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왼쪽부터) 김남길·김광빈 감독·하정우. /뉴시스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왼쪽부터) 김남길·김광빈 감독·하정우.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벽장 문이 열리고 아이가 사라졌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재와 색다른 볼거리,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의 첫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신선한 미스터리의 탄생을 예고하는 ‘클로젯’이 2020년 새해 극장가 저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 이나(허율 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 분)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 분)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벽장 문이 열리고 아이가 사라졌다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클로젯’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던 벽장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주목,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을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김광빈 감독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김광빈 감독은 2일 진행된 ‘클로젯’ 제작보고회에서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깼는데 눈앞에 벽장이 살짝 열려있었다”며 “잠결이라 그런지 그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느낌이 있었고, 생활 소음이었던 것 같은데 ‘타닥’ 소리도 나서 많이 무서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소재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합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클로젯’을 연출한 김광빈 감독. /뉴시스
‘클로젯’을 연출한 김광빈 감독. /뉴시스

김 감독은 장르적 재미와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르가 영화를 포장하는 거라면,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장르와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주안점을 두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클로젯’은 충무로 대표 배우 하정우와 SBS 연기대상 수상자 김남길의 첫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먼저 하정우는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아 나선 아버지 상원으로 분한다. 실제 미혼인 그는 아버지를 연기하게 된 것에 대해 “자식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 주변 유부남들에게 많이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미혼인 내가 접근하기 쉬웠던 것은 딸을 아이 엄마에게 맡겨두고 일만 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며 “갑작스러운 육아 상황에서의 어설픔과 당황스러움, 딸에게 다가서는 지점이 어쩌면 내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을 때와 비슷하지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 온 하정우지만, 미스터리 장르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클로젯’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하정우는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캐릭터이자 이야기, 장르였다”며 “함께 만들어나간다면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어려웠던 연기는 놀라는 연기”라며 “12종에서 15종 정도로 놀란다”고 덧붙여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클로젯’에서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는 아빠 상원 역을 맡은 하정우. /뉴시스
‘클로젯’에서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는 아빠 상원 역을 맡은 하정우. /뉴시스

하정우는 김광빈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대학교 동문이자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감독 윤종빈)에서 배우와 동시 녹음 스태프로 함께했던 것.

하정우는 “(김광빈 감독이) ‘용서받지 못한 자’ 동시녹음 기사였다”며 “학생 졸업 작품이기도 하고, 독립영화 현장이 많이 열악해서 스태프도 많이 교체됐는데 김광빈 감독은 13개월 동안 끝까지, 군 입대 전날까지 촬영장에 함께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당시 김광빈 감독이 ‘나중에 장편영화 만들면 꼭 형이랑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며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애정을 쏟아가며 했던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를 듣던 김광빈 감독도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나는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정우도 기억하고 있어서 감동적이었다”면서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 한국에서 많이 안 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어쩌면 배우에게 어려운 도전일 수 있어서 걱정했는데 함께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고 감격했다”며 웃었다. 

하정우는 김광빈 감독에 대해 “이러한 장르에 굉장히 특화된 사람”이라며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이야기할 때부터 이 장르를 굉장히 애정 하는 게 느껴졌다”면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드라마 ‘열혈사제’로 안방극장을 장악한 데 이어 연기대상까지 수상한 김남길도 ‘클로젯’과 함께 한다. 극 중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 경훈 역을 맡았다.

김남길은 경훈에 대해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내는 블로거나 유명 유튜버”라며 “이나뿐 아니라, 아이들이 사라진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상원에게 접근해서 같이 아이를 찾아가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클로젯’에서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 경훈으로 분한 김남길. /뉴시스
‘클로젯’에서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 경훈으로 분한 김남길. /뉴시스

평소 유쾌한 매력의 소유자인 김남길은 긴장감을 자아내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보니 원래 내 성격과 안 맞기는 한데, 활발한 성격도 나온다”면서 “극 후반부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장면에서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전에는 하정우와의 ‘케미’나 활발한 느낌들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김광빈 감독은 김남길의 열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김 감독은 “(김남길이) 현장에서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했다”며 “갑자기 현장에서 급격하게 변화된 상황을 말했을 때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주고, 그 아이디어가 채택돼서 영화로 표현된 게 굉장히 많았다”고 칭찬했다. 또 “대사 중 많은 주문이 섞여있었는데, 하나하나 의미를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덧붙여줘서 조금은 새로운 주문이 나왔다”며 “스태프들도 멋있다고 감탄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자 김남길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김광빈 감독, 하정우와 신에 대해 어떻게 만들어가고 준비할지 얘기를 많이 해서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면서 “그 범주 안에서 얘기가 나와서 (감독이) 잘 받아주신 것”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클로젯’으로 첫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하정우(왼쪽)과 김남길. /뉴시스
‘클로젯’으로 첫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하정우(왼쪽)과 김남길. /뉴시스

이날 김남길은 하정우와의 첫 연기 호흡도 ‘클로젯’을 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배우라면 하정우와 함께 촬영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겠나”면서 “촬영하기 전부터 (하정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어서 기대치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남길은 하정우에 대해 “엄청나다”며 “어떤 누군가는 처음부터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스타가 된 배우가 있지만, 하정우는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올라와서 지금의 대배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도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내 연기를 하고 있으면 언젠가 하정우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극찬했다.

이에 하정우는 “나는 대상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대상을 받은 사람이 이렇게 얘기를 하시니”라며 민망해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정우는 김남길에 대해 “굉장히 유연한 배우”라며 “함께 연기하며 든든하고 즐거웠다”고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김광빈 감독은 “최고의 배우들과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여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라며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2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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