. /CJ엔터테인먼트, 엣나인필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탄생 100주년’에 걸맞게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의미 있는 해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독립영화 ‘벌새’(감독 김보라)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44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로잡은 ‘K무비’다.

올해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성과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5월 제7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자,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9년 만의 본상 수상이다.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에 이어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입성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무관의 설움을 깨끗이 씻어냈다.

‘기생충’은 칸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해외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수상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시드니 영화제 최고상·할리우드 필름어워즈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상·애틀란타 영화 비평가협회 감독상·각본상·외국어 영화상을 차지했고, 뉴욕 비평가협회상(외국어 영화상)·전미 비평가위원회상(외국어 영화상)·LA 비평가협회상(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송강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토론토 비평가협회상에서는 작품상·감독상·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 수석평론가들이 꼽은 ‘올해 최고의 영화’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기생충’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지난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기생충’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내년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후보에도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각본상·감독상 총 3개 부문의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국 콘텐츠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 후보작으로 선정된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아카데미시상식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숏리스트)에도 선정됐다. 특히 외신들은 다음 달 발표되는 최종 후보에 ‘기생충’이 감독상·작품상 등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북미에서만 총 2,135만 달러(약 247억원)를 벌어들여 올해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올렸다.

또 프랑스·스위스·호주·홍콩·대만·북미·독일·스페인·이탈리아·브라질 등 전 세계 37개국에서 개봉했고, 이중 프랑스·베트남·인도네시아·호주·독일·이탈리아 등 19개국에서 현지에서 개봉했던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흥행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대만·홍콩∙마카오에서는 역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통틀어 흥행 1위를 달성했다. 내년 초까지 덴마크·스웨덴·멕시코·아랍 에미리트·노르웨이·핀란드·레바논·보스니아·크로아티아·인도·아르헨티나·칠레·영국·일본·불가리아 등에서 개봉이 예정돼 있어 ‘기생충’의 흥행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다양한 독립영화들의 약진이 돋보였는데, 그중에서도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낭보를 전하며 ‘독립영화계 기생충’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벌새’는 정식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관객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집행위원회 특별상을 비롯,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18회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기록을 쌓았다.

‘벌새’의 수상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8월 개봉한 이후 제40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작품상, 제4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신인배우상,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신인예술인 부문, 2019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 등을 추가하며 무려 4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4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한국영화의 중요한 작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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