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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은 기회다
[인구절벽은 기회다②] 중국이 미국을 넘기 어려운 이유
2020. 01. 03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멕시코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국경장벽을 살펴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멕시코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국경장벽을 살펴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인구구조 변화와 이로 인한 노동력 감소는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이 있고,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유로존의 국가들은 이미 2013 노동인구 감소를 시작으로 2015년 인구자연감소에 들어갔다. 특히 복지수준이 높은 유럽 국가들에게 부양비율의 급격한 증가는 재앙으로 받아들여졌다.

노동인구 감소가 초래할 사회적 임펙트를 ‘완화’시켜 준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이민자들이었다. 유럽에는 매년 백만 명 이상 추정되는 노동인구가 순유입되고 있다. 자연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총인구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이유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적극적으로 이들을 수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프랑스의 경우,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이민 여성들의 높은 출산율이 전체 프랑스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인구이동과 재배치는 세계적 추세다. 젊은 노동연령층이 많고 출산율이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유럽으로의 이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민의 증가로 인한 사회문제도 발생하고 있지만, 인구구조 변화가 추동한 국제인구이동 현상을 무리하게 제한하거나 마냥 거부하는 것은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동인구 감소의 문제에 비교적 자유로은 나라가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이라는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지원 여시재 동아시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미국의 노동연령 인구증가는 영국·프랑스와 비교해 2배, 독일보다 5배, 일본보다 10배나 높았다. 미국의 경제패권을 유지하는 중요한 자산인 셈이다. 각국의 중산층들의 미국 이민이 꾸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다. 미국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데, 이와 관련해 한 정치인은 “한국이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물론 미국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지난 대선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반이민자 정서가 나오는 등 내부갈등이 적지 않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들은 해안 대도시로 유입돼 경제성장을 촉진하지만, 미국인들은 내륙지역으로 밀려나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반이민자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내륙지역 중심으로 형성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이는 미국의 독특한 인구구조의 문제일 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노동력 감소 문제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반면 ‘중국몽’을 내세우며 미국을 앞서겠다는 중국은 근미래에 극심한 노동력 감소 현상을 겪을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인구는 2013년 10억58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 노동인구는 7억5,00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저출산에 따른 일시적인 노동력 증가 현상인 ‘인구학적 배당금’ 효과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부양문제 등 사회적 임펙트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와 언어, 종교 등의 문제로 순유입도 현재는 기대하기 힘들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제인구이동은 필연적인 현상이며 우리 역시 그 파고의 한 가운데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 근로자만 20만 명이 넘는다. 노동인구의 순유입은 급격한 노동인구 감소에 있어 연착륙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반감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 예멘 난민 입국을 계기로 찬반논쟁이 크게 일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관건은 국민통합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외국 노동인구의 순유입을 이끌어내는 방안이 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국민 간 우애에 기초한 ‘문화적 교류’를 강조하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 등이 최근 유독 강조되는 것도 무관치 않다.